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우 Sep 29. 2024

상식을 이용하는 효과적인 방법

2024년 9월 1번째

[아래는 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Balanced의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날 오전에 발송한 이후 3주 늦게 브런치에 올립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https://balanced.stibee.com/]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동질적인 집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집단마다 가지고 있는 성격이 다르죠. 어떤 집단은 개방적이기도 하고, 다른 집단은 보수적이기도 합니다. 굳이 정치적인 성향까지 찾아보지 않아도 자신이 속한 몇가지 집단들을 비교해봐도 서로 성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 교집합으로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는거죠.


단순한 지식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는 방식의 필요성


저는 스타트업 분들에게 종종 강의를 합니다. 강의에 내용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도 많지만, 저는 관점의 차이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합니다. 어차피 강의 시간은 1시간인데 구체적인 지식을 전달해서 그분들이 암기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관점의 차이를 설명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지를 깨닫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상대방은 나와의 협력 관계일수도 있고, 경쟁관계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계들이 평생 지속되는 것은 아니기에, 상대방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차이를 이해하는것도 중요하죠. 대부분 이러한 차이점들이 문제를 만들기도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상식: 기본적인 삶의 태도


우리가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들도 이와 비슷합니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나온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상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하겠죠. 전문적인 과정을 거친 박사정도의 급이 아닌 다음에야 다들 이게 뭔지 이해하는 정도는 비슷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상식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저는 상식을 조금 다른 차원으로 생각합니다. 상식은 초중고를 거치면서 알게된 지식의 이해가 아닙니다. 오히려 긴 세월동안 자신의 삶의 목적을 위해서 맞춰진 "기본적인 삶의 태도"가 상식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특정 지식을 모른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와 함께 뭔가를 하게 되거나 경쟁하게 된 상황에서 단순한 지식을 모른다면 누군가에게 물어보겠죠. 구글링을 해볼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지식을 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지식차원에서 상식이 문제를 만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태도들은 차이를 만듭니다. 꾸준히 계속되는 스타트업계에서 창업자와 투자자의 눈높이 차이는 이러한 상식의 차이입니다. 이쪽 세계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 다른쪽에서는 전혀 예상밖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당연하게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죠.  


  

인생의 변화만큼 상식은 변화한다





하지만, 사람은 일생동안 한가지 입장으로 살지 않습니다. 실제로 성공한 창업가들은 투자업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자의 입장에서 있다가 창업가가 되시는 분들도 있죠. 회사원의 입장이었다가 창업하시는 분들도 비슷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태도가 변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자세가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상식은 변화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이해하려면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봐야합니다. 그리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내가 도저히 "감정적으로" 이해가 안간다면 다시 한번 내가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창업자와 투자자, 그 미묘한 사이의 관계 





창업자와 투자자의 입장을 명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둘은 서로 복합 미묘한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옐로모바일에서 모회사와 제가 대표로 있는 회사도 투자를 받았습니다. 당연히 투자자들과는 친하게 지냈죠. 저는 회계사로서 투자자문의 역할을 쭉 해왔고 저의 지인들은 주로 투자업계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조금 이해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만해왔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무너지고 "자금의 회수"라는 상황이 걸리면서 우리는 좀더 복잡한 관계에 직면하게 됩니다.




두가지 세계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충돌하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파열음들을 만들면서 저는 다양한 경우에서 새로운 세계를 보았습니다. 친했던 사람들끼리의 반목과 소송,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보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세계에서 존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고, 우리는 우리의 세계의 존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가끔 자문을 가면 대표님들께 하는 이야기 중 일부가 이런 사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결국 결말이 좋지 않으면 어찌되었건 각자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거에요. 그래서 무조건 실패하면 안됩니다."




요즘 극도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무너지는 기업의 대표님들은 아마 제가 이야기한 말의 진의를 이제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수도 있습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세계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각자의 상식은 선을 넘지 않아야 됩니다.  하지만, 회사가 무너지면 경계는 허물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상대방의 상식을 이해하기





문제는 이러한 관계가 비단 창업자와 투자자만 있는것은 아니라는것이죠. 창업자와 투자자, 기자, 정부관계자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각자의 상식위에 그들의 이해관계를 더 얹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계산법은 더 복잡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IR도 투자도, 그리고 상대방을 만나는 밋업도 모두 커뮤니케이션이 시작점입니다. 아무리 이쁘게 그려진 장표도, 멋지게 만들어진 미사여구들도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합니다. 정말 중요한것은 상대방의 기본적인 이해관계를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에 더해서 내가 얻을 것을 계산한다면, 아마도 모든 협상에서 상당한 속도와 성공률을 가져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상식의 차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것을 계산하고 행동한다는 듯이 암기하면 안됩니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는 항상 계산을 넘어서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하겠지'와 같은 섣부른 예측은 혹시모를 가능성을 막기도 하거든요. 




최근에 저는 몇가지 불가능한 딜이 성사되는 것을 보면서 상식을 뛰어넘는 일들도 발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상식에서는 성립이 불가능한데, 가끔씩 일어나는 일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것을 상식의 차이가 불러온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식의 선에서 자신이 앞으로 가져갈 리스크를 결정합니다. 나의 기존 지식 아래에서 말이죠. 이정도는 못할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상식이 만들어놓은 벽 때문입니다. 저에게 이런 벽으로 쌓여진 기회들은 사실상 플랜 C 정도 되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들이었습니다. 실제로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내가 모두 이해하는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플랜 C도 발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우 예외적이지만, 상당히 강력하게 말이죠.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가능성을 차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상식이 내가 예상한 이해관계를 뛰어넘을 때 불가능한 플랜 C는 실행되기도 합니다. 상식은 때로는 우리의 한계를 만들기도 하지만, 엉뚱한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는것을 잊지 마세요. 




그래서 저도 항상 상대방의 이해관계는 이해하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엉뚱한 10%의 제안정도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안되도 할 수 없지만, 된다면 더 큰것을 얻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