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서울에서, 잠은 제주에서> / 박상영 저
작가의 친구가 된다는 건 어떤 일일까. 어쩌다 다양한 직업군의 친구를 가지고 있지만 생각해 보니 글을 쓰는 친구는 없는 것 같다. 요즘이야 출간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어떤 의미로 나도 출간을 계획하고는 있지만 어쨌거나 전업작가 더군다나 소설가를 친구로 두고 옆에서 지켜보는 건 어떨까 했는데 이 호기심을 단숨에 박상영 작가가 해결해 주었다. 더군다나 제주의 작은 섬 가파도의 파도와 함께.
<1차원이 되고 싶어>,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기민한 감정을 표현해 준 박상영 작가는 특유의 유쾌함으로 어쩌다 제주에서 머물게 된 몇 개월의 삶을 우리에게 12편의 이야기로 나누어 들려준다. <방구석 1열>의 팬인데 그곳에 나오는 작가님의 캐릭터는 연출됐다기 보다 아마 진짜 박상영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 유쾌함이 12편의 이야기기로 이어지는데 늘 마음에만 품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제주의 삶, 그리고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작가의 삶을 체험하는 느낌이라 피식피식 웃으며 읽을 수 있어 나는 좋았다.
나에게 있어 가파도에서의 삶이 자유와 휴식의 동의어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세상 어딘가에 이런 형태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했다. 이제 나는 가파도를 떠나야만 하지만, 때때로 숨이 막히게 힘든 일을 마주할 때마다 소란하고도 외로운 이 공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죽는 날까지 지금 이 시간을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12권 p.16)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다. 나뿐 아니라 대도시에 찌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쩌다 보니 그 소망을 실제 삶에서 실현시킨 이들을 주위에서 몇 만났는데 대부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올라오곤 했다. 생각보다 먹고 살 일이 없어서, 제주 사람들의 텃세가 심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그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생각보다 자유와 휴식 같은 게 없어서. 아니 더 정확히는 '외로워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 외로워서 서울을 떠났는데, 철저하게 홀로 던져진 것이 외로워서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는 이들의 이야기에 외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 그랬던 것 같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존재’라고.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사람들은 분노하고 적을 만들고, 어떻게든 외로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녁마다 약속을 잡고, 팔로워나 좋아요 수에 집착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럴수록 사람들은 더욱 외로워진다고. 그러고 보니 나도 그랬다. 헛헛한 날, 붙잡고 있는 건 결국 스마트폰이었다. 누군가의 연락, 아니 사람의 손길이 간절하던 어느 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책을 파던 중에 또 누군가는 이야기했다. 더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고. 더 깊이 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이다.
고개를 들어 내 앞에 가만히 핀 꽃을 본다. 공기만으로 갑갑해 죽을 것 같은 사무실 한가운데도 꽃은 피어난다. 박상영 작가가 말한 다른 형태의 삶이라는 건 이런 걸까. 이 꽃은 이 사무실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
외로운 밤. 나도 제주에 가고 싶어졌다. 친절한 이웃들과 같이 맛있는 막걸리에 오늘 느낀 나의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옆에 둘러앉았을 법한 내 친절한 이웃들에 대해 생각했다. 외로운데 외롭지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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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서울에서, 잠은 제주에서 / 박상영 저 / 2022 / 밀리의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