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스펙타클한 한 주를 보낸 한 주의 기록.
1. 최인아 책방 북토크 / 브랜더 이야기
싸이월드, 포켓몬빵, 쏘카. 전혀 다른 이력을 지닌 브랜딩 매니저의 이야기. 마케터라는 직함을 가지고 살며 브랜더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사람들에 대한 오해들이 있다.
모 아니면 도(or 빽도)인 사람들.
99%의 프로젝트를 말아 먹어도 성공한 소수 몇 개의 사례를 가지고 평생 이야기하는 사람들.
숫자로 보여지는 것보다 말이 더 많은 사람들(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 싫어함).
이 양반은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스토리두잉이라고 말했다. 남이 어떻게 했다더라 말고 본인이 뭘 하셨는지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그리고 새삼 내가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그건 니가 한 게 아니라 모두가 한 거라고 했지만,
나도 나만 알고 있는 전국 1등을 찍었던 퍼포먼스가 몇 개 있었고 이를 사적인 자리에서 멋지게 풀어낼 자신 있는 썰들이 있었다.
그 작은 욕을 듣는 게 두려워 왜 나는 이런 걸 내가 했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스토리두잉. 내가 한 일들을 내가 했다고 말하기.
그리고 브랜드를 아이덴티티의 영역이라 설명하며(이 얘기까진 누구나 한다) 이것을 모두가 동의하면 되면 결정이 빠르고 의사소통이 짧다고 했다.
조직의 아이덴티티. 그냥 홈페이지에 올릴 좋은 얘기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진짜 조직의 정체성을 조직원 모두가 공유하면 많은 것들이 자연스레 해결된단다.
2. 개그콘서트 관람기
지방에서 발령 나서 올라와 서울에 살고 있는 주말부부, 기러기엄빠 모임이 있다. 6월의 서브 모임으로 개콘 단관을 제안했고, 치열한 매표 경쟁에서 승리한 이들이 개콘 단관에 다녀왔다.
내게도 개콘이 한주를 마무리하는 마지막이던 시절이 있었기에 꽤 추억 돋았다.
아무리 웃기를 작정하고 모인 이들이라 해도 누군가를 웃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요즘처럼 냉정한 사람들은 더욱 그럴 것인데 그 대단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 보여서,
이름을 알려진 이들이 이 무대에서 겪은 오랜 무명생활들이 지금도 그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이들의 간절함이 무대 위의 대사 하나, 작은 발걸음 하나까지 전달되어 깔깔대다가도 괜히 마음이 더 찡했는지도 모르겠다.
3. 제주출장
파트너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지금도 식은땀이 줄줄 나는 제주 출장을 시작하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주말로 이어지는 금요일이라 이렇게나 사람이 많다.
최악의 상황들이 조합되는 가운데서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자리에 퍼져있는 내게 와서 후배들이 저녁에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민혁 님은 그 와중에 누가 잘못했는지를 얘기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나 같았으면 그냥 울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해결해 내시는 게 짬바구나 했어요.
민혁 님이 실수도 하시네요. 얼굴 하얗게 질려서 뛰어다니는 거 처음 봤어요(ㅋㅋㅋ)
내 실수에 관대해서는 안 되지만 누구나 실수는 한다. 그 실수 앞에 잘잘못을 먼저 따지고, 해결책이 없는 게 문제다. 거기 더해 어떤 선배가 되어야 할지 조금 더 생각했던 시간.
비행기 타러 가자. 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