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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Mar 10. 2023

당신의 스마트폰은 안녕하신가요?

<인스타 브레인> 안데르스 한센 저 

1. 책은 정신과 의사의 디지털 생활 보고서이다. SNS, 디지털 환경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지만 그 반대 쪽에서 얼마나 우리 내면을 피폐하게 하는지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모든 곳에서 연결이 가능해졌지만, 모든 곳에서 우리는 외로워졌다. 단적인 예로 스웨덴에서는 성인 10명 중 8명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 아이들의 경우는 이보다 심각하다. 이미 우리는 놀이터에서 놀 줄 모르는 아이, 엄마의 허락을 받아야만 친구와 놀 수 있다고 믿는 아이, 휴대폰 속에서는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았다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자전거도 탈 줄 모르는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1-1.2011년부터 미국 청소년들은 더 외로움을 타고 잠을 제대로 못 자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친구들을 만나지도 않았고, 데이트도 하지 않았으며, 술은 덜 마시고,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도 관심이 없었다. 같은 해 아이폰은 고가 제품에서 연간 1억 2,000만 대가 팔려나가는 대중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p.188)


2. 전 세계를 이 모양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기도 한 스티븐 잡스는 정작 자기 딸의 스마트폰을 엄격하게 관리했다고 한다. 저자는 본인이 하루에 3시간씩 휴대전화를 쓰는 것 때문에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하는데, 내 아이폰의 스크린타임은 6시간을 넘어간다. 나는 스마트폰을 책을 읽잖아라고 자기합리화 했는데 세부내역에 인스타그램이 2시간 37분이다. 이 글을 스마트폰으로 쓰면서도 몇 번이나 SNS 앱을 열고 새로고침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계속 올라오는 알림 창 중 99%가 별 의미 없는 알림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로 고침을 멈출 수 없다. 이미 중독된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분명한 어조로 경고한다.


뇌가 보상 시스템을 빈번하게 활성화시키는 것은 돈, 음식, 섹스, 인정 혹은 새로운 경험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이에 대한 기대감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만큼 우리의 보상 센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것도 없다.(p.73)


3. 요즘 친구들은 차마 상상도 못하겠지만, 예전에 우리는 주위의 거의 모든 전화번호를 외웠었다. 물론 지금은 가족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않는다. 않는 건지 못하는 건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고, 실제로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의 능력의 필요도 암기에서 크리에이티브로 바뀌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경고한다. 우리의 정신 능력 중 너무 많은 부분을 휴대전화에 넘겨주어 우리가 더 멍청해지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실제로 인류의 IQ는 최근 몇 년간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4. 올해부터 스케줄러와 회의록 정리를 아이패드에서 다시 종이와 펜으로 바꾸었다.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 종이에 펜으로 쓰는 그 행위가 좋아서였다. 물론 여전히 내 스케줄과 주요 메모는 구글이 관리하지만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회의에 나는 아이패드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가져가지 않는다. 애플 펜슬과 볼펜이 쓰는 행위 자체는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종이로 바꾸고 스마트폰을 집어넣자 나는 더 이상 회의 때 메신저나 SNS 확인이 아니라 오롯이 내 테이블 반대편의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또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키보드 타이핑보다 손으로 쓰는 글씨를 더 직관적으로 잘 기억하게 되었으며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근거를 대 주었다.


4-1. 연구자는 키보드로 입력한 사람들은 들리는 단어를 그냥 받아 적는 데 그쳤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론했다. 그런데 펜으로 필기 할 경우에는 대부분 키보드처럼 빠르게 적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내용을 적을지 우선순위를 따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손으로 적을 때는 정보를 처리해야만 하고 따라서 그 정보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p.96)


5. 저자는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를 겪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책도 스마트폰으로 잠들기 전 읽었는데, 이내 스마트폰을 껐다가 다시 전원을 눌러켰다. 내일 알람도 스마트폰이 울려줘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나의 주인이 스마트폰인지, 스마트폰의 주인이 나인지는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 온 것 같다. 지금 차고 있는 애플워치가 수명을 다하면 예전에 찼던 시계의 약을 다시 갈아 끼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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