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먹테기가 왔다.

by 짱고아빠

또 먹테기가 왔다. 정말 잊을 만하면 돌아온다.

겨우겨우 하이체어에 앉아 처음 몇 숟갈 얻어먹은 아이는 이내 입을 앙 다문다.

그리고는 마치 숟가락을 보지 않기로 작정한 아이처럼 먼 곳을 보며 딴청을 피우고 자꾸 무언가를 가져다 달라고 요구한다.


'잘 먹는 아이'가 아이의 시그니처 같은 말이었는데 가끔 이럴 때면 진짜 아빠 속은 뒤집어진다.

그래도 지금의 도리도리가 푸드핑거 시절의 밥테기보다는 조금 나아졌다는 게 위로가 되려나.

그때는 마치 '아빠, 제가 이 계란말이를 어디까지 던질 수 있는지 보세요'하는 표정으로 계란말이를 하늘로 던져댔다. 그리고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얼굴로 박수를 치며 깔깔댔다.


으악!!!!!!!!!!! 천정으로, 거실로 하염없이 날아간 계란말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하염없이 소리를 질렀다.


아이가 안 먹으니 나도 점점 예민해진다.

숟가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도 커진다.

식식.

참다못해 결국 냅다 소리를 질렀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는 이것마저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얼굴이 붉그락붉그락 해진 아빠를 보며 깔깔 웃는다.


그 웃음 앞에서 아이에게 화가 난 건지, 나 자신에게 화가 난 건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애먼 화는 방향을 잃고 만다.

(호옥시 아이가 아빠의 분노를 인지했음에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웃었다면 나는 너무 슬플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대체 난 뭐에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 걸까.

안 먹어서였을까. 아니면 오늘 하루를 잘 해내지 못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혹은 아이가 너무 안 먹으니 간을 조금만 하주자는 요청에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아이 엄마 때문이었을까.


답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화가 나 있다.

그렇게 아이가 남긴 밥을 내 입에 욱여넣는다.

이런 끼니가 몇 번 계속되면 나도 조금은 서글퍼진다.


어린이집 선생님 말로는 거기서는 그렇게 잘 먹는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니 한편으로 안심이 되면서도 조금 서운해진다.

내 새끼지만 어린이집에서는 다른 아이가 된다더니 아침저녁으로 이렇게 아빠를 애 먹이면서, 낮에는 다른 얼굴로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에 또 울컥하지만 아이에게도 내가 모르는 시간이 생겼다는 걸, 녀석도 어쩌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걸 어렴풋이 실감하게 된다.


지도 컸는지 요즘은 잠도 잘 자지 않으려 한다.

예전에는 7시 반만 되면 자연스럽게 하품을 하고 눈을 감던 아이가, 요즘은 8시를 넘기고 9시 반까지 버티고 버틴다.

불을 끄면 울고 누워있는 아빠의 손을 잡아끌고는 더 놀자고 생떼를 부린다.

눈은 이미 꿈나라로 떠난 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아쉬운지 오늘 하루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미운 몇 살이라고 하는데 겪어보진 못했지만 아마 이런 거 아닐까. 고집도 땡강도 자꾸만 는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좀 답답해진다.


육아에 관해 첵으로 배울 때는 숟가락 드는 법, 포크 쓰는 법, 빨대 없이 컵으로 물 마시는 법. 식사도 잠도 다 가르쳐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키워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실 알려준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안 알려준다고 크게 아이의 삶이 망가지는 것 같지도 않다.


아이는 나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자기의 속도로 자라고, 아빠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옆에서 계속 같은 말과 행동을 반복하며 아이가 익숙해지기를 기다릴 뿐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오늘 저녁은 안 먹겠다고 고개를 돌리니 '그럼 안 먹으면 이거 치울게'하고 식판을 치워버렸다.

그리고 하이체어에서 아이를 내렸다.

그러자 아이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바닥에 내려온 아이는 다시 앉혀달라고 발을 동동 구른다.

모른 체하며 소파에 와서 앉았다. 그리고 '안 먹는다고 했잖아'라고 나도 아이의 속을 긁어주었다.


거의 울기 직전의 아이를 '그럼 다시 먹는 거다'하고 자리에 앉힌다.

비록 몇 숟갈이지만 그제야 아이는 입을 벌린다.

하지만 결국 밥그릇을 밀어낸 아이는 오늘도 바나나와 귤로 배를 채웠다.

이 방법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오늘이 지나갔다.


몇몇 육아고수들에게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야 하는가 묻기도 했다.

간을 해라, 먹이지 마라 다양한 설루션이 나왔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내 맘처럼 되지 않는 아이 앞에서 나는 자주 작아지고 화를 내고 다시 풀어진다.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그냥 나와 함께 웃고, 울고, 먹고, 잠든다.


그래도 나는 안다.

이 답답한 밤이 여러 날이 지나면 아이는 또 즐겁게 식사를 시작할 것이다.

다만 내가 오늘 조금 지쳤다는 것.

어쩄거나 아이는 잠들었고 나의 하루는 그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끝났다.


쉽지 않은 하루,

2025년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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