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출근과 출근 거부 사이 그 어딘가

Covid 라이프

by 낯선CEO

지난 2년간, 전 세계 비즈니스 운영자들에게 Covid-19에 대한 대처는 가장 고민스러운 과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나도 그랬다. 특히 금번 100일이 넘는 긴 락다운 동안, 우리는 전면 재택 근무를 진행해야만 했다. 매일 아침, 비콜을 통해 하루 업무를 점검하고, 매일 오후, 업무 성과를 공유했다. 모든 직원들이 재택근무로도 아무런 이슈가 없다고 포장하고, 실제로도 초반엔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력은 약해지고, 협업을 통한 성과는 점점 줄어드는 한계가 분명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짚어내기라도 하면 직원들의 건강을 우선시하지 않는 보스, 디지털 세대에 감 떨어진 리더 등의 프레임에 옥죌까 염려되어 혼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끝이라는 건 엄연히 존재하는 법. 긴 락다운의 끝, 12월 3일 자로, 정부는 오클랜드 지역을 Covid-19 신호등 레드 단계로 전환을 발표했고,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참고로, 뉴질랜드의 Covid-19 신호등 시스템은 '위드 코로나'와 비슷한 개념으로, 백신 접종 완료율 90% 도달과 동시에 적용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크게 '백신 접종에 대한 의무화 여부', '사무실 복귀에 대한 정책'이 주요 의사결정 과정이었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 대한 강제 여부는 답이 정해져 있었다. 정부의 정책 방향, 직원들의 의견 모두 백신 접종 의무화를 향해 있었다. 문제는 사무실 복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사무실 복귀에 대해서 '재택 근무 권장'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취했고, 직원들은 갖가지 이유를 통해 사무실로 복귀할 수 없다는 우려와 실망을 표했다.


특히, 인사 담당자의 Bottom-up 방식의 의견 취합 과정으로는 원하는 합의를 이끌어내기에 불가능해보였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내년도 계약을 앞두고, 우리는 몰입감있는 협업이 필요했고, 실제로 고객사에게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그들을 서포트하고 있는지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 달째 올해 성과 및 내년도 비즈니스 플랜에 대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었고, 이를 준비하는 팀장들조차 일정도 맞추지 못하고, 그저 핑계만 늘어날 뿐이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오피스 복귀 전날, 인사담당자가 전달해준 출근자 리스트에는 나와 인사담당자만 출근하고, 하루 평균 2명이 사무실에서 업무하겠다는 플랜이었다. 팀장들을 모아놓고 이유를 물었다. 한 팀장은 직원들의 우려와 반대를 핑계로, 또 다른 이는 재택 근무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다른 팀장은 인사담당자의 초반 커뮤니케이션 방향성 미스, 인사담당자는 다른 팀장들의 서포트 부족을 이유로 모두 남 탓하며, 애둘러 본인들도 사무실 복귀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심 전달하고 싶어했다.


밤을 지새야 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사무실은 안 오면서, 크리스마스 파티는 하고 싶어하는 직원들이 야속했고, 그 와중에 팀 별 아웃팅, 런치 등에 회사 비용을 쓰겠다는 수많은 이메일을 쓰는 친구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무실 복귀는 싫고, 놀고는 싶다는 건가. 그렇게 답답한 생각의 끝에, 새벽 언제쯤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비즈니스 상에서 과연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할까? 그렇다. 그건 지나친 욕심이다. 모로가도 비즈니스가 성공하면 되는 거다.


그렇게 자기 암시를 하며, 아침 일찍 전사 공지를 했다. 우리는 백신의무화를 지지한다. 따라서,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출근이 가능하다. 그리고, Covid-19 신호등 레드에서 팀장을 제외한 직원들의 출근은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덧붙여, 크리스마스 파티 및 사내 행사도 이 기간동안은 취소하겠다고 했다. 단호히. 물론, 마음이 지지리도 약해빠진 나는, 곧 성대한 크리스마스 파티와 아낌없는 선물을 계획하고 있다. 요약해 보자면, 우린 오피스 복귀를 추진했고, 직원들은 힘을 합쳐 '자율 출근과 출근 거부, 그 중간 어딘가의 입장'으로 대응했다.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