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진심과는 전혀 다른 말을 쏟아내고
마음은 무겁기만 하네
그러나
너 또한
언제 가는 이 마음 알게 되겠지
그 시간 동안 내가
'엄마'라는 자리를
잘 버텨내기를
기도할 뿐이다
외할머니의 거칠었던 말과 행동을
결코 내 딸에게는 대물림하지 않으리라는
결단으로
너를 너무 금지옥엽 키웠던 것은 아니었나
가끔 후회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이는
너를 대할 때,
그 많은 양의
부모 되기 공부조차
무력해짐을 경험한단다
엄마라는 자리는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다 한다고 한들
더 큰 수용과 이해를 바라는 딸에게
모자라고 모자란
그런 자리더구나
나는 다를 줄 알았어
외할머니가 엄마라는 자리를 내던지고
자신의 인생
자아성취를 위해 달려 나갈 때
나는 엄마가 되어
저렇게는 살지 않겠다고
꽤나 다짐을 했다
그러나,
그 다짐을 실천한답시고
헬리콥터 맘
열혈맘 흉내를 낼 때
너는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으로
나의 '엄마 되기 프로젝트'에
균열을 내더구나
그리고,
고3이 된 너를 위해
살얼음판 위를 걷듯
하루하루 눈치 보는 내게
30년 전의 나처럼
여지없는 원망의 말을 쏟는
너를 보며
그때서야 깨달았어
엄마라는 자리는
그 자리는
그런 섭섭함을 받아들이는 일이
대부분의 일인
자리라는 것을 말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높은 자리
고3인 너의 힘듦을
내가 감히 이해하겠냐만은!
그럼에도
한 번은 생각해 주면 좋겠어
엄마도,
위로가 필요하단다
아무리 애를 써도
"엄마 고마워요"보다
"엄마 때문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자리라는 것을
긴 시간
버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구나
공감이라는 능력치를 발휘하는 것은
자기의 영역에 없다는 듯
자신만의 세계를 열심히 살아가는
아빠는 열외를 시켜두자꾸나
너라도
가끔은
엄마도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싶네
네 삶의 중요한 시기라는 것과
그래서 더 여유가 없는 것을 이해한다마는,
네 엄마도
때로 상처받은 마음
때로 위로받고 싶은
너와 같은 성정을 가졌다는 것을 말이야
딸!
있잖아,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