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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즐거움. 그리고 어린이집 안가

by 홍윤표

이번 주 첫째의 등원과 둘째 어린이집 오전 등원을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첫째가 오전 간식이 제공되지 않는 관계로 '저는 어떻게든 아침만은 꼭 차려서 먹여야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침밥은 차려도 애들이 잘 안 먹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밥, 시리얼 위주로 차릴 수밖에 없더군요. 그나마 몇 술 뜨고 가면 뭐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많이 먹기를 강요하진 않습니다. 어찌 보면 저만의 자기 욕심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아침을 먹으면서 첫째는 얼른 유치원에 가서 도서관에 가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책도 읽고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할 거리가 생기니 말이죠. 그런 첫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째의 단말마가 들립니다.


"오늘 어린이집 안 갈 거야."

그렇게 배움의 즐거움과 보육기관에 큰 매너리즘에 빠진 아이들과 한 주를 돌아보면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습니다. 배움의 즐거움이 부쩍 늘어난 첫째는 베이킹 카페를 요즘 참 좋아합니다. 자기보다 3~4살 위인 초등학생들과 함께 해도 어색함이 묻어나지 않을 정도지요. 이번 주 주제가 안녕달 작가님의 '수박 수영장'을 모티브로 한 것이니 읽고 오라는 말에 그다음 날 바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대여해서 읽더군요. 그리고 다니고 싶어 하던 미술학원에서도 나름 집중력을 발휘해 근사하고 멋진 작품을 집으로 가져오곤 합니다. 미술은 저는 정말 감상이나 표현 어느 곳에서도 센스가 없는 편인데... 다 엄마 덕분인 듯합니다. 하하.

그런 첫째와의 등원길 속에서 저는 유치원을 보내야만 알 수 있는 나름의 룰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킥보드실명제와 우산실명제입니다. 다양한 듯하면서도 굉장히 통일감을 주는 형형색색의 킥보드와 우산 속에서 나의 것을 찾아내려면 무조건 이름표가 필요하더군요.

"지우야. 여기 이름 안 쓰면 지우 것이 어떤 건지 못 찾겠다. 야."

라고 말하자 생각지도 못한 아들의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그래서 나는 이름표 안 붙였어.
그럼 오히려 내 것이 어떤 건지 더 찾기 쉽던데?"

그런 첫째를 뒤로 하고 둘째는 오늘도 밤마다 어린이집 가기 싫어하며 잠이 들고, 잠에서 깨면 어린이집을 도대체 이번 주 몇 번 가야 하는지부터 묻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첫돌이 되기도 한참 전부터 어린이집이라는 보육기관을 경험하고,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도 햇수로 치면 3년째 다니는 것이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 아빠가 좀 더 유복하고 경제적인 자유를 가졌다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앞서더라고요. 결국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조곤조곤 설명하면 떼인 돈 못 받은 사람 마냥 펄쩍 뛰며 "어린이집 안가~~!!"를 외치는 둘째입니다. 그런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하원 후 키즈카페도 데려가고요. 요즈음은 스스로도 마음의 안정을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는지 부쩍 사진 찍기에 심취해 있습니다. 셀카도 곧잘 찍고요.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 어린이집. 다행히도 그 과정을 함께 겪고 있는 동지(?)가 있습니다. 바로 둘째의 어린이집 단짝 친구들인데요. 우리 둘째와 마찬가지로 친구들도 매일 밤 어린이집 안 가고 싶다, 이번 주 어린이집 몇 번 더 가면 되냐는 공식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고 얘기하시네요.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피드백도 저희 둘째와 거의 흡사하고요. 그렇게 매일 어린이집에서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하원 후 많은 시간을 함께 합니다. 모래놀이도 했다가, 아파트 주변 여기저기 모험을 떠나기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함께 먹으면서 말이죠. 모래가 너무 생각보다 적어서 "한탄강을 한 번 더 가서 모래를 잔뜩 경험하고 와야겠다"는 동지(?)의 말에 빵 터진 하루였네요.

그렇게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너희들과 함께 주말을 멋지게 보내야 하는데 밖에 비가 정말 주룩주룩 오는구나. 뭐 하면서 보내면 좋을지 아빠가 또 연구를 잘해봐야겠네.

두 자식 상팔자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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