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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우 Dec 15. 2024

여행 유튜버와 메타버스의 관계

2024년 11월 4번째주

[아래는 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Balanced의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날 오전에 발송한 이후 3주 늦게 브런치에 올립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https://balanced.stibee.com/]

저는 최근에 고대의 사람들이 쓴 에세이를 읽은적이 있습니다. 올해가 2024년이니 그들도 아마 2천년 전의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천년이나 전의 사람들의 생각이니 우리랑 많이 다를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들 먹고사는 걱정이랑, 변화하는 세상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지금 사람들과 환경만 달라졌을 뿐 고민하는 내용은 크게 다름이 없을것 같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보다. 


실제로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고대의 사람들과 삶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먹고 살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잠시의 찰나가 지나가면 어느새 끝나있는것이 인생인건 마찬가지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현재와 같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자신이 뭘 욕망하고 다른사람이 뭘 원하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냥 태어나서 주어진대로 흘러가고 살다가 좁은 시야로 세상을 마무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겠죠.


그런데 우리도 최근까지 다른 사람의 삶을 계속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도구들이 없었다면 비슷한 처지였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생활 수준은 월등하게 좋아졌고, 병으로 죽을 확률은 낮아졌겠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 볼 수 있는 도구는 제가 어릴 적에도 적었던것 같습니다. 부지런히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찾아보지 않으면 제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기만 해도 돈을 버는 신기한 구조인 유튜버와 같은 플랫폼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그것이 포장된 것일지라도 자신의 삶은 타인에게 기꺼이 보여주기를 원합니다. 약간의 거짓이 섞여 있었던 영상들도 있겠지만, 무엇인가 가공하기에 비용이 많이 들어서인지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영상들도 유튜브에는 많습니다. 혜택이라면 혜택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공해가 될수도 있지만요. 

 

여행, 누구나 삶에서 공통적으로 바라는 한가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욕망의 스펙트럼하에서 한가지 공통점을 찾자면, 그것은 바로 여행일 것입니다. 다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앞으로 무슨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면 불안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즐기면서 여행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성수기에는 호텔이 부족하고 물가가 치솟는 것이죠. 모두들 여행을 가고 싶어 하니까요.


하지만, 여행은 매일 갈 수 없습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더 문제가 되는것은 시간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회사에 다니거나, 무엇인가 일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노동을 하는 시간을 따져본다면 인생에서 자유로울 시간이 극히 줄어들겠죠. 그리고 이 줄어드는 시간동안 사람들은 돈을 쓰면서 여행을 갑니다. 어렸을때는 여행은 경험이고, 많이 다닐수록 배우는것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무엇인가를 배우러 가는 사람들보다는 비우러 가는 사람들이 많게됩니다. 현실에서 쌓여진 먼지들을 털어버릴 무엇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핸드폰에서 보는 새로운 경험들: 메타버스의 전조증상인가?


저도 그래서 아침마다 유튜브에서 해외로 가는 영상을 봅니다. 물론 자극적인 키워드에 이끌려서 영상들을 클릭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리 구독해 놓은 나와 취향이 맞는 유튜버가 하는 행동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가 가는 여정에 저는 비록 포함되어 있지만, 영상을 보는 순간만큼은 함께 있는것처럼 느끼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여행 유튜버를 만나게 된다면 공짜로 수십분동안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인데 말이죠. 


가끔은 이게 메타버스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때 메타버스의 열풍과 같은 시기에 다들 로블록스를 보면서 이게 메타버스라고 아우성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아들이 로블록스를 하던 시기에 그 기사를 보면서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다들 버블이 꺼지기전에 마지막으로 미쳐있던 시기였죠. 하지만, 누구나 이해하듯 그런시대는 오지 않았고, 우리는 어설픈 3D로 덕지덕지 팔과 다리를 이어붙인 캐릭터보다 동네 옆집같은 유튜버들을 통하여 다른 세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메타버스에 가까운건 로블록스가 아니라 유튜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듭니다.


같은 시각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간접 경험의 안전함


아프리카나 할렘가 같은 위험한 지역에서 찍은 영상을 볼떄마다 위의 감정은 더 커집니다. 실제로 저는 그런지역으로 여행할 계획이 평생 없기 때문이죠. 가상현실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데, 대부분의 가상현실에서는 위험한 영상들이나 현실을 저희에게 보여줄 계획이 없을듯합니다. 다른 지역을 위험하게 묘사할 수도 없고, 자신들의 메세지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제가 그런지역을 여행하면서 가상의 감정을 느낄 수 잇는 유일한 통로이자 메타버스는 유튜브일 수 밖에 없을듯 합니다.


나와 유사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통해서 동일한 시각을 느끼고 먼 거리에서 위험을 헷지할 수 있다면 메타버스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의 일부는 흡수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언젠가 유튜브에서 손을 뻗어서 무엇인가 만질 수 있는 기능만 생긴다면 유튜버들에 의해서 수많은 세계가 창조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로블록스의 어설픈 각진 얼굴보다 유튜버를 선택할 어른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확신도 들고 말이죠.


모두 다 잊기 시작하면 현실은 다시 다가온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고 버블이 꺼지면서 메타버스는 우리에게서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그 테마를 말하지 않죠. 이제 남은것은 초라하게 남은 사명이나, 빌딩 이름들, 그리고 아직도 남은 정부정책들에서 사용되는 이름 뿐입니다. 모두들 입으로 말하기를 부끄러워하는 이름인 메타버스는 이제 영원히 저희 곁에서 사라진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여행유튜버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그들이 새로운 메타버스의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만든 세상을 보면서 매일 즐기고, 같은 시각을 느끼는 커뮤니티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것을 보면서도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할수는 없겠죠. 이미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가상현실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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