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항상 접하는 구조물을 설명하는 방법 중에 가장 강력한 도구는 “시스템(systems)”일 것이다. 20세기 중반 생물학자인 버틀란피(Ludwig von Bertalanffy: 1901-1972)가 언급한 이후 이 개념을 통하여 주위에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구조물을 설계하는데 활용하여 왔다. 최근에는 지구 생성을 나타내는 용어부터 집 유리창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모든 개념이 그렇듯 이 역시 한계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이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시스템이란 “여러 하위 구성요소들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담당하는 기능을 갖추어 상호 연결된 상위 수준의 집합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시스템은 지향하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기관(하위 시스템)들이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 몸의 시스템은 여러 하위 기관 즉 소화, 순환 등 다양한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은 마케팅, 생산 등 역시 다양한 기능 조직들이 모여 의도된 목표를 달성하도록 상호 운동하는 상위 조직이다.
시스템은 크게 자연 그리고 사회 시스템으로 구분된다. 자연시스템은 자연의 물질운동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사회 시스템은 인간 개인이나 집단의 운동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국가나 기업이 해당한다. 여기서는 시각을 좁혀 이들 기업을 설계와 분석의 관점에서 그 한계를 살펴보자.
시스템적 사고는 두가지 한계를 갖는다. 첫째는 이들 시스템이 환원(reduction)이 될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상위 시스템 자체가 새로운 운동양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먼저 전자의 경우를 보자. 흔히 기업을 분석하거나 새로운 조직을 설계할 때 기능적 분화의 수순을 거치게 된다. 이를 소위 divide and conquer라고 하는데 기업을 먼저 큰 기능으로 나누고 마지막 단위 업무에 이르기까지 세분화 작업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을 합하면 종합된 기능을 얻을 수는 있어도 이것이 원래의 상위 시스템 즉 기업처럼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빗대 말하면 여러 인간 부분조각들을 붙여 만든 인조인간 프랑켄슈타인에 지나지 않게 된다.
둘째는 여러 단위 시스템이 모여 상위 시스템을 형성하게 되면 전혀 다른 운동 양식을 갖게 된다. 예컨대 사람의 각 요소기관이 모여 사람을 구성하면 사람은 이들에 관계없이 사고하고 행동하게 된다. 시스템이 다룰 수 없는 영역인 영혼이 깃들게 되어 독립된 객체로 행위를 하는 것이다. 기업을 예로 들면 리더십, 비전, 노하우, 경영 등을 비 실체적 요소가 생성되며 기업은 하나의 새로운 생명체(상위 시스템)로서 나타나게 된다.
이외에도 기업의 윤리적 혹은 규범적인 문제 즉 판단 기준이 또한 남아 있다. 윤리적인 이슈는 인간 집단이 만들어낸 공동체 생존을 위한 기준이다. 자율자동차 운용시스템 예를 보자. 자율자동차가 5명의 어린 학생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만약 이들을 살리려 차를 틀어 운전사를 사망케 해야 하는 경우라면 차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가. 이 과제는 흔히 거론되는 자율자동차 관련 윤리 이슈이지만 시스템을 설계할 때 이러한 경우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물론 기업에서는 필요한 사안이지만 시스템적 사고로는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다.
따라서 기업(시스템)을 분석하거나 설계할 때 시스템 분석절차에 따라 기능을 세분화하는 것이나 혹은 조합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를 보완할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 즉 상층 구조로서 인간의 특질을 나타낼 그런 요소로서 그것이 바로 인문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인문학은 서양에서는 두가지로 의미로 번역된다. 하나는 문사철을 의미하는 Humanities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교양의 Liberal Art인데 이 두 개념은 결국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영역이다. 이것이 기업의 관점에서는 윤리, 리더십 그리고 경영의 영역을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기업이나 사회 조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기능의 이해 뿐만 아니라 인문적 소양에 바탕을 둔 비 기능적 부분 역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의 커리큘럼이나 시스템 관련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러한 종합적Holistic) 시각에 관심이 적다는 데 있다. 사실 정보시스템 분야에서 그동안 효율성을 앞세워 기술적인 기교에만 중점을 두었지 기업 시스템의 보다 포괄적이고 정확한 이해에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기업의 정보 시스템적 영역이 업무보조를 위한 업무지원 시스템 정도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갭을 보완하려는 노력으로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이는 감정과 다양성을 갖고 있는 인간과는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시스템적 사고가 현상을 이해하고 또한 편익을 주는 구조물을 만드는 중요한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것이 갖는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보완할 노력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시스템 관련한 이는 끊임없이 노력하여 인문학적 소양을 내재화 시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