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해'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우선 묻고 따지지도 않고 구매했다. 이미 브런치 작가로 꾸준히 글을 쓰고 계신 '유미래'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로 알고 있던 와중에 퇴직하셨던 교장선생님이란 것을 알고 다소 놀랐다. 같은 교직에 있으면서 교장선생님이 얼마나 학교에서 일거수일투족 바쁘신 분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 같은 학교에서 교장-부장 간의 관계로 마주했다면 정기적인 부장회의에서도 뵈었을 것이고 소소한 E알리미 발송부터 중차대한 학교의 큰 행사까지 세세하게 개인적인 미팅을 통해 본인만의 조언과 노하우를 아끼지 않았을 터. 42년 넘는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그동안 하지 못한 것, 못 보고 지나친 것들 대신 펜을 잡고 꾸준히 글을 쓰셨던 이유는 아무래도 글 쓰는 행위 자체가 그저 '행복하기 때문'이지 않았을 까 싶다.
우선 글이 주는 간결함과 일대기적인 자연스러운 흐름이 편안하고 배우고 싶은 부분 중 하나이다. 글을 읽는 데 막힘이 없고 눈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두 아이의 아빠의 시선으로 보면 작가의 손주들이 할머니와 함께 하는 모습이 선명하고 또렷하게 그려진다. 또한 남편으로서의 시선으로 사부님을 보면 서 셰프라는 직함을 새로이 하사 받아 하루라는 순간이 주는 설렘과 즐거움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남편의 모습이 그려진다. 두 아들 그리고 며느리, 손주 셋을 담은 챕터에서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가족의 탄생과 새로이 가족이 된 존재에 대한 넘쳐나는 사랑이 묻어난달까.사랑스러운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가 되고 싶은 입장에서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대목이다.
읽다 보니 종종 브런치에서 작가님께서 게재해 주신 글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그중에는 10만 뷰를 달성한 에피소드도 있었고 작가님의 요리 노하우가 물씬 배어있는 레시피도 있었다. 집에서 부엌일을 와이프보다 더 많이 하고 있고 5살, 3살 아이들이 제법 먹성이 높아지는 시기라서 작가님의 레시피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서 취사병을 하며 새벽마다 그렇게 볼멘소리를 하며 만들었던 샐러드도 (일명 '군대리아'라고 불리는 특식에 빠지지 않는 반찬 중 하나), 만들 때마다 흰 밥을 2 공기씩 배불리 먹어야 직성이 풀리던 돼지고기 김치찜도 하나하나 작가의 노하우와 정성이 때 묻어 있어 좋았다. 대단하지 않지만 그 자체로 정성이 깃들고 맘 편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엄마 밥상처럼 말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그 어떤 대가 하나 바라지 않는.
개인적으로 원대하게 갖고 있는 꿈이 하나가 '퇴직 후 여행. 단, 목적지가 제일 예쁘고 아름다울 때만 골라서'이다. 야속하게도 그런 명승지나 고적, 관광지는 일반적인 직장인이 한창 일을 하고 있을 4~6월 또는 9~11월일 때가 많다. 퇴직 이후 작가는 자신이 온전하게 가질 수 있게 된 일상 중 틈틈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제일 부러운 순간이기도 하고 나도 저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희망을 쏘아 올린 챕터라서 애착이 가는 부분이다. 값비싼 곳, 죽기 전에 꼭 바로 가봐야 하는 곳 등의 거창하거나 미사여구로 사탕발림된 장소는 하나도 없다. 그저 같이 가는 사람이 나에게 소중하기만 하면 그곳은 나에게 가장 특별한 여행장소로 기억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교 대선배님으로서 후배들을 추모하는 곳에서 대표로 시를 낭송하여 주신 것도 교사 후배로서 기억이 많이 남는다. 9월 4일을 진정으로 아껴주고 자신의 일처럼 생각해 주신 관리자 출신 선배님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기회가 된다면 2024년 어울마당에서 직접 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은 생각이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는 모두각자에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간다. 눈을 뜨면 일어나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으며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졸리면 잠을 잔다. 매 순간 힘들지 않았을 순간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마저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되는 것이 순리다. 그리고 이러한이치를 깨달았을 때 우리는 한층 더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여유가 생긴다. 작가님의 글을 보면 그런 만고의 진리가 온전히 느껴진다. 과거, 현재가 아닌 어딘가에 있을 '미래'를 마주하기 위해 작가는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웃으며 살아간다.
어찌보면 단순한 일상일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잔잔하고 소소한 행복이 있고 그 행복들이 모여 기억이란 상자를 만나면 추억이 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