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이 춥다. 얇은 옷 몇 가지만 들고 왔더니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 어젠 쇼핑을 했다. 다행히 몸은 따듯해졌다. 그러나 마음은 생각만큼 따듯하지 않다. 이유는 모르겠다. 언제나 혼자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고 있을 뿐.
나의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는 따듯했다.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엔 눈을 뜨자마자 머리 위로 손을 옮겨 무언가가 잡히길 바랐다. 손에 무언가 잡히는 순간 아~~ 산타가 다녀갔구나 싶었으며, 귤 몇 개와 초코파이 하나 그리고 책 한 권 그것만으로 기뻤었다. 그리고 그 감흥은 하루종일 사라지지 않았었다. 아이를 낳고는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했었다. 무엇을 선물해야 좋을까? 와 같은 지금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이었다. 한 번은 딸의 방문을 살며시 열자 잠이 든 딸의 침대 옆 탁자에 색종이로 만든 카드와 한글을 막 배워 삐뚤한 글씨로 '산타 할아버지. 루돌프도 힘들 거예요. 이 돈으로 루돌프에게 맛있는 거 사 주세요.'라는 예쁜 글과 돈 오천 원 그리고 예쁜 접시에 전날 내가 구웠던 쿠키 몇 개가 함께 있는 것 아닌가? 그때 딸의 나이가 네다섯 살 정도로 기억한다. 기특하고 이뻐 산타가 다녀간 것 마냥 카드와 돈을 챙겨 조심히 또 조심히 방문을 닫었었다. 그 돈의 행방은 기억이 안 난다. 딸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게도 산타가 있기를. 내게도 기댈 곳이 있기를. 그러나 내가 기댈 곳을 나뿐이다. 고정관념의 무서움을 이런 날이 될 때마다 느낀다. 나에게도 무언가가 닿기를. 하루가 포근하기를. 현실은 늘 냉정하다. 그것을 알면서도 가끔 가치 없는 꿈을 꾼다. 어리석은 것인지 아니면 누구 말처럼 내가 순진한 건지 솔직히 요즘은 가늠이 되질 않는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처럼 인간이란 좋은 이야기를 많고, 긍정적인 사회적 기능과 활동을 해야 자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가치를 느낄 수 없는 환경에 의한 지배를 받은 경우 삶은 유쾌함과 멀어진다. 다행히 내게는 좋은 이들이 있다. 오늘 아침 눈을 뜨고 커피를 마시며 한국에 전화할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Merry Christmas~~를 말하며 새해 안부까지 전하였다. 조금은 따듯해진 느낌이었다. 내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런 순간에 느낀다.
이곳은 체제상 크리스마스가 없다. 그러나 기분을 내려는 상가들이 가끔 장식을 해 놓기도 한다. 저녁 무렵 거리에 나가면 반짝이는 불빛을 가끔 만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많은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다가왔다. 후회 없이 마음껏 표현하길 바란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순수함은 사라졌지만 각자의 기억을 더듬으며 조금은 더 행복한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