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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짱고책방

나를 키우는 전략

너라는 브랜드를 마케팅하라 | 이소라 저

by 짱고아빠

사실 <돌싱글즈>를 보지 않아 저자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 그저 표지의 그의 커리어가 멋져 보였다. UC 버클리는 여전히 내 워너비(지금도 만학도로 등록 가능할까)고 그가 경험한 회사들의 이름들이 그저 부러웠다. 지금 내 관심사가 상당 부분 브랜드와 마케팅이라 궁금하기도 했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지금 나의 고민을 적확하게 짚어낸다. "한국은 아직도 나대는 사람을 싫어하고 겸손이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격하게 동의하며 다시 내 고민을 시작했다. 어떻게 나를 알릴 수 있을까. 사실 꽤 오랜 시간 그 질문 앞에 서 있던 내게 그의 조언은 꽤 큰 힘이 되었다.


1. 커리어는 결국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다

넷플릭스의 CEO 헤이스팅스의 말이다. "최고의 회사란 핑퐁 테이블이나 공짜 커피가 아니라, A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 동의한다. 업무의 이슈 대부분은 업무 자체가 아니라 사람에게로부터 기인한다. 업무의 이슈는 어려울수록 함께 해결해 가는 맛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사람 자체가 답이 없으면 그냥 답이 없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고 사실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먼저 나부터 A 플레이어인지 돌아봐야 할뿐더러, 이런 장밋빛 비전 이전에 야근과 밀린 보고서 그리고 무수한 실수 속에서 나는 서 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지금 경험한 이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축적되어 역량이 될 거라고. 성장은 어디서든 가능하다. 내가 만난 사람들과 그 시간들로 부터 좋은 것은 흡수하고 좋지 않은 것은 걸러내는 능력을 키우면서 말이다.

그는 "내가 잘하는 것과 시장이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즐거운 것”이 겹치는 지점이 진짜 성공과 만족을 누릴 거라 말한다. 이 세 가지를 아는 게 쉽지는 않지만 어디 있는지는 명확하다. 우리는 엉뚱한 데서 나를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즐거운 것 그리고 그것을 세상이 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것을 업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취미의 영역에 던져둘 것인지는 스스로가 결정할 일이다.

결국 브랜드란 직함이나 경력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경험의 총합에서 출발한다. 멋진 브랜드? 본인 하기 나름이다.



2. 이타적인 태도는 결국 가장 현명한 전략이다


저자도 말한다. 옆에서 입만 털면서 실적을 다 가져가는 밉상들은 어디에나 있고 본인도 너무너무 싫어한다고. 그리고 조금 더 긴 시간을 돌아보자면 결국 가장 생산성이 뛰어난 사람은 저런 얌체가 아니라 기버(Giver)라고 단언한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결국 신뢰를 얻고 존경을 쌓는 사람들. 내 주변의 진짜 일잘러들 이 몇 떠올랐다. 그들의 입은 무겁지만 누군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제일 먼저 손을 내미는 이들이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자신의 노트북으로 돌아간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 필요한 사람.

사내정치에 대한 첨언도 흥미로웠는데 개인적으로는 사내정치에 굉장히 부정적이지만, 그는 이 역시도 팀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어떤 프로세스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부분도 새겨들어야 할 것 같았다.



3. 실패를 통해 배우는 사람


그는 실패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배우는 사람은 항상 안전한 선택만 하는 사람보다 더 큰 성장을 이룰 거라 말한다. 사실 누구나 실패가 싫다. 나도 그렇다. 완벽하고 싶다는 욕망, 뒷담화에 걸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복잡적으로 자리해 실패했다는 걸 알지만 그것을 억지로 포장하려 한다. 어떤 경우는 그것은 내가 몰랐다며 비켜 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실패를 경험한 사람만이 진짜 배우는 사람이라 말한다. 아픔을 견디는 법을 알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아는 사람. 그래서 누군가 같은 실수로 넘어졌을 때 가만히 그의 곁에서 함께 비를 맞아 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이 실패를 거치며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사랑하는지도 조금씩 명확하게 알게 된다.



사실 나는 저자에게서 '나를 알리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남은 건 ‘나를 이해하는 법’이다.

자신을 브랜드로 세운다는 건 타인을 이기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나를 정확히 아는 일이다.

경험을 흡수하고, 관계를 쌓고, 나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이 모든 과정이 어쩌면 결국 브랜딩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아주 조금 길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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