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우아하고, 가장 인간적인 협주곡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in A, K. 488

by 꿈싹지기
“가장 부드럽고, 가장 슬프며, 가장 인간적인 협주곡”

"모차르트의 협주곡 20번이 비극적 드라마라면, 23번은 내면의 고독과 체념을 미소로 감싸 안은 음악이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과 친숙하게 된 것은 호르비츠가 카를로 마리오 줄리니와 함께 이 곡을 녹음하던 광경을 담은 DVD를 통해서였다. 나이가 들어 원숙한 호르비츠의 장난기 섞인 3악장의 시작과 NG 장면 그리고 잠깐의 공백 동안 보여주는 노장의 여유로움 그리고 그 나이에 불구하고 3악장을 경쾌하게 시작되던 모습에서 3악장이 단숨에 친숙해졌다.


이 협주곡은 1, 3악장의 경쾌함과 모차르트 특유의 우아함이 이어지는 연주를 듣는 것도 즐겁지만 2악장에서 느껴지는 진한 고독감에 익숙해지면 헤어날 수 없는 마력을 발산하는 곡이다. 영화 '어쩔 수 없다'의 도입부에 2악장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영화관에서 특유의 음색으로 진하게 듣는 2악장 Adagio의 느낌은 또 색다르다. 잠시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 쓰인 음악

오프닝을 장식한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에이(A) 장조 K.488’ 2악장 아다지오다. 1786년 빈에서 완성된 이 곡은 고전주의의 정제된 균형미를 지녔지만, 에프샤프(F♯) 단조를 사용해 은근한 불안을 품는다. 잔잔한 현악의 서스펜스와 느린 피아노 호흡은 인물의 평온한 일상 뒤편에 숨어 있는 파국을 예고한다.

-이정국 기자-



이 협주곡이 특별한 이유


(1) 장조인데도 '슬프게' 들린다.

2악장이 매우 이례적으로 F♯단조이다. 전체적으로 밝음보다 고요한 우울감이 지배하는데, 감정 표현이 과장되지 않고 속삭이듯 진행된다.


(2) 클라리넷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관악기인 클라리넷으로 오보에의 날카로움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체온을 더하고 있다. 피아노와의 대화가 실내악처럼 전개된다.


악장별 특징


1악장 : Allegro (A장조)

- 밝지만 들뜨지 않음

- 주제는 우아하나 어딘가 공허

- 피아노는 영웅이 아니라 사색하는 화자

- 협주곡이면서도 챔버 뮤직 같은 친밀함

� 햇살 속의 그늘


2악장 : Adagio (F♯단조)

- 모차르트 협주곡 2악장 중 가장 깊은 비탄

- 시칠리아노를 연상시키는 리듬

-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슬픔

- 시간 자체가 멈춘 듯한 느낌

� 말 없는 애도, 고요한 절망


3악장 : Allegro assai (A장조)

- 춤곡적이지만 완전히 밝지는 않음

- 가벼운 듯 보이나 쓴웃음 같은 성격

- 마지막은 명랑하지만 여운은 남음

� 체념 이후의 삶



2악장 Adagio는 은 바흐의 시칠리아노와 많이 닮아 있다. 멜로디도 비슷하지만 그 신비로운 느낌도 똑같다.

임윤찬, 피아노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제91회 정기연주회 중에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22.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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