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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Apr 20. 2024

어린이집 상담주간

늘 상담만 하다가 받는 입장은 어색하고 신기함

상담주간이란 단어는 교직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입니다. 학교에서 어련히 학생들을 잘 지도하고 있지만 그래도 늘 학교생활이 궁금하신 부모님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어떻게든 상담을 신청하곤 하십니다. 심지어 직장 때문에 대면 상담이 힘들면 퇴근 후 전화 상담으로라도 신청해서 우리 자녀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하나라도 더 자세하게 물어보시죠. 그럼 그에 발맞추어 최대한 학생들의 장점이 두드러지도록, 우려하는 일이 그저 우려로 끝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상담을 해드립니다. 늘 이렇게 상담만 열심히 하다가 학부모의 입장에서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어색하고 신기한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허니와 달콤이가 어린이집 생활을 과연 문제없이 잘하고 있는지 여부가 궁금해지긴 하더군요.

상담은 우선 허니의 일거수일투족부터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빠를 닮아 유난히 열이 많고 땀도 많은 허니를 위해 다음 주부터는 얇은 잠바에 반팔을 입고 등원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선생님의 조언을 필두로 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학습적인 측면에서는 호기심이 많고 무엇이든 자기가 보고 들은 내용을 곱씹어 보는 태도가 인상적이라고 하였습니다. 창의성 교육에서 한때 큰 유행을 불러일으켰던 단어인 '메타인지'를 되새겨보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라 불리는 그 단어를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는 순간이었다 할까요. 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저도 방금 '알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을 다시 한번 알고 있노라고 논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예년에 비해 만들기 능력과 관찰력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하였습니다. 단순히 선생님이 지시하는 대로 하던 과거에 비해 자신만의 디자인과 색깔을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하네요. 점, 선, 면에 대해 좀 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그리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곤충, 동물 등의 생김새를 디테일하게 묘사하려고 한답니다. 그리고 체육시간에 허니의 장점이 유난히 돋보이는 종목은 바로 평균대라고 합니다. 참 신기하죠. 저도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평균대 빨리 건너가기 부문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안 넘어지고 결승선을 통과해 1등 상을 탔던 기억이 있거든요. 근력, 유연성, 근지구력, 순발력 등은 많이 모자라지만 평형감각은 자신이 있었는데 허니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생활지도 부분에서는 가정과 어린이집과의 꾸준한 연계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고 하시네요. 특히 눈치를 워낙 많이 보고 오지랖이 넓어 다른 친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다른 친구가 혼나고 있으면 가서 한 마디 거든다던지, 놀잇감 등을 친구들 주위에서 일부러 빙빙 돌리면서 맞나 안 맞나 가늠한다던지 등의 행동이 바로 그것이죠. 그러나 5세 전후의 아이들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므로 꾸준히 잘잘못에 대한 올바른 지도를 한다면 서서히 단점들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결국 인내심과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이야기인 듯합니다. 견뎌내야죠. 그래도 허니에게선 다른 친구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한다거나 떼를 쓰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없다는 말인데 문제는 달콤이네요.

달콤이는 2년 연속 같은 담임선생님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달콤이도 담임선생님을 너무 좋아하고, 담임선생님께서도 달콤이를 유난히 아끼고 사랑해 주셔서 어린이집 생활이 늘 즐거워하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직 만 1세라 학습적인 측면에서 달콤이의 특징을 세세하게 논할 수 없다는 것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 탐색, 집중도, 상황 묘사 등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요즈음 달콤이의 생활에서 예년과 달리 자주 보이는 모습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친구들에게 손, 발을 자주 쓴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담임선생님께서 너무 놀란 나머지 알림장에다가 달콤이가 친구를 때린다는 이야기를 남기셨을까요. 집에서도 오빠한테 지지 않고 세게 나가는 모습이 있어 늘 우려하긴 했었는데 어린이집에서도 슬슬 본성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그래도 달콤이의 무엇보다 큰 장점은 뒤끝이 없다는 것이라고 하네요. 정확하게 캐치하신 담임선생님의 통찰력에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었습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잘못에 대한 인정이 빠르고 짜증이나 떼를 쓰는 일도 잠깐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A부터 Z까지 복기하는 허니와는 완전 반대 성향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또한 성장하는 단계이니 너무 괘념치 마시고 어린이집에서 누구보다 즐겁게 생활하고 있으니 가정에서도 언제든 필요하거나 논의할 것이 있으면 연락 주시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끝으로 상담주간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결론은 잘 지내고 있으니 가정에서도 아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는 법이죠.

 삶에 대한 자세와 관점에 대한 반복적인 고민을 통해 다가올 내일도 아가들과 잘 지내보리라는 다짐을 굳게 했던 한 주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다음 주에도 잘 지내보자. 꿀같이 달콤하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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