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부모님을 위한 학교 생활 지침서
2024년부터 교육과정이 새롭게 적용된다. 현직에 있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수시로 일어나는 교육과정 개정이 썩 반갑지는 않다. 가까스로 개정 교육과정의 흐름을 파악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데 또 다른 변화에 적응해야 하다니. 기존의 경험 고수와 새로운 흐름에 부응함.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균형을 찾고자 도움을 구할 마땅한 것이 없나 찾고 있던 터.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등장했는지 제목부터 사막 위의 오아시스 같은 책이 있었으니 바로 '슬기로운 초등학교 생활'이다. 12년 차와 4년 차 교사가 공동으로 작업하여 쓴 책인데 12년간의 교직생활에서의 탄탄한 노하우가 마치 클래식 같다면 4년간의 다양한 교육계 유행과 이슈를 발 빠르게 캐치한 유연한 사고와 시각은 마치 K-POP 같은 느낌이었다. 이처럼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물씬 묻어있는 책. 한 번 슬기롭게 읽어보기로 했다.
챕터는 총 3장으로 각 장마다 학년군별로 묶어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연령에 맞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어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무리가 없다. 저학년 담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도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을까 예습하기에 좋다. 또한 숱하게 맡아왔던 고학년 담임 및 교과교사를 돌아보며 반성할 점과 알아두면 유익한 점에 대해 알아보는 유익한 정보가 많이 있었다. 전통적인 국어, 수학, 영어에 대한 학습 대비부터 기본 생활 습관 형성, 교실 안과 밖에서의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과 그에 걸맞은 올바른 대응과 상담 기법 등에 대한 내용이 물 흐르듯 기술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매년 하는 업무이다 보니 자연스레 몸과 머릿속에 내재되어 있는 주간, 월간, 연간 행사에 대한 언급이 인상적이다.
'나는 내 일이니까 익숙하겠지만
학부모들은 직접 보고 들을 새가 없으니 얼마나 궁금했을까? '
5살, 3살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육아대디의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유아교육기관과 초등학교의 성격이 분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언급하는 부분이었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 느꼈던 생각은 '왜 이렇게 초등학교에 요구하는 부분이 유치원스러울까?'였다. 그런데 아이를 직접 키워보니 교육기관에 대한 확실한 경험과 견해의 차이가 존재했고 그것을 깨닫는 데에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연히 초등학교는 '교육기관'이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보육기관'이라는 것. 낮잠 시간이 있고 오전 간식과 오후 간식이 존재하던 곳에서 자신만의 교과서와 책걸상이 있는 곳은 분명히 그 성격과 목적이 다르기에 운영 체계와 방식이 다르다는 것. 그것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캐치하여 설명했기에 학부모의 입장에서 '아, 초등학교는 유치원, 어린이집과 이런 점이 확실하게 다르구나. 잘 살펴보고 적응시켜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그렇게 1, 2학년 저학년 생활을 슬기롭게 맞이하는 요령을 터득하고 2장에선 3, 4학년 중학년 생활을 슬기롭게 대응하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요즘 가장 뜨거운 감자인 '문해력'에서부터 기존 교과에 대한 학습 능력 신장을 위한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가 있다. 이는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서 적용해 본 프로그램들이기에 그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다소 어긋나는 전통의 방식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발달 특성에 맞고 학생들이 스스로 흥미와 관심을 꾸준히 학습할 수 있도록 고안한 프로그램이 많다. 읽는 내내 지겹지가 않고 배우고 익히게 되는 부분이 많은 챕터 중 하나였다.
제3장은 5, 6학년 고학년들을 슬기롭게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서 기술되어 있다. 이때부터 학습 능력 신장 이외에 초등학교 생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올바른 생활지도'에 대한 물음과 그에 대한 슬기로운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알파세대로 칭해지는 고학년 초등학생들의 특성과 또래 집단이 그들에게 주는 의미, 그로 인한 부작용 등장 및 학교폭력, 학업 스트레스 등에 대한 문제 사례를 각 항목마다 체계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문제점을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으니 그에 대한 답변도 적절하게 골라 읽기도 쉽다. 마치 잘 마련된 처방전 같은 느낌이랄까. 뿐만 아니라 중학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잘 꿰어 영재교육, 특성화중학교에 대한 입학 Q&A도 다루고 있고 통지표에 담긴 문장에 대한 '선생님 언어 번역'까지 꼼꼼하게 기술하여 올바른 중학교 생활을 위한 교각의 구실을 톡톡하게 해내고 있다.
구경석, 김시원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