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장수마을로 유명한 오키나와현의 오오기미마을(大宜味村). 이곳은 애메럴드처럼 맑고 눈부신 바다,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 뭉실뭉실 떠다니는 구름과 솔솔부는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면 지상낙원이 따로없다. 난 S본부와 종편CA본부의 건강프로그램으로 이곳을 두번 방문한적 있다. 그때마다 현지코디네이터와 함께 즐긴 오키나와소바가 잊혀지지 않는다.
오키나와향토요리자료에 따르면, 오키나와소바의 유래는 14세기후반 중국 명나라에서 전달되었다는 설과 15세기 중국에서 온 책봉사(冊封使,국왕이나 왕비, 태자 혹은 세자 등을 책봉하기 위하여 중국에서 보낸 사신)에 의한 설이 있으나 명확하진 않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으로부터 중화면(中華麺)이 일본에 전해진건 틀림없는데, 당시 밀가루가 매우 고가였기때문에 궁중요리로 알려져있고 서민들이 먹는 일반음식이 아니였다고 한다.
서민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메이지후기인 1902년, 나하시에 개업한 시나소바(支那そば, 당시 중국에서 넘어온 음식을 시나 또는 츄카로 불렀다)집이 시초다. 경영자는 미야자키현출신의 일본인 후쿠나가 기이치(福永義一)씨이지만, 가게를 담당한 것은 오사카의 시나요리점으로부터 초빙한 청나라출신의 벤파츠(辮髪)였다고 한다. 타이쇼시대(1912년-1926년)에 접어들면서 오키나와에 소바가게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게 되었고, 서민들은 부담없이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시나소바에서 제공한 오키나와소 바는 당인소바(唐人そば)로 불리며, 돼지뼈 육수에 간장을 듬뿍넣어 육수가 찐한 국물에 돼지고기와 파나 부추를 올려서 먹었다고 한다.
태평양전쟁 때, 오키나와소바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게 되었지만, 미국 지배하에 미군이 배급하는 밀가루가 대량으로 나돌면서 다시 순차적으로 부활했다고 한다. 이때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과부가 생계를 위해 가게를 시작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그 후 각지에서 소바가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가게마다 재료와 국물을 연구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그야말로 오키나와의 소울푸드다.
옛날부터 오키나와현민에게 사랑받아왔던 오키나와소바는 1976년 시련을 맞게된다. 일본에서 “소바”라고 하면, 메밀가루가 30%들어가야하는데 오키나와소바는 100% 밀가루를 사용하기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소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키나와생면협동조합은 옛부터 오키나와소바로 불렀던 음식이름을 하루아침에 바꿀수 없다며 존속시켜달라고 장시간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1978년 10월 17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정식으로 오키나와소바를 사용할수 있다는 인가를 받았다. 이를 기념으로 1997년부터 10월 17일을 "오키나와소바의 날"로 지정하여 오키나와 각지에서 이벤트가 개최된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던 마에다식당의 오키나와소바는 일단 푸짐하다. 콩나물과 볶은소고기가 듬뿍담겨 이 지역사람들에게 스테미너음식으로 인기다. 마늘과 버터, 그리고 후추가 뿌려져있어 맛이 자극적이다. 육수는 찐한 맛(지역 방언으로 아지쿠-타-あじくーたー)이고 면은 통통한 편(한국의 너구리)이지만 맨들맨들해서 목넘김이 좋다.
오키나와현 나하시에서 좀 거리가 있지만, 한번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