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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에 '한글용사 아이야'를 본다라

아이들이 정말 참된 애국자들이구만

by 홍윤표

현충일이었던 어제, 아이들이 그토록 고대하고 고대하던 '한글용사 아이야 뮤지컬'을 보러 이른 아침부터 경기도 광주로 향했습니다. 휴일인 것을 기가 막히게 눈치챈 아이들은 오늘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오전 6시 반에 기상하였습니다. 공연 시각은 오전 11시였기에 여유를 있는 데로 부려도 시간이 차고 넘칠 정도였죠. 그리하여 아침도 느긋하게 챙겨 먹고 공연 1시간 전 미리 도착하여 공연장 주변도 탐방하는 여유까지 즐겼습니다.


"와, 정말 재미있겠다. 나 한글용사 아이야 너무 기대돼. 그렇지 동생아?"

"응. 나 아이야 노래도 따라 할 수 있어."

그렇게 들뜬 대화를 마친 남매를 데리고 공연장에 들어가니 한글 초성 퀴즈를 풀며 좌석에 앉아 대기하는 분위기더군요.


"ㅎㅁ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무엇이 있지?"

"하마." 첫째가 자신 있게 말하였습니다

"아빠, 아빠, 하마 말고 또 뭐가 있을까..?" 둘째의 질문에 우리 부부는 머리를 맞대었는데 선뜻 그럴싸한 답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화면에 나온 정답을 보고 우리 부부는 순간 서로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세상에"라고 외쳤습니다.


"희망"


"여보, 우리는 어쩌면 헛똑똑이 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저런 중요한 가치를 잊고 살다니..."

우리 부부는 자세를 고쳐 잡고 경건한 마음으로 뮤지컬을 성실하게 관람하기로 암묵적인 동의를 하였습니다.

뮤지컬의 스토리는 여느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천지'라는 빌런이 한글을 훔쳐가고 그 훔쳐간 한글을 '한글용사 아이야'들이 되찾아오는 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아이야 용사들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어린이 용사들의 큰 함성소리에 힘입어 악당을 물리치는 콘셉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게 진정한 관객과의 호흡 아니겠습니까. 1시간가량의 공연은 순식간에 끝이 났고 커튼콜 무대까지 다 보고 나올 정도로 아이들은 뮤지컬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남매들은 공연을 보고 나서 여운이 짙었는지 아이야 용사 관련 굿즈도 사서 바로 장착하고 아빠를 '천지' 삼아서 자기들만의 새로운 뮤지컬을 창작해 냈습니다.


'그래그래, 현충일날 한글 공부도 하고 이런 애국계몽운동이 어디 또 있겠니...'

그렇게 공연도 보고 자신들만의 앙코르 공연(?)까지 마친 아이들과 함께 공연장 근처 제일 가까운 음식점으로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요소가 상당히 많은 신기한 음식점이더군요. 흔히 요즘식 표현으로 '킬포'라 칭할 수 있는 것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전라도식 김치가 나온다...

함박스테이크랑 갈비탕을 동시에 판다...

함흥냉면과 콩국수도 가능한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에서 팔찌, 귀걸이 등 액세서리도 구매할 수 있다...

뭐 콘셉트가 어찌 되었건 음식점이 음식이 제일 우선 아니겠습니까. 아이들을 위한 크림 파스타와 토마토 파스타를 전라도식 김치와 먹니 나름 조합이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식후 커피를 홀짝거리며 아이들과 함께 귀금속을 구경하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흡사 15년 전쯤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고요.


'하긴, 응답하라 1997도 2012년에 만들어졌으니 2025년에 2010년 느낌을 되새김한 셈이네...'


"시간 참 빠르다...'


두 자식 상팔자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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