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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Jan 05. 2024

3학년 영어 수업 참관한 5살, 3살

그래도 제법 잘 따라와서 기특했던 하루

새해 첫 주부터 3학년 영어캠프를 진행 중이다. 하필 이 주간에 어린이집도 방학을 하여 와이프가 오전 내내 2대 1 독박육아를 하고 있다. 때마침 와이프가 오늘 영어캠프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동물'을 주제로 한 수업을 할 생각이며 동물 쿠키를 간단한 크림펜으로 꾸미면서 단어와 문장 공부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반색을 하면서 와이프 왈


"그럼 우리 애들 그 수업할 때 놀러 가도 되는 거지?"


그 말을 듣고 와이프에게 우선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연유로 선생님 집 아들, 딸이 수업에 참여할 계획인데 괜찮겠냐고 물어보겠다고 했다. 다음 날,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엄청난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고 얼마든지 놀러 와도 좋다고 했다. 매사에 불만 투성이인 단 한 명의 남자아이만 맹목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게 조금 신경 쓰였지만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우리 가족이 방문하기로 한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쿠키, 음료수, 크림펜, 물티슈 등의 준비물을 모둠별 바구니에 칼 같이 세팅했다. 최대한 모두가 만족하는 영어 수업을 만들어 행복한 결말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우리 가족의 등장으로 인해 영어 캠프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런 불만들이 우리 아이들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막고 싶었다. 이윽고 학생들이 창문 쪽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모습을 보고 금세 알아챘다.


"왔구나 우리 가족이."

 

아가들은 형, 누나들의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 한 채 교실 한쪽에 엄마랑 앉아 동물쿠키 만들기 수업에 동참했다. 학생들은 아가들을 위한 웰메이드 쿠키를 만들어 너도나도 선물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수업은 큰 무리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수업 말미에 골든벨 퀴즈를 하면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아들, 딸도 한 자리 차지하며 정답을 맞히는 진기한(?) 풍경도 함께.


80분간의 길지만 짧은 수업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바로 곯아떨어진 아들, 딸의 모습에서 열심히 공부하느라 고생했구나라는 말 한마디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공개수업을 해보았지만 가족들 앞에서 수업을 보여준 적은 처음이다. 여러모로 유익하고 즐거웠던 시간인 것 같아 뿌듯했다.

'여보, 다음 주부터 애들 어린이집 가니까 여보만의 오전 시간을 보내시우. 나는 다다음주에 합류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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