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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우 Oct 13. 2024

추석의 서울, 세상이 바뀌는 모습

2024년 9월 4번째

[아래는 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Balanced의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날 오전에 발송한 이후 3주 늦게 브런치에 올립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https://balanced.stibee.com/]

지난주는 추석 명절이 있었습니다. 토요일부터 이어진 연휴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서 뉴스레터를 부득이하게 하루 쉬었습니다. 매주 의미있는 글을 쓰려고 생각했는데, 저만의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보니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기가 어려웠습니다. 다만, 주말과 추석을 지나면서 서울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이것저것 고민해보았습니다.


그 당시 추억의 서울: 텅비어 있었던 도시 


저는 친가가 서울에 있어서 어릴떄부터 늘 추석을 서울에서 보냈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교통체증을 느끼면서 외가 혹은 다른 친척집에 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죠. 한번은 이런 이야기를 하다 10시간 걸려서 귀경하는 친구에게 거하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철없는 소리인것 같긴 합니다.


추석때만 되면 서울은 텅비어 있었습니다. 저는 텅빈 서울을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때아닌 자유를 만끽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만, 가끔은 식사할곳을 찾지 못해서 애를 먹기도 했었죠. 추석때는 모두들 가족과 같이 긴 시간을 보내거나 고향을 방문했기 때문에 서울은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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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차있는 도시로 변화하다


하지만, 어느때 부터인지 서울에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중교통에도 사람들이 붐비고 있어서 예전같은 편안함을 누리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추석을 맞이한 이벤트들도 많아졌습니다. 서울거리예술축제와 같은 꽤 큰 규모의 행사들이 추석 때 열리기 시작했고,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70%정도가 한국인이라면 나머지는 외국인들이 채울 정도로 추석은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경험하기 좋은 시기가 된 듯하였습니다. 물론 그만큼 한국인들도 거리에 많았습니다. 한떄 추석때 텅빈 유령도시 같았던 시기는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린것 같습니다. 물론 도로에는 아직도 차들로 고속도로가 가득 차있지만 말이죠. 


추석의 변화: 차례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추석때 지내던 제사와 같은 전통들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서는 이미 차례를 지내지 않는 사람들이 꽤 늘어난것 같습니다. 차례를 고집하던 세대가 사라져 가면서 대를 이어갈 사람들이 더이상 차례를 지내지 않기 떄문인것 같습니다. 물론 그 세대에는 저도 포함됩니다. 저도 차례를 지내지 않거든요. 종교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부모님 세대로부터 이어온 가족간의 분쟁으로 인하여 장손인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더이상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전통의 단절이 일어난 가장 단적인 예가 바로 저의 경우인 셈이죠. 


세대간의 분쟁: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가? 


젊은 세대들의 반란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민망합니다. 저는 79년생으로 70년대를 대표하지는 못하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이 보기에는 구세대인 셈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구세대가 더 큰 구세대의 관습을 깨버리려는것 같이 보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MZ세대라고 불리는 너무나 큰 세대들이 동질성을 가지지 않는것처럼 70년대말에 태어난 저도 윗세대 분들과는 상당히 다른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Gen Z들이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하는것과 유사하게 저희 세대도 부모님들과 갈등은 많았습니다. 가족끼리의 통합을 중시하는 대가족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부모님들과 갈등을 일으켰던 사람들이 다시 부모가 되는 세대가 바로 저를 포함한 70년대말~80년대 중반에 태어난 사람들인것 같습니다. 어릴때부터 수십년동안 추석이라는 명절을 보냈지만, 왜 이 명절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추석때면 들려오는 친척간의 불협화음과 갈등, 돈문제를 넘어선 가사분담의 불공정성만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음식을 만들고 서로간의 오지랍을 넘어서는 간섭만이 존재하는 추석이 저에게 기쁜 행사일리는 없었죠. 


제가 어렸을 당시에도 추석에 지내는 차례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젊은 친구들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어른을 모시고, 과거를 존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 이들은 이런 노력들이 없다는 말이었죠. 하지만, 그 누구도 젊은이에게 왜 우리가 이것을 하고 있고, 너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설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권위의 시대의 중심에서 살아온 제 또래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자식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우리는 어쩔수 없이 전통을 수행했지만, 마음속으로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동기부여 없는 행동은 언젠가 종말을 맞이한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래야 조직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순간에 이미 동기부여를 잃어버린 조직원들에게도 한가지 마지막 장벽은 남아있습니다. 좋건 싫건 일을 해야 급여가 나오는 생계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조직에서 생계의 문제까지 사라진다면 과연 사람들은 일을 하게 될까요?


가정도 비슷합니다. 동기 부여없는 일방적으로 껍데기만 남은 전통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떠났습니다. 어쩌면 진작부터 영혼없는 상태로 일은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런 동기부여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처럼 말이죠. 어쩌면 이 일은 수년, 아니 수십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우리의 전통이 사라지는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던 것이죠.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정을 맡다



굳이 왜 지금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권한이 누구에게 넘어갔는지를 봐야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전통을 후세가 이어받아가는 것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것처럼, 이제 가정을 떠받들고 있는 대부분의 40대~50대들도 합리적인 이해와 설명을 들으면서 추석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릴때는 아무런 힘이 없었고, 자신이 만든 가정도 아니었기 때문에 힘들어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주체들이 이제는 자신의 성을 만들어 놓았죠. 아이들은 크고 있고, 부모님들의 통제를 받는 상태가 아니게 된 것입니다. 


전통의 변화: 새로운 트렌드와 함께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이제 과거의 부모님의 자리를 제가 이어받게 되면서 저도 새로운 의무가 생겨났습니다. 관습적으로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냥 부모라는 이유로, 과거부터 해왔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강요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거죠. 그렇게 되면 제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일들은 저의 자식들의 세대에 똑같이 반복될 것입니다. 막무가내식 강요는 반감을 만들고, 그 반감은 더욱 큰 반향을 만들것이 뻔합니다. 지금은 아니어도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자신만의 독립된 울타리를 세우는 즉시 똑같은 단절이 일어날 것입니다. 악순환이 계속 될 가능성이 있는거죠.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의 전통을 보호하고 사람들에게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말도 안되는 동영상이나 홍보 문구를 만드는 작업을 먼저 해서는 안되는것 같습니다. 진정한 의미와 가치, 그리고 너와 우리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만들어갈지 이해시키는 작업부터 해야됩니다. 추석이 더이상 비어있는 도시로 남지 않게 된 모습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 당시 도시가 비어있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전통을 지키려 다양한 곳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도시를 채워간 새로운 콘텐츠와 사람들은 과거의 전통을 지키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람들은 문자로만 남아있는 과거를 지키기보다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 삶을 바꿉니다. 그래서 전통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똑같이 스스로 달라져야 합니다. 이해를 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해야 살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어깨에 올라타고 같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할머니의 브랜드였던 버버리와 구찌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듯이 우리의 과거 전통들도 구태의연함을 벗어던지고 새롭게 단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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