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utan 2

첫 만남의 당황스러운 기억

by 물속의 달

중국과 인도의 접경지, 히말라야 산맥의 동쪽 끝에 자리한 부탄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이착륙이 가장 어렵다는 파로국제공항만이 유일한 통로이다. 히말라야의 고봉을 끼고 험준한 산골짜기로 곡예하듯 파고들어 굉음을 내며 활주로에 내려앉을 때 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부탄에 처음 방문했던 것은 2011년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인원은 120명 남짓, 험준한 지형탓에 대형기종은 취항엄두를 낼 수 없기도 하겠지만 시골의 버스터미널 정도를 연상케하는 아담한 공항청사는 입국수속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파로국제공항 청사 내부

눈길을 어디에 두든 전통문양으로 멋을 낸 공항청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먼저 눈에 띄인 것은 역대국왕들의 진영이다. 우리에게는 익숙치 않은 모습이기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다른 체제를 가지고 한반도에 공존하고 있는 북녘의 느낌이 묻어나서 일까?

전통복장을 갖춘 공항직원들은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만큼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국심사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수고로움이 눈 녹듯이 씻겨나간다.

공항을 빠져나와서 가장 먼저 만나는 현지가이드, 운전기사는 물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마저도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부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마치 시간은 멈춰버린 듯 하다.

부탄의 수도 팀푸로 이동하는 동안 전통의상과 함께 부탄의 거리를 수놓는 전통색채는 때묻지 않은 자연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구불구불한 계속을 어루만지며 내게로 불어온 바람을 깊이 들이마시며 언덕과 계곡마다 나부끼는 수많은 깃발들과 함께 이내 그 풍경 속으로 스며든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부탄은 국민총행복이라는 GNH를 국가의 기본개념으로 삼고 있다. 헌법에는 그에 대해 명확히 정의되어 있는데, 국민행복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네 가지로 밝히고 있다.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경제 발전, 히말라야 자연환경의 보호, 유형‧무형문화재의 보호와 추진, 그리고 좋은 통치이다. 중요한 것은 지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책화하는데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형‧무형문화재의 보호와 추진]이라는 항목의 구체적인 시책으로 전통의상을 착용하고 건물의 전통 양식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부탄사람이라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남성은 고(Gho), 여성은 키라(Kira)라는 전통의상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여기서 공식적인 자리라는 것은 국경일에 치러지는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할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 관공서와 사원등에 출입할 때, 학교에 갈 때, 가이드나 드라이버로 외국인 관광객을 수행할 때를 말한다.

남성이 입는 고는 자신의 키만큼 긴 가운의 앞섶을 여며 밑단이 무릎길이에 오도록 맞추고 남성미를 강조하기 위해 상의를 풍성하게 부풀려 케이라(Keyra)라는 벨트로 고정시켜 입는 원피스 같은 형태이다. 빳빳한 흰 셔츠를 고 안에 착용해서 목덜미에 살짝 흰 깃이 보이도록 하고 소매 깃은 길게 접어 낸다. 긴 양말을 무릎까지 끌어올려 신는데 당황스럽게도 하의는 따로 없다. 사원에 출입할 때는 카브니(Kabney)라고 부르는 천을 가사처럼 두르게 된다. 남성이 두르는 카브니는 몇가지 색깔로 분류된다. 대표적으로 국왕은 노란색, 국무총리는 주황색, 고위공무원은 파란색, 이외에 무늬가 있고 없음 또는 술이 있고 없음으로 지위가 세분화 된다. 일반인들은 술이 달린 흰색 카브니를 두른다.

0247.JPG 부탄전통의상을 착용한 현지 가이드와 기사들 그리고 필자

여성이 입는 기라는 입는 방법이 두 가지이다. 한 장의 길고 넓은 천을 가지고 스커트의 형태를 만드는데, 한 가지는 한쪽 어깨에서 시작해 반대쪽 어깨로 교차시켜 코마라는 은 브로치로 고정시켜 입는 원피스의 형태(Full kira), 또 다른 한 가지는 오른쪽으로 트임을 만들 수 있도록 천을 접어 허리에 둘러 입는 형태(Half kira)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케이라(Keyra)라는 허리벨트로 고정시키며 상의는 완주(Wanju)라고 불리는 얇은 블라우스를 입고 테고(Tego)라는 겉옷을 걸쳐 남성과 마찬가지로 목덜미와 소매깃을 접어낸다. 여성 역시 사원에 출입할 때는 라추라고 불리는 폭이 좁고 곱게 자수를 놓은 스카프를 왼쪽어깨에 걸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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