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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Mar 21. 2023

비바! 리퍼플리카!

<유난한 도전> 정경화 저

토스를 이끄는 회사의 이름을 난 늘 '바바리 퍼블리카'라고 읽었다. 그런데 책에서 확실히 알았다. '비바! 리퍼플리카!' 프랑스어인 이 단어는 우리말로 공화정 만세라는 뜻이다.


책은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스타트업, 유니콘 '네카라쿠배당토'의 그 '토'를 맡고 있는 토스의 이야기다. 여느 스타트업의 스토리가 그렇듯 꿈 있고 패기 있는 청년들이 모여 '유난한 도전'을 시작한다. 처음 몇 번의 모델은 망했고, 그렇게 도전을 이어가던 중 생각지도 않은 모델이 터졌다. 간편 금융결제 앱. 토스다.


토스를 처음 아이폰에 깔았던 게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공인인증서 없이 이런 게 된다고?? 에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아니 이 좋은 걸 왜 여태 은행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야? 이미 토스의 간편 사례를 은행에서도 알고 있었을 텐데, 그 이후로도 한동안 은행 앱은 끄떡이 없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그런 은행 앱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집 계약 같은 큰 금액을 이체해야 할 때는 은행 앱을 이용하긴 했지만(그건 또 금액 리밋이 있어서 직접 은행에 가기도..), 백만 원 이하 단위의 금액 송금은 무조건 토스였다. 물론 이후 카뱅과 카페의 등장으로 지금은 그냥 먼저 생각나는 걸 사용하고 있지만 아무튼. 게임체인져. 금융시장의 흐름을 바꾼 건 누가 뭐래도 토스다. 지금은 거의 모든 은행 앱이 간편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스타트업의 성장담을 읽는 건 사실 내게 꽤 즐거운 일이다. 부럽기도 하고, 그들을 통해 느끼는 대리만족도 크다. 도전하지 못해 늘 회사 안에만 머무는 직장인의 로망이랄까. 그런데 이런 거 말고 토스가 내게 일러준 게 몇 가지 있다.


1.C 레벨의 해체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추구한다지만 거의 모든 회사가 겉으로는 '00님'으로 부를지언정 대표로부터 차곡차곡 내려오는 조직 구조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조직의 운영에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구조는 늘 아래로부터 허울뿐인 수평적 조직임을 지적받는다. 내가 본부장을 00님이라 부르든 본부장님이라 부르든 수직적 구조를 유지한다면 결국 변하는 건 없다는 걸 윗 사람들만 모른다. 토스는 여기 과감히 손을 댄다. CEO, CFO 등 C 레벨을 과감히 날려버리고 그들은 다시 리더로 돌아간다. 이 결정이 내겐 꽤 신선했다. 이미 토스는 대기업이라 부를 수 있는 조직임에도 아직도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꽤 놀라웠다.


2. 대표가 반대해도 벌어지는 일들


아마 이 프로젝트의 리더가 보통이 넘는 사람이어서 가능했을 일일 것이다. 토스의 초장기 멤버, 리더들 심지어 대표까지 반대하는 프로젝트를 '로드바이크가 불편한 이유'라는 메일 한 통으로 밀어붙인다. 조직 전체가 반대함에도 한 팀에서 꾸준히 이 서비스를 밀어붙였고, 결국 이 서비스가 승인이 났다는 사실도 놀랄 일이지만 이 에피소드가 토스 전체에 지탄이 아니라 러닝이 됐다는 사실은 더 기절할 만한 일이었다. 물론 이 서비스는 대박이 났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이들은 이 일련의 상황을 러닝 했을 것 같다.


모두의 반대에도 벌어진 '5000원 송금 지원금' 캠페인. 물론 캠페인은 대박이 났다. 와 나라면 이거 할 수 있었을까? 아니 내가 상위자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뜯어말리는 일을 끝까지 밀고 있는 후배 직원을 나는 어떻게 대했을까?


3. 2020년에야 처음으로 손익분기점 처음으로 돌파한 토스


내가 토스를 처음 접한 게 적잖아 2015년 16년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책에서는 2020년에 비로소 토스가 손익분기점을 돌파 했다고 이야기한다. 2020년이면 아마 토스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업이 활발할 시즌일 텐데 그제야 비로소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이들은 정말이지 오래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가야 할 길로 갔고, 그 길에 지금의 토스가 있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무리한 수익모델을 만들었을 법도 한데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비바! 리퍼블리카는 프랑스 혁명 때 주로 사용된 구호라고 한다. 프랑스 혁명, 왕을 교수형에 처하고 왕의 나라에서 모두의 나라가 된 이 날 만큼 단 하루 만에 세상이 뒤집힌 날은 아마 어느 역사를 되짚어 보아도 없을 것이다. 토스가 말하는 유난한 도전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들은 정말로 세상을 한 번 뒤집었다. 앞으로 그들의 도전이 어디까지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건 토스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삼성, LG, 현대 아니면 실패라고 말하는 세상에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하며 도전하고 있다. 설렜다. 이런 도전, 여전히 설레는 것으로 보아 나도 영 늙지는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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