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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Jul 08. 2024

어느 베스트셀러 작가의 평범한 하루

단순생활자 | 황보름 저

최인아 책방이었다. 잘 큐레이션 된 책방의 책들은 전부 다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흡입력이 셌고, 그 자리에서 한 권씩 펴보다 결국 모조리 사진 찍어 리스트 만들어 두고는 한 권씩 읽어 내려가는 중이다. 그중 제일 먼저 꺼내든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단 단순 생활자. 펴들고 알았다. 이 책이 그 유명한 <어서 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 작가가 쓴 그 이후의 에세이라는 걸. 


글잘잘이라는 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소설이든 에세이든 아무 글이나 써도 좋다. 읽기 편하고 문단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그가 퇴사 이후 전업작가의 삶을 시작하고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을 돌보며 삶의 구석구석을 재점검하는 에세이의 모든 부분이 좋다. 뭐랄까 내가 꿈꾸던 혹은 내게 필요한 삶이 거기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답도 없는 질문을 가끔 할 때가 있다. 먹여살릴 가족이 있다면 내 식구 입에 밥 숟가락 들어가는 게 행복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느즈막히 일어나 자신을 빤히 바라봐 주는 댕댕이 혹은 냥냥이를 꼭 끌어안고 갓 내린 커피향과 함께 딩굴거리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행복이라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죽을 것 같이 뛰고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이 행복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다들 느끼는 행복의 조건이 다를진대 내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동안 떠나지 않았다. 나 행복할까?


"다른 건 다 망친 하루라도 김치볶음밥 하나 맛깔나게 잘 만들어 먹었다면 그날은 뭐라도 하나 한 거"라는 작가의 이야기에, 그 작은 자기와의 약속을 하나하나 지키며 하루를 가꾸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지 않고 해야 할 것들을 해나가는 성실한 삶에 괜히 나의 오늘을 돌아보았다. 정신 없이 바쁘기만 했던 나의 하루. 어쩌면 모든 것을 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놓아버린 삶을 아니었을까.


돌이켜 보면 00을 하지 못해서 망한 것처럼 느껴지는 하루가 꽤 많았다. 사실 영어 공부, 운동, 청소 같은 거 하루쯤 안 해도 내 삶의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오늘 해야 할 출근을 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나 없어도 잘 돌아간다. 나만 인정하지 못할 뿐. 남들이 다 하는 것들 나 좀 못하더라도 괜찮다. 그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충실한 하루를 쌓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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