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으로 그동안의 내 삶을 잠시나마 복기해 보았습니다. 13년 전 초등학교 교사로 첫 발령받은 때, 10여 년 전 지금의 와이프를 종각역 던킨 도너츠 앞에서 만난 순간 등이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변환점은 바로 '육아'의 세계에 입문한 때입니다. 왜냐하면 육아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경험임과 동시에 그와 더불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제시했기 때문이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만고의 진리를 육아를 통해서 몸소 깨달았으며 불철주야 사시사철 아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케어하며 그야말로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16개월 터울의 아들과 딸은 어느덧 5살, 3살의 어엿한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배운 내용을 엄마아빠에게 설명할 줄 알고, 일상생활의 다양한 순간에 호기심을 갖고 반응하기도 하며, 튼튼한 신체를 활용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보육'에서 '교육'의 세계로 발돋움할 채비를 마련하고 있었고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아빠가 어떤 교육적 마인드를 가지고 아이들을 마주하면 좋을까?'
다행히도 그런 고민을 더 심도 있게 한 존재가 있었고 그에 대한 해답을 집약해 놓은 지침서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파이브 포인츠'입니다
어린이집 학부모들에게 종종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아가들은 걱정할 것 하나 없겠다. 엄마아빠가 선생님이라서'입니다. 실은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매년 배워야 할 교육적 트렌드와 학생, 학부모들의 니즈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완 별개로 학교 폭력을 포함한 생활지도의 어려움, 재능 있는 인재들의 의대 러시 등의 교육적 이슈는 수십 년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죠. '파이브 포인츠'의 저자 양원주 작가는 이러한 대한민국 교육의 부작용에 대한 해답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질문'을 제시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한 교육적 질문을 5가지의 관점 이른바 '파이브 포인츠'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는 점이죠.
막연하게 접근하기 쉬운 교육이란 주제를 '창의성, 공부, 감정, 역경, 공존'이라는 키워드로 구분하여 질문함으로써 교육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좀 더 구체화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아이들을 올바른 존재로 기르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감탄하게 됩니다. 때로는 수십 권을 넘게 읽었던 교육 저서를 인용하기도 하고, 세계적인 인문학, 교육학 석학들의 명언을 꺼내놓기도 합니다. '채근담'과 '격몽요결'을 통해 인격 수양에 필요한 덕목을 제시하기도 하고, 니체, 비트겐슈타인들을 일컬으며 '배움'의 근원을 언급하기도 하죠. 이따금씩 오타니도 등장하고,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메이션도 등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읽으며 덤으로 얻게 되는 '알쓸신잡'을 하나둘씩 쌓아두는 재미도 있습니다. 4년 내내 교육학을 전공했고 교육심리학, 교육 철학에 관해선 보통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더 알고 있다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순간이기도 했고요.
'내가 알량한 지식을 품어두고 있을 때 작가는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하고 연구했구나'
5가지 챕터 중에 가장 흥미로운 항목을 고르라면 '역경' 지수라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혹자는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고통의 연속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살다 보면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갖는 사람을 마주할 순간이 무수하게 많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희로애락의 스펙트럼이 상당하다는 의미죠.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인생 속 역경에 관심을 갖고 그에 따른 돌파구를 가르쳐주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차 함수 문제를 풀기 어려워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그 학생에게 2차 함수를 푸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무수히 많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이 2차 함수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의 감정을 코칭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선생님으로서 또는 부모로서 아이들이 이러한 난관에 봉착했을 때 어떤 말과 행동을 아이에게 해주어야 할지에 대한 작가의 세심한 피드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수 진성의 명곡 '태클을 걸지 마'라는 곡이 담고 있는 의미를 좋아합니다. 나도 너에게 태클을 거는 삶을 살지 않을 테니 너도 함부로 나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는 의미이죠. 희한하게도 이러한 가치관을 육아에 도입하는 순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엄마아빠가 시키는 대로 하기를 종용하고 한 시대를 한번 겪어왔다는 걸 빌미로 잔소리를 늘어놓는 경우가 있죠. 대부분의 자녀문제와 갈등의 원인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작가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그 해답은 '부모'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콩 심은 데에서 콩 나지 팥이 나겠느냐.' ,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는 겁니다. 수백 수천 사교육비보다 진심을 담은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소중하고 언제든지 감사하고 사과할 줄 아는 태도가 의대 입시보다 중요하는 것을 말이죠. 그렇게 한 걸음씩 아이들이 삶의 방식을 나름대로 마련하고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올바른 부모가 되는 첫걸음이라 생각해 봅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미래 사회에서 스스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아이를 키우는 지혜를 얻기를 원합니다. 이 글을 읽음으로써 독자로써,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두 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로서 어떤 스탠스를 취하며 세상을 마주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파이브 포인츠'가 언급하는 요소가 절대적인 진리는 아닙니다. 이 책이 발매된 이후에도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한 변화에 마냥 두려워하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르고 싶다면 이 책은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도 적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기본적인 시각을 서서히 정립해 가고 있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