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코리아 2026 | 김난도 외 공저
트렌드코리아는 읽고 싶지 않아도 읽어야 할 것 같고 또 굳이 읽지 않더라도 어딘가에서는 분명히 만나게 되는 책이다. 책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으니 내가 밑줄 친 것 중심으로 정리하려 한다. 참 올해의 주제는 HORSE POWER AI이다.
고객의 나이를 묻는 질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책은 인구통계학적 구분이 무너지고 개인의 가치관, 관심사, 생활방식이 소비를 결정하는 심리특성(psychographics)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연령과 성별이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를 기준으로 세상이 나뉜다. 소비자는 더 이상 타깃이 아니라 세계관을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자가 되었다. 브랜드의 언어 또한 판매에서 공감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컬 더 이상 낡은 시장이 아니다. 글로벌 브랜드가 로컬과 협업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시대다. 유니클로나 스타벅스가 지역의 디자이너와 협업해 그 지역에만 있는 컬렉션과 매장을 선보이는 것처럼 브랜드는 지역성과 희소성을 결합하며 새로운 형태의 공존을 만들어낸다. 이 공진화의 핵심은 일방적인 도움이나 차용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연결해 서로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일이다. 이 흐름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함께 잘 사는 방법을 보여준다.
무엇을 만들까 보다 어떤 기분을 선사할까. 감정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저자는 경고한다. 좋은 기분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결국 감정의 표준화를 낳을 거라고. 불안, 슬픔, 지루함 같은 감정은 인간의 본질이며 이것이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어 부정이 사라진 사회는 깊이를 잃는다. 필코노미 시대의 브랜드는 감정을 파는 법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진짜 위로는 기분을 조작하는 기술이 아니라 이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AI가 큐레이션 하는 시대에 검색창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누가 더 먼저 노출되는가 보다 누가 더 정확히 맥락을 읽는가가 중요한 시대다. 이제 사용자는 클릭조차 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고객의 행동 이전에 그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선택 이전의 선택이란 결국 맥락의 싸움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 경쟁력은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해하는 것’에 있다.
KPI는 한동안 조직을 유지하는 중요한 평가 툴이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OKR은 목표와 핵심 결과를 명확히 설정해 구성원이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는 자율 경영 도구다. 위에서 지시받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이해하며 스스로 목적을 세운다. 이는 성과관리 시스템을 넘어 조직 전체가 하나의 방향으로 호흡하게 만드는 심리적 나침반이다.
이제 AI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전제다. 지금까지의 T형 인재가 깊이와 넓이를 가진 전문가였다면 π형 인재는 여기에 AI 활용 능력을 더한 존재다. 여전히 많은 조직이 AI의 전면 도입을 망설이지만 변화의 속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저자는 말한다. "필경사의 일을 지켜주기 위해 컴퓨터의 도입을 미룰 수는 없었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결국 AI를 잘 활용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AI와 협력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들이 미래의 중심이 된다.
완벽함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최소 기능 제품(MVP)으로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고 실험과 개선을 반복하는 ‘영원한 베타(permanent beta)’ 전략이 강조된다. 아직 부족하더라도 일단 실행하고 피드백을 통해 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는 결함이 아니라 데이터다. 완벽함이 브랜드인 애플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기서 찾은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언어 하나도 완벽을 추구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흐름은 제품뿐 아니라 관계에도 적용된다. 고객이 떠나는 순간조차 ‘긍정적 이탈 경험(Positive Exit Experience)’을 설계해야 한다. 잘 헤어져야 다시 만날 수 있다.
AI, 감정, 로컬, 자율, 맥락. 끊임없이 변화하는 키워드들이 결국 인간다움으로 수렴한다는 점도 포인트이다. 기술과 효율의 시대일수록 인간의 감정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것이 태어나기도 전의 일인 복고를 지금의 MZ와 잘파세대가 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속도가 아니라 방향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