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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우 May 06. 2024

완벽한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수 있을까

2024년 4월 2번째주

[아래는 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Balanced의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날 오전에 발송한 이후 3주 늦게 브런치에 올립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https://balanced.stibee.com/]


이번주에 선거가 끝났습니다. 마지막까지 치열했던 여론 조사 결과와 출구조사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밤잠을 못이루신것 같습니다. 다음날 회의를 하다보니 피로감이 쌓여진 분들이 꽤 계신다는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시스템이나 결과물입니다. 한 세대가 50년에서 100년 사이로 구성된다고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현재의 상황에 도달한것은 겨우 두세대, 혹은 길어야 세개정도의 세대일 뿐입니다. 그 전까지는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모든것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매우 비합리적이고 말도 안되게 말이죠. 


즉,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시스템은 단기간에 수많은 시행착오로 이루어진것입니다. 프랑스 대혁명부터 지금까지 바뀌고 있는 상황들은 모두 이런 시행착오와 수정들의 과정을 거친것입니다. 


하지만, 좀더 윗세대로 올라가보면 이런 체계들이 마냥 비합리적인것은 아닙니다. 척박한 환경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류는 개인에서 집단으로 뭉쳤고, 집단은 또다시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역할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들과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을 매칭시켜 주고 효율적인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들이 생겨난 것입니다. 초기에는 당연히 미신적인 종교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일정 부분 이러한 체계들을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역사를 배우면서 느끼는 단점들은 한순간도 일류는 살아남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비효율적인 적이 없었다는것입니다. 모든 순간의 변화들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정치적인 관습으로 보이는 현상들도 특정한 이유에서 발동된 경우가 많았고, 결과는 비합리적이지만, 시작은 합리적이고 타당해 보이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결과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고 현재의 관점에서 평가해보자면, 과거의 시스템들은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는 체계일 수 밖에 없는것입니다. 시작의 이유가 어찌되었던, 세월이 흐르면서 추가되는 다양한 변수들을 처리하는데 점차 어려움이 있었던것입니다. 이러한 변수들이 생겨나면 시스템은 변화의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게되며, 변화의 앞에는 반드시 예전 시스템의 파괴라는 절차를 피할 수 없었던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들을 보면서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세대에서 다음세대로 이어지는 시스템들이 그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에 지녀왔던 관습이나 생각들, 그리고 앞으로 전진을 막는 절차들이 모두 파괴되어야만 하는것입니다. 외부 세력이 잘 정리된 현재의 상황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시스템에 의존하면서 살수 밖에 없는 사람들 이나 조직은 변화에 저항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유지하려는 세력과 변화하려는 세력간의 싸움은 또다른 비효율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변화의 시작은 저항하는 요소들과 기존의 세력들이 아닌, 최초에 시스템을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사람에게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자신들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시스템이 결국 어느 순간에는 자신을 스스로 파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것이죠. 그래야 다음 문제를 해결해 가야하는 누군가가 다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설국 열차라는 영화를 보면서 세상을 유지하는 시스템에 대해서 제가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정리하는 단초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설국열차의 처음과 끝에 사는 사람들은 동일한 삶을 유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다른 삶은 열차가 달리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시스템을 만든 설계자는 자신들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순환구조를 만들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반란과 진압, 그리고 다시 새로운 리더가 생겨나는 구조는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체계는 유지되지 않았고, 시스템은 파괴되는 새로운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생존자들은 살아남고, 다시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할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보면서 최초 설계자가 한 실수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의 의도대로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했던가 궁금했던 것이죠.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과 같이 그가 생각한 가장 큰 실수는 현재의 시스템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모든것을 진행한것입니다. 사람들과 세상은 변화하고, 진화하며, 최초의 설계자는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려고만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의도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시스템은 다시 리셋될 수 밖에 없었던것이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말입니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생존시키기 위해서 이 세계가 스스로 진화할 수 있도록 설계를 했어야 합니다. 스스로가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기 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는 상태가 되면, 기존의 세계를 파괴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말이죠. 그렇다면 파괴되고 새로 만들어지는 세계는 좀더 굳건하고 단단해지며, 또다시 새로운변수를 해결할 능력도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을 비단 사회적인 시스템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에게도 동일한 구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새로운것에 어떻게든 적응하기 위해서 과거의 자신을 깨어버리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다. 기존의 지식과 체계들을 받아들이면서 나아가되, 보다 안정된 방향에서 적응하라고 말이죠. 하지만, 사람이 더욱 큰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시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기존의 체계만을 유지하기 위해서 버틸 수록 점점더 수렁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것도 말이죠. 


사회적인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개개인이 앞으로 나아가는길은 어제의 나를 스스로 파괴하고 계속 자신만의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길 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만 이어진 단단한 다리를 스스로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길이 열리고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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