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를 찾아가기 시작한다고 봐

연말연시 한산한 거리 그리고 신춘문예 응모 폭등을 두고

by 홍윤표

유튜브 알고리즘에 어느 순간부터 '연말연시 거리에 사람이 없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맘때쯤이면 송년회, 망년회 등의 모임으로 인해 사람들이 자주 찾는 거리가 북적이고 식당이나 술집이 발디딜틈이 없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에 이르는 사장님들이 늘어나고 있단다. 결혼과 육아 이전까지 친구들과 자주 만났던 신촌, 홍대 일대의 상권은 정말 풍비박산이 났다고 하니 분위기가 정말 몇 년 사이에 많이 바뀐 모양이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PNG

한편, 이와는 별개로 올해 신춘문예에 출품한 예비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른바 '조중동'이라는 3대 메이저 신문을 비롯해 수십개의 신문사가 주관한 신춘문예 응모 통계를 살펴보고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어느 신문사를 막론하고 시는 기본 수천편이고 소설, 동화, 희곡 등에 출품한 응모작도 수백편에 이른다. 이는 작년 수치와 비교해봤을 때 3~40%는 족히 넘을정도라 하니 신춘문예 등단에 대한 열풍이 대단했음을 의미한다. 나 역시도 서울신문 동화에 응모했고 238:1의 경쟁률을 몸소 체험하며 장렬히 낙선했으니 이만하면 나도 충분히 트렌드세터라고 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렇다면 연말연시 거리가 한산한 것과 신춘문예 응모 폭등에 도대체 어떠한 상관 관계가 있단 말인가?그 답은 결국 사람들이 '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라는 것이다. 송년회, 망년회라는 모임도 결국에는 남과 함께 하는 자리이다.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고 송구영신의 자세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좋은 일이나 그 사이에 소모하는 감정과 에너지는 분명히 나에게 영향을 준다. 혹여 험담이나 가십, 비교와 대조 등으로 대화의 방향이 바뀌는 경우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과 이미지만 받고 씁쓸하게 자리를 뜰 수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늘을 반추해보면 오며가며 들인 시간, 비용, 체력 등이 아까워질테고 모임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차라리 혼자 있는게 속 편하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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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신춘문예 응모가 증가했다는 얘기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가 많아졌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작품이건 아니건 간에 일단 어디든지 앉아 연필, 키보드, 스마트폰 등으로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가슴이란 친구를 만나 풀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잊고 있던 소중한 '나'를 뒤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만나지 못한 '나'를 맞이하는 중요한 초석이 된다.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 놓는 행위의 보람과 즐거움이 작가라는 꿈까지 이어진다. 생각보다 높은 퀄리티와 한 사람의 인생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경험에 놀랐다는 심사위원들의 후문은 사람들이 이제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 싶어한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시간과 돈을 거리에 '쓰기'보다 어디든지 조용한 곳에 가서 내 스스로 내가 생각한것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공부를 잘 하려면 예습 복습을 잘해야한다고 어려서부터 배워 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복습하여 잘잘못을 가린 후 내가 살아갈 인생에 좋은것만 채워 가기로 하고 예습을 한다. 그 속에서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사람들은 시 또는 에세이 등으로 표현한다. 때로는 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보다 캐릭터를 만들어 소설, 희곡, 동화 등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삶이란 것 자체가 쓰기 너무 좋은 소재이다. 누구나 글을 잘 쓸수는 없지만 누구든 글을 쓸 수 있다는 메세지가 세상을 점점 수놓는 게 느껴진다. 올 한해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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