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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Feb 21. 2024

2월 11일은 슈퍼데이

우리 둘째의 2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지난 설 연휴는 우리 가족에게 좀 더 특별한 나날이었다. 바로 우리 사랑스러운 공주님 서우의 두 번째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대세인 티니핑 시리즈 중 서우가 가장 예뻐라 하는 '하츄핑' 캐릭터가 사뿐히 올려진 수제 케이크를 필두로 본격적인 생일맞이를 시작했다. 그 옆에서 서우를 축하해 주는 지우의 모습이 요즘 들어 더욱 듬직하고 의젓하게 느껴지는 것도 하나의 별미이다.

날씨가 다소 을씨년스럽긴 했으나 나들이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궂은 날씨는 아니라 오전 행사를 마치고 곧바로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인근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고 동물원에 가서 코끼리와 호랑이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고 살짝 오한이 들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바깥 활동은 무리라고 판단해서 집으로 가기로 했지만 뭔가 제대로 놀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집 근처의 타요 키즈카페에서 2시간 바짝 놀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서우의 생일을 마무리했다.


2월 11일과 관련해서 우리 가족은 물론 아무도 모르리라고 자부할 수 있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그것은 내가 어렸을 때 즐겨했던 게임 캐릭터의 생일이 2월 11일이었기 때문이다. 1992년 발매된 '열혈격투전설'이란 32비트 게임은 2:2 형식의 대전게임으로 본인이 직접 캐릭터의 이름도 지어주고 혈액형과 생일을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어떠한 경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동네에선 2월 11일의 생일을 가진 캐릭터를 생성하면 슈퍼캐릭터가 탄생한다는 비기가 유행이었고 나는 늘 그 캐릭터를 골라서 원코인으로 끝판을 깨곤 했다. 세월이 흘러 슈퍼캐릭터를 고르는 방법은 모두 잊었지만 '2월 11일'이란 생일은 선명하게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억지 춘향이격인 논리인지는 모르겠으나 2월 11일 생인 우리 서우는 누구보다도 쾌활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30여 년 전에 내가 사랑했던 캐릭터의 모습을 갖췄다고 하기엔 딸에게는 다소 미안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밥 한 숟가락을 먹어도,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도 그야말로 '야무지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우리 서우. 아빠에게 있어 그런 서우는 세상 어디와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슈퍼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Happy birthday dear my seo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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