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인, 드라마틱한 협주곡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in D minor, K. 466

by 꿈싹지기

다소 음울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1악장(Allegro)의 도입부가 시작된다. 음울한 멜로디는 웅장함을 더해가면서 고조된다. 오케스트라의 도입부는 마치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연상시킨다. 이어지는 피아노 도입부는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경쾌하다. 1악장은 음울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의 오케스트라와 그에 비해서는 경쾌하면서도 빠른 느낌의 피아노 연주가 대비된다. 2악장(Romanze)으로 넘어가면 피아노 소나타에서 익숙하게 듣던 느낌처럼 차분하게 두 개의 주제가 반복이 된다. 2악장에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에서 비슷한 것이 있던가 싶은 기억을 떠올리게 되지만 비교해봐도 같은 멜로디는 없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이 음악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협주곡이라 한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 내용을 살펴보니 '피아노가 주인공이 되는 개념을 확립했다'는 표현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피아노가 주인공이 된다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협주곡에서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에 대한 자료를 찾아 간단히 정리를 해보았다.


협주곡에서의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의 관계 변화


바로크음악에서는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의 조화가 '독주악기 그룹 vs 오케스트라의 합주'로 이루어져 집단이 대비되는 형식인 콘체르토 그로소(Concerto Grosso)의 형태로 진행된다. (코렐리, 헨델, 비발디 초기작)


그러다가 바로크 후기에 독주 그룹이 등장하지만 여전히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의 관계는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기본 구조를 이루고 독주악기는 장식의 역할을 하기에 독주악기는 그 자체로 흐름(스토리)을 만들지는 않는다. (비발디)


고전주의 초기에는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주제를 교환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주도권은 오케스트라가 가지고 있다. (C.P.E. 바흐, J.C. 바흐)


고전주의 중기의 모차르트 이전까지는 오케스트라가 여전히 기본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고 독주는 예의 바른 대화자의 역할을 한다. 여전히 음악에서의 스토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이든 초기 협주곡)


모차르트 시대에 와서 비로소 독주악기가 음악의 감정적인 흐름을 만들면서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오케스트라는 음악적 세계를 형성하고 독주악기는 심리와 서사를 이끌어 가면서 감정의 변화, 같은 주제를 다르게 말하는 변주의 방식 그리고 카덴자에서 내면적인 독백까지 이끌어간다. (모차르트 K.466, K.488, K.491)


베토벤에 이르러서는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대결과 초월의 구도를 보인다. 협주곡은 철학적인 투쟁의 양상으로 더욱 웅대해지고, 그 투쟁 속에서 독주악기는 영웅의 역할을, 오케스트라는 저항 혹은 동맹의 역할을 한다. 갈등을 통해서 승리로 결말지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5번, 바이올린 협주곡)


낭만주의 시대에는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축소되고 독주악기의 감정이 전면에 올라온다. 협주곡은 심리적인 흐름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자서전 같은 역할을 한다. 정서적으로는 깊어지지만,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수동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쇼팽, 리스트, 브람스)


낭만주의 후기에는 오케스트라의 존재감이 회복되어 독주악기와 대등해진다. 두 주체가 공존을 하면서 독백이 아닌 대화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브람스 후기, 차이코프스키, 시벨리우스)



피아노 협주곡으로 본 권력의 이동


바로크에서 고전 초기까지(J.S. 바흐의 건반협주곡, C.P.E. 바흐의 초기작)

피아노는 주체가 아니고 음향적인 색채를 내어주는 삽입물에 불과하다.

(오케스트라 100 vs 피아노 0)


모차르트 이전의 고전 협주곡 (하이든 초기 피아노 협주곡)

피아노가 주제 제시에 참여하지만 오케스트라에 결정권이 있다.

(오케스트라 70 vs 피아노 30)


모차르트 시대(K.466, K.488, K.491)

피아노가 서사를 주도하고, 시간을 통제하면서 피아노의 심리가 곧 곡의 의미가 된다.

(오케스트라 50 vs 피아노 50)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 4, 5번)

피아노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독주가 오케스트라를 압도하고 협주곡이 영웅의 서사가 된다.

(오케스트라 30 vs 피아노 70)


낭만주의 (쇼팽, 리스트)

피아노가 감정, 시간, 속도를 지배하면서 오케스트라는 받침을 하는 역할을 하는데, 심리적 깊이는 극대화되지만 협주곡의 대화성은 붕괴된다. (오케스트라 10 vs 피아노 90)


브람스

피아노가 여전히 주체이지만 오케스트라의 역할도 교향적 역할을 회복하면서 협주곡은 공동운명체가 된다.

(오케스트라 50 vs 피아노 50)


20세기

피아노는 타악기 같은 존재이고 오케스트라는 에너지의 집합체이며, 서사가 없어져 협주곡이 음향 실험이 된다.

(오케스트라 100 vs 피아노 0)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바로크 시대와 초기 고전주의의 협주곡에서는 오케스트라가 협연의 구조를 주도했다. 독주악기의 역할은 화려한 장식을 하고 테크닉을 보여주면서 오케스트라와 교대로 연주를 하는 역할을 했다. 말하자면 음악의 기본적인 흐름(스토리)은 오케스트라가 주도하고 독주는 그 위에 장식으로 올려지는 타핑 같은 역할이라는 것.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배경이 아니라 상황을 제시한다. 피아노가 등장할 때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주제를 반복하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 등장한 것으로 보면 된다.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피아노는 그 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피아노가 여러 가지 감정을 보여주고 정서적인 진화를 보여준다. 이것을 오페라에서 한 인물이 상황에 따라 같은 말을 다르게 말하는 구조와 동일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전에는 카덴자가 연주자의 기교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다면 K.466 이후에는 카덴자가 주인공의 독백으로 내면으로 가장 깊이 들어가는 순간을 만든다. 그래서 카덴자가 이 흐름의 정점이 된다.


이후에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 4, 5번으로 연결되어 피아노가 서사적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낭만주의 협주곡의 출발점이 되어 쇼팽, 리스트, 브람스의 협주곡은 한 인간의 정신적인 드라마로서 나타나게 된다.


즉,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기점으로 협주곡이 '기교의 장르'에서 '인물의 내면극'으로 바뀌어진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들으면서 기억해야 될 점은


1. 모차르트의 단조 협주곡 두 곡 중의 하나이다.

-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7개 중에서 단조는 20번 d단조 K.466와 24번 c단조 K.491


2. 베토벤이 직접 카덴자를 쓴 유일한 모차르트의 협주곡이다.


3. 협주곡에서 독주악기가 주인공이 되는 전환점


4. 감정 표현의 폭이 교향곡 수준으로 확대


5. 베토벤, 브람스 그리고 낭만주의 협주곡의 출발점



악장별 특징


1악장 : Allegro (d단조)

폭풍 같은 오케스트라 도입

긴장감 넘치는 리듬과 반음계적 진행

피아노는 화려한 영웅이 아니라 고뇌하는 인물처럼 등장

협주곡이면서도 거의 교향곡적 드라마

� 갈등·불안·운명과의 대결


2악장 : Romanze (B♭장조 → d단조 → B♭장조)

단순하고 노래하는 듯한 주제

중간부에서 갑자기 d단조의 폭풍이 침입

다시 평온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상처를 입은 듯한 느낌

� 꿈같은 평화 속에 스며드는 불안


3악장 : Rondo – Allegro assai (d단조 → D장조)

불안정한 론도 주제

끊임없이 추적당하는 듯한 리듬

마지막에 갑자기 D장조로 전환되며 종결

⚡ 비극 이후의 승리인가, 체념 섞인 빛인가?
→ 모차르트 특유의 아이러니한 해피엔딩



이 협주곡에 얽힌 마리아 조앙 피레스의 유명한 일화


1999년, 암스테르담 콘서트허바우 Concertgebouw에서 열린 Lunch Concert에서 피레스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K.488)'을 준비했으나,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K.466)'의 도입부를 연주하면서 자신이 완전히 다른 곡을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녀는 빠르게 마음을 가다듬고 기억에서 정확한 곡을 불러와 끝까지 실수 없이 연주를 이어갔다. 이때의 지휘자는 리카르도 샤이이다.




가장 많이 보는 연주


Maria João Pires, piano (Portugal / B 1943. 7. 28)

Daniel Harding, conduct

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


이 연주는 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의 정규 시즌 공연으로 "Maria João Pires, Harding & Mozart”란 타이틀로 기획된 공연 시리즈의 일부이다. 이 공연은 2021년 2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베르발드홀 Berwaldhallen에서 개최되었으며 Swedish Radio P2에서 방송되었다. 베르발드홀은 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의 주공연장이다.



조성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경연 연주 (2011. 6. 24)

Seong-Jin Cho, piano (He was 17 years old, 3rd Prize)

Alexey Utkin conducting Great Hall of the Moscow Conservatory

14th International Tchaikovsky Competition Round 2 Phase 2



Nikolai Lugansky, piano (2012)

루간스키의 연주는 들으면 들을수록 다재다능하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그도 쇼팽의 연주에 정통하고 그를 처음 알게된 것도 쇼팽을 연주하는 그의 독집 음반에서였다. 이 영상에는 곡의 구조가 자막으로 안내된다. 그런 점이 감상자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된다.

Alexander Rudin conducting the Musica Viva Orchestra

Moscow Philharmonic 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