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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구름 기린 Mar 27. 2020

4. 삶을 좀먹지 말 것

무시못할 사소한 것들

야밤에 컵에 뜨거운 물을 붓고

늘 그렇듯 밥수저로 커피를 젓다가, 

티스푼 사는 것을 잊었구나 깨달았다.

굳이 그것마저 아끼려 한건 아니고

다이소 갈 일을 미루다 잊은 것이지만.


꽤 오래 계획보다 넘친 지출을 만회하기 위해

사소한 생활용품에 대한 지출을 컷컷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면 대상이 되는 건 주로 낡은 속옷류, 런닝과 양말 등 중요하지 않은 것들.

심지어 잔고안정이 안 됐던 직장 1~2년차엔 땐 약 떨어져 멈춘 시계를

손목에 그냥 차고 다니기도 했었다.


그럼 사소한 비용을 아껴 목표치를 채웠냐고?

그래봤자 연말정산은 일년을 반추하며 

먹고 마신것을 후회하는 시간이었고

굳이 아낀 그 사소하지만 삶에 필요한 것들의 대가는 

어느샌가 정돈되지 않은 삶과 더러워진 기분으로 돌아왔다.


사소한 필요들이 무시되었을때 삶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꽤나크다.

구멍난 속옷과 양말, 멈춰버린 시계가 주는 현타.

'왜 살지? 왜 이러면서 살지?'가 닥쳐오면

블랙홀처럼 마음의 에너지를 빨아들여 가난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 이후로는 가계부 파일에서 월 지출금액이

넘쳐서 부담스럽다면 아예 그 비용은 수입/지출

계산에서 빼고 비상금잔고에서 나간것으로 해버리게 되었다.


청소도, 설거지도 사소한 것들도 비슷하다. 

과도하게 미뤄버리면 어느 순간 나를 좀 먹어 정신이 삭아버린다.


부유하진 못해도, 마음 좀 먹은 채 겔겔대며 살고 싶지않으면,

적당한 선에서 돈을 쓰고 또 적당히 삶을 유지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러므로 휴일엔 방청소와 분리수거 당첨.

일요일 저녁부터 쌓아둔 설거지 정리도 당담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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