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놀놀일> 김규림, 이승희 공저
20세기까지의 일은 시스템이었다. 우리 대부분은 회사의 부속이었고 갈아끼우면 그만인 존재였다. 일에서 보람이나 자아실현 따위를 이루어내는 건 내 회사도 아닌데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이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가치는 돈에서 삶으로 옮겨갔다. 물론 근로소득 이외에 다른 소득 파이프가 많아져 더 이상 한 회사에 매이지 않는 부분도 있다. 어쩄든 사람들은 이제 급여가 다소 적더라도 정시 퇴근이나 직원 복지가 좋은 회사를 원했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는 워라벨 열풍이 몰아쳤다.(과거형이다. 아직까지 워라벨이 킹왕짱이라 얘기하면 안된다. 제발.) 사람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고 싶어 했고, 정확히는 일과 삶을 분리하고 싶어 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바뀌었다. 컨테이너 벨트 위 점에 불과했던 개인은 SNS를 타고 모두가 콘텐츠의 생산자가 되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워라벨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물론 아직까지 워라벨을 노래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일과 삶이 그렇게 칼로 베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중요한 건 회사의 나와 바깥의 나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가 누구인지 찾는 것이 되었다.
내 관심은 퇴근시간이 아니라 나는 일을 어떻게 하는 사람인가로 옮겨갔다. 더 정확히는 일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가 되었다. 책은 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1. 나를 세상의 기준대로 규정하지 않을 것
2. 나를 여러 개의 자아로 규정할 것
3. 내가 규정한 대로 변화해갈 것.
책은 일과 삶 그리고 재미에 대한 이야기다. 정확히는 모두의 워너비인 <배달의 민족>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고 퇴사한 이들의 일과 삶 그리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왜 글을 쓰는지, 왜 달리기를 하는지, 왜 덕질을 하는지. 그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카테고리를 짧은 만화와 글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공감되고 즐거워서 책을 읽는 내도록 꽤 설레고 흥분되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도 있구나.. 라는 설렘.
덧붙이자면 창의성이란, 관계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선언하는데 창의성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워온 내게 하나부터 열까지 무릎을 치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꽤 많은 부분들이 나와 당신의 삶에서 재정의되어야 한다. 지금은 2022년의 끝자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