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드디어 크리스마스 파티 당일이 밝았다. 금번 파티는 비즈니스 디렉터의 제안으로 본인 집의 뒷마당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참고로, 그녀의 집은 앞 뒤로 확 트인 마당과 유럽식 인테리어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2층 집으로 특히 바다와 인접해 닿아있는 뒷 뜰에 몇 백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락다운 기간 중, 정부의 아웃도어 미팅 허용 방침이 발표된 지 얼마되지 않아, 그녀는 그녀의 팀과 나를 초대한 바 있다. 얼마나 좋은 장소인지 알기에, 혹시나 부담을 주는 게 아닐까란 생각은 고이 접어 넣어 두었다.
오전부터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그나마, 장을 보고, 미리 도착해서 준비할 팀들만 사무실에 그 존재를 드러냈다. 하지만, 나는 여유부릴 시간이 없었다. 오늘 크리스마스 파티는 크게 1부 워크샵과 2부 파티로 구성이 되었는데, 워크샵 끝자락, 내게 할애된 시간을 준비해야 했다. 그래도, 연말 파티인데 고생했다고 해줘야 하나, 아님 따끔하게 한 마디 해줘야 하나. 마치 천사와 악마의 유혹처럼, 준비하는 내내 고민이 한가득이다. 그래도, 결국은 우리가 얼마나 잘 해왔는 지에 방점을 찍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화두도 던져주고 싶었다.
그 와중에 광고주의 급한 요청 사항들을 처리하고, 이메일로 몇 가지를 처리하니 어느덧 12시가 넘어, 급하게 차를 몰고, 파티장으로 향했다.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은 한 가지. 난 'Secret Santa' 프로그램에 막상 참여는 해놓고 선물을 챙겨오지 않았다. 아니, 지난 며칠간 매일같이 이어간 야근으로 선물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 모든 파티, 음식, 주류, 선물은 모두 내가 부담했다고 되뇌이며, 잊어버리고자 했다. 물론 후에 진행된 'Secret Santa'가 끝나고 난 내가 선물하기로 되어 있던 친구에게 이실직고하고, 크리스마스 전에 전달해주겠노라 약속했다.
그렇게, 점심 식사가 먼저 시작됐다. 오늘 점심은 인근 카페에서 케이터링을 했다. 25명에 800불이면 그나마도 선방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전에 비즈니스 티렉터는 프라이빗 쉐프를 불러 특별하게 보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1인당 180불이라는 말에 최선을 다해 태연한 척 거절했다. 결국, 내 의중을 간파한 우리 관리 팀장은 점심은 카페 케이터링, 저녁은 바베큐로 결정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 날의 메인은 음식이 아니라, 쉴 새 없이 들이키는 알코올이었기 때문이다.
1부 워크샵은 비즈니스 디렉터와 쇼퍼 솔루션 디렉터가 이끌었다. 올해 성과를 요약하여 키워드로 공유하고, 컬쳐,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 프로덕션 등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개선 아이디어 등을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4개로 조를 나누어 나름 진지한 토론을 했고, 발표도 이어졌다. 그렇다. 나의 의도는 팀간 협업이 잘 안되었던 부분에 대해서 서로 토론도 하고, 프로세스에 대해 개선 포인트도 찾고자 함이었다. 심지어 그간 뒤에서 이야기하던 서로 간의 문제들도 표면상으로 끄집어 낼 수 있는 공개 토론을 기대했다. 하지만, 언제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자율 근무, 회식 등 복리후생 아이디어가 잔뜩 수렴되었다. 오늘도 내가 졌다.
그리고, 나의 시간, 올 한해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가 한 일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었는지,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난 우리가 '광고대행사'를 다니고 있음을 다시금 재확인했다. 17년 전, 광고대행사에 첫 근무했을 때, 난 그냥 광고 자체가 좋았고, 그 일을 하는 광고인들이 멋졌다. 그리고, 나의 아이디어가 머지않아 세상에 나와 세상에 반영되는 그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그 포인트를 같이 공감하고 싶었다.
Scott Galloway가 표현하길, 광고는 가난하고 기술적으로 무지한 사람들이 내는 세금이라 했다. "Advertising is a tax the poor and the technologically illiterate pay." 혹자는 광고업을 일컬어, Mad men의 시대가 가고, Math men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걸 공유하자, 몇몇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유투브의 Skip 버튼을 보고 자란 어린 세대에게 광고는 영상을 시청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불필요한 장치 정도가 아닐까란 생각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그렇다 광고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것을 만들어내는 방법도 분명 변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본질은 같으리라.
그렇게 워크샵의 모든 시간이 끝나고, 이제 게임과 파티의 시간이다. 삼삼오오 다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 곁으로 바베큐 연기가 피어오른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여유이고, 시끌벅적함인가. 그렇게 정원에 아웃도어 조명이 켜지고서도 한참동안 우리의 파티는 이어졌다. 어느덧 회사가 세워진 이래, 두 번째 크리스마스 파티가 그렇게 저물어 갔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작년보다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푸짐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나를 포함 모두가 대견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