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윤사 수능문제 ㅋㅋㅋ

윤리와 사상, 에피쿠로스, 공리주의

by 코디정

이런저런 책을 편집하고 만들고, 또 읽고 공부한다. 특히 죽은 사람들이 남긴 지혜를 많이 공부한다. 어느날 문득, 내가 공부하는 것이 고등학생들의 교과과목인 <윤리와 사상>이라는 걸 깨닫고, 학생들의 시험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내가 제대로 공부했는지 점검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였다. 인문학 공부하는 어른들이라면 학생들처럼 윤리와 사상 수능문제를 풀어보기를 권한다. 우리 아이들이 대단한 공부를 하고 있음을 절감할 수 있다.



고대 서양 사상가 갑, 근대 서양 사상가 을의 입장으로 옳은 것은? (2022년 수능)


갑 : 쾌락은 행복한 삶의 시작이자 끝으로, 육체의 고통과 마음의 불안이 없는 상태이다. 삶이 즐거우려면 우리의 정신에서 신과 죽음에 대한 잘못된 믿음들을 몰아내야 한다.
을 : 행복은 고통의 부재이며, 불행은 쾌락의 결핍이다. 최대 행복 원리는 사람들이 가능한 한 고통이 없고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최대한의 쾌락을 누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① 갑 : 즐거운 삶을 위해 이성적인 숙고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② 갑 : 신은 악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징벌을 내린다.

③ 을 : 고상한 쾌락을 얻기 위해서는 감각 이외의 능력도 필요하다.

④ 을 : 행복을 바라는 인간의 본성은 도덕 원리의 근거가 될 수 없다.

⑤ 갑, 을 : 사회 전체의 쾌락을 증진시키는 행위만이 도덕적 가치가 있다


해설과 정답 | 이건 좀 쉬운 문제. 그러나 철학사(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풀어보면 참 좋을 문제. 갑은 헬레니즘 철학자 에피쿠로스 (341~270 BC) 할아버지. 헬레니즘 시대에는 두 학파가 경쟁했다. 스토아 학파의 키티온의 제논(334~262 BC)과, 에피쿠로스 학파의 에피쿠로스. 이분보다 한 세대 먼저 태어난 어른이신 아리스토텔레스(384~322 BC) 할아버지가 삶의 목적으로 <행복>을 강조한 이유로, 서양철학에서 본격적으로 행복론이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한 시대. 단, 스토아 학파는 자연의 순리에 맞게 절제하면서 금욕하는 행복을, 에피쿠로스 학파는 쾌락이 이끄는 행복을 강조.


잠깐, 여기서 관심을 둘 사항 두 가지. 첫째, ‘쾌락’은 오르가즘이 아님. 영어로 ‘pleasure’, 이걸 번역한 게 쾌락. 둘째 이쪽이나 저쪽이나 기본적으로 이성 존중함. 우리가 배우는 윤리와 사상은 현대에 이르기 전까지 이성을 배격하지 않음(현대철학이라 해도 이성의 지배력을 부정할 수는 있어도 이성을 나쁘다고 하지는 않음).


을은 공리주의. 존 스튜어트 밀의 사상. 밀에 따르면 행복을 증진하는 게 선(good). 행복을 쾌락(즐거움)을 통해서 그게 아니라면 고통을 줄임으로써 달성됨. 밀은 <공리주의>에서 대놓고 에피쿠로스 찬양했다, 에피쿠로스와 밀은 ‘쾌락주의’임. 차이 있다. 이 차이는 중요. 에피쿠로스는 개인주의적인 쾌락을, 밀은 타인의 행복까지 고려한 사회의 쾌락으로 행복론을 밀고 나감. ①번. 쾌락주의라고 해도 그 쾌락이라는 게 오르가즘이 아니니까 이성적인 숙고 요구됨. 굉장히 높은 수준의 즐거움을 추구하셨음. ②번 잘못. 에피쿠로스 학파는 기본적으로 유물론. 그들의 선배가 데모크리토스(460~351 BC)이며, 그들의 후배가 마르크스(1818~1883)다. 신의 섭리를 숭배한 것은 스토아 학파. ③번 정답. 잘못이 없다. 밀은 굉장히 이성적이 사람. 덕윤리도 인정함. 단 그게 제1의 원리는 아니라는 거. ④번을 완전히 반대로 하면 정답. 밀은 몇 번이고 강조한다. 행복을 바라는 인간의 본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도덕 원리. 그렇기 때문에 최대행복의 원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⑤ 사회전체의 쾌락은 공리주의에만 해당. 에피쿠로스 학파의 전승된 문헌에는 그런 얘기는 없음. 공동체 생활을 하기는 했어도 기본적으로 ‘아서라, 세상사’가 에피쿠로스 학파. 출세에 관심이 없었음.


에피쿠로스 할아버지에 좀 관심이 있다면 10분 투자하시길. 고대의 기인임.


—— 파란만장한 에피쿠로스, 어떻게 비주류가 되었으며 어떻게 복권되었는지 #헬레니즘 #에피쿠로스 #아타락시아

https://youtu.be/0ludke16xVU




이런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까닭은, (문제 자체가 쉽기도 했자만 -.,-)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를 수십 번 읽었기 때문.... 편집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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