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짱고책방

나의 책과 서재에 관한 기억

<아무튼 서재, 김윤관 저>

by 짱고아빠

1. '책은 재산이다'라는 말을 성경 말씀처럼 끼고 살았다. 어릴 적부터 많이 읽기도 했지만 도서 수집광이었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은 그렇게 모았다. 이제야 커피 두 잔 값인 책값이지만 어릴 적 그 돈도 없어 걷기를 선호했던 내게 알라딘 중고서점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책 사고 버스비가 없어 집에 걸어갔다는 누군가의 이야기, 이사할 때마다 책이 문제라는 좋아하는 소문난 다독가들의 책과 서재에 관한 이야기는 이런 나의 수집병을 더 돋구돈 했다. 그 사람을 볼 때 그의 서재를 보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8년 전 자취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방이 아니라 집에 살게 되었다. 남은 방 한 칸을 그토록 원하던 서재로 꾸미곤 한동안 그 방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침실을 두고 잠도 거기서 잘 때도 있었다. 책과 고양이 그리고 떨어지는 햇살과 그 위로 우두두두 다니는 또 다른 고양이들의 발자국 소리. 꽤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한 흔들의자와 커피향 그리고 오래된 책 냄새. 충분했다.


내 오랜 꿈은 언젠가 내가 모셔둔 이 책들을 가지고 중고책방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책장에 꽂힌 책에 담긴 나의 이야기도 시간과 함께 지금도 쌓여가고 있다. 아 물론 지금은 예전처럼 책을 무턱대고 들이진 않는 편이다. 오히려 분양되어 나가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알았다. 가족이 생길수록 우리 집은 좁을 수 밖에 없고 결국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하는 건 결국 책이었다. 물론 전자책의 출현도 여기에 꽤 큰 이유가 되었다.



2.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지난한 차이는 지금도 진행 중인데 아마 이것이 가장 치열한 곳이 아마 출판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전자책은 읽지 않는다는 이들이 있고, 나처럼 더 이상 종이책을 사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다.(종이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들은 못 본 것 같다.) 대부분의 독서가들은 전자책과 종이책의 그 어디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테고, 그것보다도 사실 책보다 유튜브로 읽거나 보는 이들이 이제는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책에 관한 한 지나치게 아날로그이고 싶었지만 나 역시 문명 기기의 편리함에 일찌감치 굴복한 사람이다. 여행 갈 때 두꺼운 책을 들다 이북 리더기로 요즘은 그냥 스마트폰으로 읽는다. 이 편함을 갬성이 이기긴 좀 어렵더라.



3. 책은 목수가 들려주는 서재에 관한 이야기다. 책장과 의자, 테이블 그리고 책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질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읽으며 책을 모으고 내 서재를 물고 빨고 살던 시절의 내가 참 많이 떠올랐다. 책과 나무 향에 밤새는 줄 몰랐던 나의 어린 시절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사뭇 달라진 환경이지만 사실 꽤 많은 밑줄 그으며 읽었다.


나 또한 의자와 매트리스, 키보드와 마우스는 비싸더라도 내게 있어 가장 편한 것으로 선택하는 편인데 저자는 이러한 나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지지리도 없고 가난했던 시절, 늘 걸어서 향하던 동네 도서관에서의 나의 기억과 저자의 기억은 꽤 비슷하고 처음 가진 책장이 종이박스였던 것도 그렇다. ‘패션 디자이너 샤넬의 말처럼 럭셔리의 반대말은 빈곤이 아니라 천박함이다.(p.37)’라는 이야기를 마음에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그랬다. 그랬다. 가난할지언정 천박해지지는 말자. 이 역시 젊음과 책밖에 없던 내 어린 날의 고백이기도 했다.



4. 책이라는 게 참 그렇다. 저자는 서재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진대 나는 오히려 내 어린 날이 떠올리며 괜히 울컥해졌다. 언젠가 나도 넓은 집을 가지고 다시 내 서재를 가지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제는 이 채널로 충분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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