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의 시대

마케팅에 대한 고찰

by 낯선CEO

오후에 갑자기 비즈니스 디렉터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내년도 계약을 위한 마지막 미팅을 준비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녀는 항상 고민스러울 때 내 방을 찾곤한다. 그녀의 고민은 왜 우리는 전략과 컨설팅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가 였고, 그 배경엔 광고주의 마케팅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분명 있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요즘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케팅은 본래 '사람의 마음을 얻어 구매라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한동안은 브랜딩이라는 명목 하에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에 집중하던 시절도 있었다. 결국 브랜드 활동을 강화하면, 이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은 장/단기적으로 구매를 더 일으킨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 년간,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활용해 구매 행동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무게 중심이 '구매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넘어가 있는 것이 요즘이다. 그렇다. 이는 진정한 마케팅 A to Z를 시도해볼 수 있는 혁신적 기회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통해 만나는 광고주, 파트너, 동료들 가운데는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는 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아직도 잘만든 Creative 하나로 홈런을 칠 수 있다 믿는다. 그리고 세일즈보다는 브랜딩, 회사보다는 업계에서 본인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우리는 이들을 'Dinosaur'라고 부른다. 얼마 전, 지난 2년간 우리와 모든 관점에서 대척점에 있던 그녀가 이직을 알렸을 때, 우리 팀들이 환호했던 것은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가끔씩 프리젠테이션에 영화 '머니볼'을 언급하곤 한다. 내 관점에서는 이는 데이터를 기반한 혁신에 대한 영화이고, 단지 소재만 야구였을 뿐이다. 우린 오늘도 머니볼을 언급하며, 마지막 미팅 때 이 내용을 포함하기로 했다. 대화 말미에 비즈니스 디렉터는 솔직히 고백했다.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고, 퇴근 후 저녁에 꼭 보겠다고 말이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스쳤다. 혹시 너도 'Dinosaur' 아니지? 뒷덜미가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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