전세대출 동의 전 체크리스트
".....40대 가정주부 A씨.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망연자실했다.
"전 세입자가 갚지 않은 전세자금대출 4억원을 대신 갚으라"는 금융회사의 연락이었다. 전세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이사를 나간 세입자 B씨가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은 대출금 4억원을 금융회사에 상환했을 줄 알았지만, 세입자는 대출 만기(당초 전세계약 종료일과 동일)를 훌쩍 넘긴 최근까지 대출금을 갚지 않은 채 잠적한 상태였다.
집주인 A씨는 세입자 B씨에게 보증금 5억원 전액을 돌려준 게 화근이었다. B씨는 A씨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5억에 입주하기로 하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4억원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공인중개사 설명에 따라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제때 갚지 않으면 임대인이 상환 책임을 진다는 `질권설정`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금융회사에 대신 대출을 갚으라는 통보를 받고 난 뒤였다...."
실제로 2018년에 일어났던 사례를 다룬 기사입니다. (매경 2018년 1월) 집주인 A씨는 임차인B씨를 사기횡령으로 고소했지만, 금융회사가 추심으로 대출금 4억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A씨는 막대한 금전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요즘 전세대출은 정말 흔합니다. 전세대출금 추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그만큼 수요도 많고 받기도 쉬운 대출이며, 사용자 입장에서 유용한 팁이라던가 절차들이 정리된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입자의 전세대출을 집주인은 항상 동의해 주어야 하는 걸까요? 전세 공급이 많은 시기이다 보니 세를 놓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만, 전세대출 동의에 앞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동의" 행위에 따른 RISK가 극과 극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집주인 입장에서 알아야 할 전세대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전세대출 상품은 임차인의 신용(소득. 재직. 등급)을 기반으로 하며 반드시 보증기관(주금공. HUG.SGI)의 보증을 추가 담보로 합니다. 보증한도는 개인 신용에 따라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한도 내에서 대출신청이 되면 추가조치를 생략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집주인의 동의가 의미하는 바가 굉장히 단순합니다. 동의를 해준다는 의미가 무색할 정도인데, 임대차계약 사실 유무를 확인해주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는 주로 유선으로 집주인에게 확인하거나 이마저도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가 되죠. 즉, 임차인이 대출받는 것은 집주인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고, 계약 만기 시 세입자에게 반환해도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 이후 대출을 상환했는지 여부는 임차인과 금융회사의 문제지 집주인이 관여할 바는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집주인 동의 여부가 전세대출 진행에 결정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집주인 동의가 갖는 의미는 임차인의 전세대출금 상환의무를 포함하기 때문에 집주인은 임차인, 은행과 함께 전세대출 당사자의 지위를 가지게 됩니다. 오늘 칼럼에 가장 핵심, 집주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되겠습니다.
개인 신용(소득. 직장. 등급)에 따라 정해진 보증한도가 있다고 했는데 이 한도를 초과하여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차인의 신용 대비 대출이 많이 나가는 경우, 전세보증금이 높은 경우로서 이런 경우 금융회사는 추가조치(질권설정 혹은 채권양도)를 취하여 담보를 보강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진행합니다. 전세계약과 동시에 집주인과 임차인은 보증금 반환에 대한 채권채무관계가 성립되죠. 임차인에게는 보증금 반환 채권이 발생하는데, 금융회사의 추가조치는 임차인이 가지는 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하거나 채권을 은행에 양도받는 채권양도 방법으로 이뤄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질권설정이건 채권양도 건 집주인의 동의가 필수라는 점입니다. 동의를 표시하는 방법은 내용증명을 통한 통보, 서면상 동의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그런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입니다. 보증금 반환 시 전세대출 해당 금액은 은행으로 반환하는 것에 동의한다. 즉 집주인이 직접 은행에 상환해야 하며 임차인이 상환하지 않으면 임대인에게 대출 해당 금액만큼 상환 책임이 있다고 해석합니다.
다시 처음 기사로 돌아가 봅니다.
집주인 A씨의 아파트 임차인 B씨는 질권설정 방법으로 전세대출을 받았던 것이고, 집주인 A는 이에 동의해주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A씨가 전세대출 전액 상환 여부 확인 없이 임차인에게 직접 반환한 것이었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집주인이 취했어야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 임차인의 전세대출 방식이 질권설정 혹은 채권양도인지 동의 단계에서 미리 확인해 둘 것.
- 질권설정에 동의해줬던 전세계약의 임차인이 대출을 다 갚았다고 주장하는 경우, 전액 상환했는지 은행과 확인할 것. 전액 상환으로 확인이 되어 임차인에게 반환해도 된다면 전세계약서 원본을 회수한 뒤 보증금을 반환할 것.
※원본 계약서를 회수하는 이유 : 질권설정 방식에서 은행은 전세보증금에 대한 질권자로서 전세계약 원본을 점유하여 질권을 공시하도록 되어 있음. 대출이 전액 상환되었다면 원본계약서를 임차인에게 반환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과 계약서를 맞교환하는 것도 방법임.
한편, 전세계약이 되어 있는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는 전세대출 동의를 매도인이 했기 때문에 질권설정 여부가 확인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매매계약 전 확인하는 것이 좋지만, 확인이 어려운 경우 보증금 반환 시점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확인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또한 아주 간혹 세입자 보증금에 가압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을 누구에게 어떻게 하느냐가 집주인 입장에서 고민이 되는 부분인데, 질권설정이나 채권양도 방식이었다면 가압류보다 은행의 질권설정 및 채권양도가 우선하므로 해당 금액만큼은 은행에 반환하고, 나머지는 가압류 관련하여 법원 앞 집행공탁을 하면 집주인의 의무는 다하는 것으로 봅니다. 반면에 일반적인 전세대출이었다면 보증금 전액을 역시 공탁하는 방법으로 보증금 반환 채무를 소멸시키면 될 것입니다.
전세계약이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수도 있는 사안인 거 같습니다. 관련하여 판례도 다양하고 상반된 견해도 있다 보니 애매한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가 유불리에 결정적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자가점검 취지로 앞선 내용을 정리하고자 몇 가지 질문을 적어드리며 칼럼을 마칩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Q. 질권설정 전세대출이 무엇인가?
Q. 임차인이 전세대출 상환했다는데 세입자에게 돌려줘도 되는 건가?
Q. 상환한 것은 뭘로 확인하는가?
Q. 전세계약이 되어 있는 아파트를 매수했고 임차인이 전세대출받았다는데 주의사항은?
Q. 임차인 전세보증금에 가압류가 됐는데 보증금 반환은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