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날.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탓인지 아침 6시 반부터 일어나 엄마아빠를 깨워 밖으로 나가자고 조릅니다. 적당히 요기만 때우고 투표 후에 제대로 아침 겸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아가들의 옷을 입혀 밖으로 나갔습니다. 간절기에 맞춰 야구 점퍼를 예쁜 색깔로 맞췄는데 선거 운동 기간과 맞물린 탓인지 공교롭게도 거대 여당과 야당을 대표하는 색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냥 기분 탓이겠지요. 어쨌든 내일부턴 이런 오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입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초여름 날씨가 예상된다 하네요.
사전투표 장소가 인근 주민센터였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나 가서 확인해 봤더니 저희 집은 본투표 장소가 주민센터가 아닌 인근 초등학교라고 하네요. 살짝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긴 하지만 워낙 이른 시간에 나왔기에 투표소는 상당히 한산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수많은 비례대표 정당들의 이름을 뒤로한 채 재빨리 투표를 마친 우리 부부는 지난 4년 전을 잠깐 회상했습니다. 그때는 첫째가 이제 막 잉태해서 와이프 뱃속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지금은 5살, 3살 아들 딸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꽤 묘했습니다. 이런 엄마아빠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관없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놀이시설을 신나게 누렸고요.
평소에 쉽사리 접하기 어려운 모래놀이도 원 없이 했고요. 투표는 5분 만에 끝났는데 놀이터에서만 1시간 반 정도 실컷 놀다가 나왔습니다.
신나게 놀다 말고 첫째가 갑자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어딘가를 다녀오고 싶다고 합니다. 더블 유모차를 끌고 온 탓에 버스보다는 지하철이 좀 더 수월하겠다 싶어 지하철을 타고 인근 대형마트에 다녀오자고 했더니 아가들 모두 흔쾌히 수락하네요. 별다른 소비 하나 없이 그저 대중교통을 타고 마트만 다녀왔는데 해가 중천에 떠 있습니다. 가는 여정이 순탄치 않기 때문일까요. 연신 계단을 오르내리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반복해서 타는 탓에 평소보다 시간이 3-4배는 많이 소요됩니다. 뭐 쉬는 날이고 이렇게 놀며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그거면 된 거죠.
그렇게 마트 대장정을 마치고 오늘 외출의 피날레는 '코인 노래방'으로 장식하기로 했습니다.
동요 몇 곡 부르고 5분 만에 수천 원을 쓰느니 차라리 30분에 5천 원이 가성비가 더 좋겠다 싶어 시간제로 결제하고 마음껏 즐겼습니다. 아가들은 평소에 어린이집에서 부르는 동요와 핑크퐁 시리즈로 알게 된 노래까지 신나게 불렀습니다. 30분 동안 무려 16곡을 쉬지 않고 소화한 아가들은 마지막 곡을 부르고 아쉬운 마음을 한가득 표현하더군요. 다음에 또 놀러 오기로 다짐하고 투표 12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4 가족이 함께한 선거일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피곤했는지 아가들은 9시가 되어 모두 잠들고 이제는 저만의 시간입니다. 실은 저는 개표방송을 체력이 허락하는 데까지 보다가 자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오늘도 방송사 이곳저곳을 돌아가며 시청할 계획입니다. 유권자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기 때문이랄까요. 누가 당선이 되든지 간에 지역구의 발전과 유권자의 선택에 대한 책임의식을 마음에 담아 일하는 사람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