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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고전인 이유

순전한 기독교 | C S 루이스 저

by 짱고아빠

1. 대학 시절의 독서,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대학 시절이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시절이었고(아 지금도 열심히 다닌다)

크리스천 서적 위주로 독서를 하던 뭐 그런 시절이었다.

그때 후배들에게 이 책을 소개할 때 이 책을 '잘 정리된 기독교 입문서' 혹은 비기독교인들이라면 안내서 정도로 소개하곤 했다.

깔끔한 논리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냉철에 감탄했고 이 정도는 되야 고전이구나 하며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흘렀고 어쩌다 스쿠르테이프의 편지를 꺼내들다가 다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지만 앞의 책과 같이 재독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20년전에 이 책은 그저 깔끔한 논리에 관한 감탄이었다면,

지금의 <순전한 기독교>는 나의 신앙 지식이 아니라, 신앙의 태도를 묻고 있었다.


2. 크리스천에게 이 책이 고전이 되는 이유


<순전한 기독교>는 크리스천에게 흔히 고전으로 불린다.

C.S 루이스는 이 책을 통해 신앙의 핵심 즉 "기독교인이란 무엇인가"를 말하기 전에 "인간은 왜 이렇게 살아가는가"를 묻는다.

사실 그렇다. 종교의 진짜 의미는 내세에서의 행복을 담보하기 보다 오늘 이땅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그곳에서 기독교의 의미를 찾는다.


그래서 이 책은 신앙생활이 오래된 이들에게도 유효하다.

예배와 봉사, 교회 사역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신앙을 설명하는 언어에만 능숙해지지만 정작 왜 매주 교회에 가는지는 흐릿해질 때가 있다.

이 책은 그 지점을 정직하게 건드린다. 믿음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신앙이 관성이 되지 않도록 진짜 우리 삶을 붙잡아주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다.



3. 설득이 아니라 설명, 논쟁이 아니라 대화


이 책을 비기독교인들에게 추천했는 이유도 다시 읽으며 알 수 있었다.

그는 기독교를 방어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명이 상대를 이기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 함께 생각하기 위한 언어들이다.


오래된 책이라 평을 찾아보기 쉬운데 이 책은 개종시키려 하지 않는다던지 동의하지 않아도 끝까지 읽게 된다는 평가들이 꽤 많다.

기독교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나 오해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분명 유효하다.

기독교가 감정적 호소나 도덕적 우월감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유 체계로, 인간 이해의 틀로 제시될 때 어떤 대화가 가능한지를 이 책은 꽤 정확하게 보여준다.



4. 오해를 걷어내는 데 필요한 한 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풀고 기독교에 대해 안내하는 가장 좋은 입문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독교는 맹목적인 믿음이라는 오해, 이성적 사고를 포기해야 한다는 오해, 혹은 착하게 살라는 이야기로만 환원되는 오해들.

루이스는 그 모든 단순화를 경계하며 성경이 진짜로 인간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우리게 풀어준다.


그는 신앙을 믿음과 이성의 대립으로 세우지 않고, 오히려 이성이 어디까지 인간을 데려갈 수 있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지점에서 신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설명한다.

이 과정은 크리스천에게는 자신의 믿음을 언어로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고, 비기독교인에게는 기독교를 '생각해볼 만한 세계관'으로 인지시킨다.



5. 이 책을 다시 읽을 이유


대학 시절의 나는 이 책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이 책 앞에서 다시 질문자가 되었다.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 믿는다고 말하는 나는 여전히 무엇을 회피하고 있는가.


<순전한 기독교>는 읽을수록 더 단순해지고 동시에 더 어려워지는 책인 것 같다.

그래서 아마도 오래 살아남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신앙을 이미 가진 이들에게도, 아직 갖지 않은 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믿으라고 재촉하지 않고, 생각해보라고 초대하는 방식으로.

그 태도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지금 다시 읽을, 아니 오래두고 자주 꺼내 읽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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