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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4주] 생존하는 스타트업의 사례들: 기본기

2025년 8월 4번째주

by 최정우

[아래는 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Balanced의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날 오전에 발송한 이후 1주 늦게 브런치에 올립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https://balanced.stibee.com

한주가 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지난주에 메일을 보낸뒤 몇분에게서 피드백을 받고 약간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제가 했던 말들 중에서 혹시 현재 했던 말과 다른 말들은 없는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일관적이지 않은, 그때마다 생각나는대로 말하는 사람은 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크게 벗어나는 말들은 없어서 용기를 내어 다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스타트업, 혹은 사업이란 무엇일까


오늘은 뜬금없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봅니다. 스타트업에는 많은 정의가 있습니다. 이것은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기 떄문이겠죠. 투자자에게는 리스크와 높은 리턴이 있는 투자대상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목숨걸고 하는 일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기회가 있는 직장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시선들과 정의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다른 정의를 부여해보고자 합니다.


제한된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정


스타트업이 나오기 전에는 엑싯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큰 돈을 벌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거나 혹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개념자체가 없었던 것이죠. 그냥 한번 사업을 시작한 사람은 죽을때까지 그렇게 살았습니다. 회사원으로 살다가 사업을 하기도 하고, 사업을 하다가 다시 회사원 생활을 하기도 하고, 또 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굳이 엑싯을 하지 않아도 그렇게 모두들 살았습니다. 물론 큰 돈을 만질 기회가 있던것은 아니었지만 말이죠.


스타트업을 하면서 크고 작은 엑싯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엑싯없이 계속 사업을 이어갑니다. 크고 작은 풍파와 변화속에서 스스로 모습을 바꾸고 생존 전략을 수정해가면서 꾸준히 생존해 나갈뿐입니다. 물론 좋은 기회가 오면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노력도 해야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이렇게 살아가게 됩니다.


인생이라는 제한된 삶속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죠. 사람의 체력과 수명은 한계가 있으니, 사업도 대부분 그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대부분 죽도록 일하기 떄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에 씁니다. 그래서 저는 사업은 "제한된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엑싯을 하던 말건 말이죠.


계속하려면 기본이 중요하다.


이 여정은 빨리 끝나지 않습니다. 대부분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하지 않으면 계속 됩니다. 엑싯을 하고도 주위에 죽을떄까지 노는분들은 없죠. 대부분은 다시 시작합니다. 그래서 한번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의 삶의 대부분은 유사한 과정을 가득 차게 마련입니다. 비록 콘텐츠는 다르겠지만 말이죠.


문제는 이 계속되는 작업의 과정에는 고난이 있습니다. 계속 변화하는 환경, 경기의 변화, AI의 등장까지. 가만히 있으면 생존에 위협이 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계속 변해야하죠. 갑자기 자본이 모자라는 경기 불황이 닥치면 회사의 규모를 줄이고, 사람을 줄일 수 밖에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이런 변화의 과정 중에 필요한 것은 기본기입니다.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식으로 자금이 순환되는지, 회사의 성장과정에서 나오는 문제들과 파트너들은 어떻게 다룰 것인지 등에 대한 기본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야 큰 바람에도 확 꺽이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정도가 아닌 사람으로써의 길


대기업과 같은 큰 기업을 다녀본 경험이 없다거나, 회계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데 기본기를 쌓을 수 있는지 걱정하지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 주위에 그런 분들 많습니다만, 생각보다 기본기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업의 기본기는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론과 경험, 그리고 스스로 느끼는 모든 일에서의 고민에 따라서 기본기가 쌓입니다. 그리고 더욱더 중요한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나친 야매의 길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당연히 꼼수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단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하지만, 늘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길의 비율이 전체 생각과 행동의 30% 이상을 차지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정도라는것은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판에 박힌 말들이 아닙니다. 그냥 인간으로써 지켜야할 도리와 윤리, 그리고 세상을 먼저 살아가는 어른으로써, 그리고 조직을 끌어가는 사람으로써 지켜야할 도리와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급해서 해결하는 정도로써 잠깐 사용하는 용도가 아니라, 정도가 아닌길에 매달려서 사업을 하게 되면 언젠가는 막대한 비용을 내면서 대가를 치뤄야할 때가 있습니다. 심하게는 회사가 파산하거나 개인이 감옥에 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겠죠.


종교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제가 목격한 모든 야매의 길에는 비용이 수반됩니다. 단지, 좀더 늦게 지불될 뿐이죠. 그래서 항상 과하지 않게 행동하며 기본기를 습득해야 합니다. 펀딩이 쉽게 되는 시기거나 펀딩이 안되는 시기거나 회사는 이익을 내면서 현금흐름을 관리하고, 적정수의 직원들과 함께 유지하는 유기체입니다. 돈을 받아서 개발자 천국을 만들겠다며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왕창 고용하고, 시장을 잠시 속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큰 회사가 되려고 하는 행동은 결국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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