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숨 막히는 계절, 땀 한 방울 없이 빅포레스트에서 태어났다. 아기 취급은 1년 반이 채 안 됐다. 시큼한 걸 질색한다. 핫도그 토핑은 설탕까지만 봐줄 수 있고, 감자튀김은 소금과 후추면 충분하다. 소독용 알코올 냄새가 익숙하다. 붕대와 반창고를 너무 좋아했다.
첫 사회생활은 포춘빌리지로 옮긴 후였다. 초점을 맞추려면 늘 찡그려야 했다. 동그랗거나 네모난 것을 쓰고 다녔다. 불안함에 울던 것을 혼나고부터 감정을 숨기기 시작했다. 슬픈 것도 기쁜 것도 꽤 잘 숨겼지만, 얼굴색까지 숨기는 건 힘들었다. 봄을 두려워했다. 손 드는 게 제일 어려워 알면서 모른 척했다. 여러 번의 간택과 배신을 당했다.
꽃가루가 날리면 코와 눈이 축축해졌다. 숫자가 나오면 머리가 아팠다. 말하는 것보다 읽는 걸, 읽는 것보다 쓰는 걸 좋아했다. 우등상은 몰라도 개근상과 모범상을 놓친 적이 없다. 감투 쓰는 것을 꺼렸지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언제나 부(副)를 택했다.
만화보다 만화주제가에 좀 더 관심이 있었다. 발라드는 싫지만 락발라드는 좋아했다. 대학 입학 후 2년간 기타를 잡고 몇 번의 무대에 올랐다. 실력은 매우 부족했다. 보컬을 하지 그랬냐는 말을 들었다.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걸 추구했다, 이때는.
첫 직장은 태어난 곳 근처였다. 유일하게 하늘을 보는 시간은 한강을 건널 때 나오는 기관사의 아침 인사 때뿐이었다. 다음 직장도 쉽지 않았다. 건강보다 돈을 우선시했다. 취향을 버리면서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멸망에 관해 자주 생각하곤 했다. 즐거움이 단 하나도 없는 일상에서 처음 상담을 받았다. 들어주는 게 업인 사람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건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아 말이 자꾸 길어졌다.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걸 찾아보았다. 깊이 생각해도 크게 잘하는 게 없었기에 뭐라도 배워보기로 했다. 끝에 가서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돼도, 그것 역시 남는 것이라 믿는다. 여전히 나를 알아가는 단계지만 ‘사실 모든 인간은 그러지 않을까.’ 스스로를 위로하며 오늘도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