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짱고책방

AI가바꾸는 세상, 당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먼저 온 미래 | 장강명 저

by 짱고아빠

책을 읽으며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어는 ‘무력감’이다. AI가 그려내는 아니 주도하는 세상 앞에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이세돌이 알파고에서 패한 그 시점부터 바둑 기사들의 경험을 시작점 삼아,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침투한 현장에서 벌어진 변화를 세밀하게 따라간다. 초반에는 좀 지나치게 싶던 바둑 기사들과의 인터뷰가 읽다 보니 이 주제를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는 것이 납득이 간다. 질문은 확장된다. ‘우리가 아는 것이 정말 맞는가’라는 질문은 단지 바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모든 업계, 모든 영역으로 번져간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쓰지 않는다고 해서 나와 무관해지는 것도 아니다. SNS가 그렇듯이 사람들이 이제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그 변화는 나의 가치관과 생활방식까지 흔든다. 기술은 ‘환경’을 바꾸고 그 환경은 어떤 모양이든 우리를 재정의한다. 이 지점에서 작가는 기술이 가치중립적이라는 낙관을 경계한다. 칼과 총의 용도가 이미 제작자에 의해 결정되었듯 과학기술은 물질세계뿐 아니라 정신세계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권력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꽤 충격적이었다. 과학이 가치중립적이 아니라니!


또한 책은 기술혁신이 언제나 모두를 동일하게 이롭게 하지 않는다는 점을 역사적 사례와 함께 짚는다. 인쇄술이 교회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지식인 집단을 키웠듯, 어떤 신기술은 기득권을 흔드는 동시에 주변부에 기회를 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권위는 무너지고, 전문가의 목소리는 약해지고, ‘AI가 뭐라고 하네요’라는 말이 권위를 대신하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변화 같기도 하지만 이 끝에는 작가가 경고하듯 ‘공허의 시대’가 우리를 기다릴 수 있다. 가치가 시장 가격으로만 환원되고 재미와 의미를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 속에서 우리는 정작 좋은 삶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그렇게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지만 ‘좋은 삶’이란 단어가 이렇게 불확실하게 들린 적이 있었나. 가치 있는 삶이 좋은 삶일까, 재미있는 삶이 좋은 삶일까. 혹은 전혀 다른 무엇일까.

기술이 삶의 구조와 기준을 바꿀 때 그 답을 밖에서 구할 순 없다. 우리는 스스로 묻고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단순한 비관에 머물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아직 할 수 없는 일 즉 좋은 상상을 하고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을 인간의 몫으로 남겨둔다.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다. 우리는 우리 영혼의 선장이다. 아직까지는"이라는 마지막 문장은 기술의 급류 속에서도 방향 키를 쥔 손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들린다.


우리는 결국 스스로의 ‘좋은 삶’을 정의해야 한다. AI가 재편한 질서 속에서도 내가 놓지 않을 가치와 지향을 명확히 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내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가 대신 써준 삶의 설명서 속에 갇혀버릴 것이다. 지금 당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Tip. AI가 바꾸는 세상 속에서도 당신만의 기준을 세워보세요. 그 선택이 미래를 만듭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