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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나 Apr 04. 2022

엄마도 위로가 필요해

고3 딸에게 보내는 편지

오늘도 진심과는 전혀 다른 말쏟아내고

마음은 무겁기만 하

그러나

너 또한

언제 가이 마음 알게 되겠지

그 시간 동안 내가

 '엄마'라는 자리를

잘 버텨내기를

기도할 뿐이다


외할머니의 거칠었던 말과 행동

결코 내 딸에게는 대물림하지 않으리라는

결단으로

너를 너무 금지옥엽 키웠던 것은 아니었나

가끔 후회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이는

너를 대할 때,

그 많은 양의

부모 되기 공부조차

무력해짐을 경험한단다


엄마라는 자리는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다 한다고 한들

더 큰 수용과 이해를 바라는 딸에게

모자라고 모자란

그런 자리더구나

나는 다를 줄 알았어

외할머니가 엄마라는 자리를 내던지고

자신의 인생

자아성취를 위해 달려 나갈 때

나는 엄마가 되어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꽤나 다짐을 했다

그러나,

그 다짐을 실천한답시고

헬리콥터 맘

열혈맘 흉내를 낼 때

너는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 

나의 '엄마 되기 프로젝트'에

균열을 내더구나

그리고,

고3이 된 너를 위해

살얼음판 위를 걷듯

하루하루 눈치 보는 내게

30년 전의 나처럼

여지없는 원망의 말을 쏟는

너를 보며

그때서야 깨달았어

엄마라는 자리

그 자리

그런 섭섭함을 받아들이는 일이

대부분의 일인

자리라는 것을 말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높은 자리

고3인 너의 힘듦을

내가 감히 이해하겠냐만은!

그럼에도

한 번은 각해 주면 좋겠어

엄마도,

위로가 필요하단다

아무리 애를 써도

"엄마 고마워요"보다

"엄마 때문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자리라는 것을

긴 시간

버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구나

공감이라는 능력치를 발휘하는 것은

자기의 영역에 없다는 듯

자신의 세계를 열심히 살아가는

아빠는 열외를 시켜두꾸나

너라도

가끔은

엄마도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싶네

네 삶의 중요한 시기라는 것과

그래서 더 여유가 없는 것을 이해한다마는,

네 엄마도

상처받은 마음

때로 위로받고 싶은

너와 같은 성정을 가졌다는 것을 말이야

딸!

있잖아,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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