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번째주
[아래는 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Balanced의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날 오전에 발송한 이후 3주 늦게 브런치에 올립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https://balanced.stibee.com/]
이번주 스타트업계에는 큰 소동이 하나 있었습니다. 창업자와 투자자와의 소송으로 인하여 억울함을 느낀 창업자가 이야기를 정리하여 SNS에 올렸고, 그 이야기가 크게 바이럴 된 것입니다. 창업자는 투자자와의 계약에서 연대보증과 관련된 계약을 맺었고, 회사가 망하면서 투자자가 계약서를 근거로 소송을 시작한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투자자가 창업자가 소유한 집을 가압류를 걸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대보증으로 인한 회수를 진행한 것이고, 창업자는 성실하게 회사를 운영했지만, 너무 혹독한 댓가를 치룰 위기에 놓였습니다.
과거의 기억: 왜 이상한 계약을 체결하는가
이와 관련하여 저는 오늘 아웃스탠딩에 기고하는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단순히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잘못된 스타트업의 문화에 대한 글을 작성하였으니 나중에 아웃스탠딩에 글이 올라오면 한번씩들 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아웃스탠딩의 글은 포스팅이 나오는대로 요약해서 다시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오늘 글을 쓰면서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옐로모바일 시기를 겪으면서 창업자들이 어처구니 없는 계약을 체결하거나 말도 안되는 구조를 가진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옐로모바일에 합류하기 전 이미 십여년간 다양한 딜을 보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한 제 입장에서는 그 당시에는 도저히 이런 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말도 안되는 계약들은 계속 체결되어 갔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그 창업자가 실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말하는 창업자분들은 수십년동안 업계에 계셧던 분들도 있었고, 매출액도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기록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막연히 그 사람은 실력이 없어서 그렇게 말도 안되는 계약을 체결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것 같습니다.
저는 너무나 궁금해서 그분들에게 물어본적도 있는것 같습니다. 대체 왜 이런 계약을 체결해왔는지를 말이죠. 답변은 사람들마다 달랐습니다. 그 당시 정보로는 이렇게 해도 괜찮을 거라는 것도 있었고, 나름대로 대비책으로 생각한 방안이 있던 분도 있었습니다. 어떤분은 사실상 어쩔 수수 없는 경우에 몰려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경우만큼 사연도 다양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나왔던 결론은 "이렇게까지 될줄은 몰랐다" 였던것 같습니다.
사소한 실수가 모든것을 망친다: 나의 두려움
저는 스타트업계에 나오기 전에 자신만만한 청년이었습니다. 내가 세상의 모든것을 다 해결할 수 있을것 같은 오만함과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옐로에 와서 회사가 유니콘으로 커지고, 6개월만에 매출이 0이었던 회사가 수백억이 되면서 그 자신감은 더 커졌던것 같습니다. 야생으로 나온지 몇개월이 되지 않았을때가 아마 제 자신감이 제일 충만했던 시기였던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 저는 커다란 두려움을 알게되었으니까 말이죠.
저는 옐로의 몰락과 함께 옐로에 합류한 회사들의 몰락을 같이 보게됩니다. 저야 운이 좋아서 맨몸으로 왔지만, 대부분의 대표님들은 자신이 평생 일구었던 회사를 옐로에 맡기고 오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체결한 계약들은 상당히 서로에게 허술한 계약들이었습니다.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도, 그리고 설득당해서 고민을 하는 사람도 어떤 결과가 올지 모르는 과정으로 둘러쌓여있는 계약들이었죠. 이 계약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다들 몰랐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괜찮을 것이라는 적당한 생각으로 계약을 체결한것이 분명했습니다. 저도 그렇고 다들 다가올 미래를 몰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옐로가 투자유치에 실패하고 하나둘씩 일이 꼬여가면서 설마 했던 일들은 벌어지게 됩니다 .저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계약서를 하나둘 잘못써서 인생이 완전 망가지게 되는 경우를 지속적으로 보게 됩니다. 집이 압류당하고 소송에 패소하고 자금이 모자라고 형사고발을 당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게 되면서 저의 근거없던 자신감은 불안함으로 바뀌게 됩니다. 두려움을 알게된 것이죠. 어제밤 같이 소주한잔 기울이던 사람이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것을 계속 목격하면서 제가 가졌던 불안감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알게되었죠. 한번의 잘못으로 모든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요. 아마 그때 가졌던 두려움은 제가 계속 글을 쓰고 반성을 하는 원천이 된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실패하면 인생이 새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계기가 됩니다.
투자자와의 분쟁을 통해서 관계를 깨닫다.
옐로에는 당연히 투자자와의 분쟁도 많았습니다. 마지막에 회사에 가면 지급명령이 나온 문서들이 쌓여있었고, 주식을 어디 금고에 넣어놨는니 이런 흉흉한 이야기만 들려왔습니다. 이미 그 당시에는 저도 피해자이자 채권자여서 내돈을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이미 막장으로 가기전에도 투자자들과의 분쟁은 가득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잘되게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이렇게 하면 잘되겠다고 호응을 해준뒤에 투자자 동의 서류에 싸인을 하지 않고 우리는 동의를 한적이 없으니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난리쳤던 심사역분 아직도 잘 살고 계시지요? 저는 그렇게 뒷통수를 수없이 맞으면서 투자자와 회사와의 관계를 깨닫게 됩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버블 시기에 일이 벌어지니 어떻게든 일이 수습되고 돈을 구해서 막고(옐로모바일이 막았습니다) 무난히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그런일을 제가 만든 회사에서 겪었다면 다시 회생하기 어려울 정도로 멘탈에 금이 갈 수도 있었을것 같습니다. 이 좁은 업계에서 다들 그렇게 서로의 뒷통수를 치면서 생존하는것을 보면서 저는 이런일이 왜 발생하는지를 깨닫고 구조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기위해서 책을 씁니다. 그리고 운좋게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게되죠.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스토리입니다.
성공의 시기에 듣는 실패의 스토리라서 재미있지만 내 이야기는 아닌 이야기
그리고 저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게 됩니다. 감사하게도 저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분들도 많이 모여주셨지만, 가끔 초대받은 자리에 가게되면 "그 이야기는 나와 관계없다"라는 눈빛으로 반박하는 분들이 계셧습니다. 옐로모바일은 그냥 사기의 이야기이고 너네가 잘못한것이지 나의 사업과는 관계없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럴때면 제가 주의를 환기시키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저랑 만나는 사람들 중 90%는 망하죠"
이 말 한마디면 뒤돌아서 딴짓하는 분들도 모두 주의를 집중하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불안함이 얼마나 큰것인지 알고 있었고, 그 방법을 적절하게 사용했던것입니다. 하지만, 강의가 끝나면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는 표정으로 강연장에서 나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진심이었는데 말이죠.
불안함을 키워야 생존할수 있지만, 지나치면 행복을 망친다
사업을 통해서 살아남으려면 예민해져야 합니다. 불안함의 감수성이 커지면 더 좋죠. 제가 저런 강연을 하면 정말 번뜩이는 눈으로 자신의 불안감 지수를 높이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아마도 지금쯤 생존하고 계실것 같습니다. 하나의 실수가 얼마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위와 같이 말도 안되는 계약을 체결한 창업자들을 비난하는것은 아닙니다. 그 당시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문화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불안에 벌벌떠는 창업자들에게 "대표님 그렇게 사업하면 안된요. 돈을 팍팍 쓰면서 달려가야죠"라고 말했던 투자자들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는 말들을 내뱉으면서 창업자들을 궁지로 몰아붙여서 스스로가 소심한 창업자가 아닌지 고민하게 만드는게 당시 문화였습니다
그래서 창업자들은 살아남으려면 예민해지고 불안해지는게 좋긴한데...그러면 아마 인생에 회의가 올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게 맞을까.
저도 그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밸런스드라는 뉴스레터를 운영하려고 하는 이유가 불안함과 희망의 가운데 균형을 잡기 위함입니다. 글을 쓰며 제 생각을 정리하고 방법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큰것이죠. 수백억 수천억의 매출을 만들어내면서 살아가는 인생도 중요하지만, 한번밖에 없는 인생에서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려고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는것도 너무나 힘든일입니다. 창업자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엑싯할때까지 행복할 권리가 없다면 이 세상에 창업해서 엑싯까지 이르는 0.1%말고는 모두 불행한 인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삶을 강요하는 사회가 건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려고 태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보수적으로 결정하는것은 부끄러운것이 아니다.
또한 사업을 하면서 보수적으로 결정하는것은 창업자로써 부끄러운것이 아니라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스타트업계의 잘못된 병패중 하나가 창업자는 무조건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보여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리스크를 막아주고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무의미한 과감함이 아닙니다. 불안함을 바탕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고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것은 결코 부끄러워 해야할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많은분들의 실패가 일어나면서 창업문화가 또한번 바뀔것 같습니다. 저는 무모하게 사람을 밀어붙이는 세태부터 바뀌었으면 합니다. 보수적으로 의사결정하고 회사를 이끌어가는것보다 몇번의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를 나락으로 빠트리고 직원들을 실업자로 만드는것보다는 조금 소심할 결정을 하는것이 훨씬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