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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Jul 15. 2024

유로 2024 우승국 맞추기 이벤트

학생들과 함께 해서 더욱 재미있었던 이벤트

지난 6월 14일, 유로 2024 대회가 독일에서 열렸습니다. 세계인의 축구 한마당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첫날부터 예선전 경기 하이라이트를 빼놓지 않고 챙겨보며 대회를 나름 즐겼습니다. 며칠 동안 보다 보니 이 재미를 혼자서 즐기기보단 학교의 많은 축구 꿈나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체육부장 직권 남용(?)으로 소소하게 '유로 2024 우승국 맞추기 이벤트'를 기획, 진행하였습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예선 조별리그가 끝나는 21일까지 학생들 자신이 생각하는 우승국을 적습니다. 조별리그 기간에는 우승국을 몇 번이고 변경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단, 토너먼트가 시작되는 16강부터는 우승국을 수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때부턴 승자의 윤곽이 예선 때보다 더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쳐 적는 꿈나무(?)들의 수고를 덜고자, 넓은 테이프를 붙여 더 이상의 의견 작성을 봉인하는 정성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진 축구 지식과 철학을 바탕으로 우승국을 진지하게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소위 '축알못'인 학생들도 '어느 나라가 잘하냐?'라고 친구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고, 축구에 능통한 친구들이 너도나도 자신이 가진 축구 정보를 기부하는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그리하여 총 8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우승국 이벤트에 참여하였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결승전은 스페인과 잉글랜드의 맞대결로 정해졌습니다.


사실 지난주에 퇴근하면서 이벤트 현황을 살펴보고  약간의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스페인을 우승국으로 적은 학생은 3명인데, 잉글랜드를 우승후보로 적은 학생은 20명이 넘었기 때문이지요. 만약 잉글랜드가 우승하게 되어버리면 20명이 넘는 학생들의 간식을 챙겨줘야 하는데 그만큼의 인원에게 공평하게 줄 수 있는 것은 이온음료 1박스가 전부였기 때문이죠. 우승국을 맞춘 당첨자인데 처우가 다소 소박한 게 아쉬움으로 남을까 걱정했지요. 이런 저의 걱정이 하늘에 닿았을까요. 유로 2024의 우승국은 바로 스페인으로 결정되었고 저는 콧노래를 부르며 3명의 학생을 위한 간식 꾸러미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곧바로 연구실에 있는 과자와 멘토스, 견과류 등을 꺼내 3개의 간식 꾸러미에 넣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신선한 ABC주스와 식물성 프로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두 학교 체육 프로그램 운영 물품으로 제가 주문한 것이니 모든 권한은 저한테 있는 물건입니다. 뭔가 꾸러미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해 영양간식을 좀 더 찾아 최대한 꽉꽉 채웠습니다. 오로지 스페인을 맞춘 학생들이 기뻐할 상상만을 가지면서 말이죠. 그렇게 혼자 신나서 기획, 운영한 우승국 맞히기 이벤트는 나름 구색을 갖춘 채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우승국을 맞힌 반 담임선생님들은 물론 어느 누구도 제가 진행한 이벤트에 관심을 크게 갖지 않았습니다. 교장, 교감님도 당연히 모르시고 오직 저와 축구 좀 좋아하는 학생들 간의 화합의 장인 무대였지요. 그러나 전혀 아쉽다거나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소소하게 재미를 찾을 수 있어 더 부담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재미있는 축제가 마무리된 것이 아쉽기도 하고 그러네요.


이렇게 끝나기 좀 아쉬운데 '파리올림픽 대한민국 메달 종목 맞히기'를 한 번 기획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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