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을 잃은 나무
빛이 모자란 꽃처럼
생기없는 하루를 보낸 다음
지난밤에도 휘청거리면서
그게 아니라고 생떼를 쓰던 길을
내가 이러려고 이 길을 택했나 하면서도
이 길이 나를 거둬주지 않았던
지난날로 돌아갈수 없지
어쨌든 제 시간에 끝내야 돼
남겨진 오늘 일을
내가 사랑하는 여보, 자식들을 위해
한길만 보고가지 묵묵히
쑥 찾아오는 부담 꾀 부리고 싶어도
내게는 안보이는 지름길
맞지않아, 나랑은 맞지않아라는
생각은 위험한 사치일 뿐
내가 틀렸다고 생각할 수 없어
마치 내 인생이 통째로 잘못되었을까봐
두렵거든
가장 나답게 날 사랑한다는 말
아무도 봐주지 않더라도
끝까지 갈거야 난
저기 막다른 산 또는 어둠이 가득한 방
시를 쓰면서 지친 하루를 풀거야
이 거룩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