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방문은 근 4년 만이다. 조정석, 임윤아 주연의 영화 '엑시트'가 마지막이다. 와,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구나. 코로나와 육아로 인해 영화관은 담을 쌓고 살았고 적어도 2년은 더 지나야 영화관 방문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부부에게 아주 흥미로운 도전거리가 생겼다. 이름하여 '핑크퐁 시네마콘서트'.
33개월 첫째와 17개월 딸이 과연 1시간 동안의 러닝타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인가. 혹여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루하니 소리를 지르거나 영화관이 무섭다고 울지는 않을까. 우리 부부는 애들이 울면 바로 데리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영화관에 입성했다. 고막을 쩌렁쩌렁 울리는 사운드와 압도적 스케일의 스크린을 마주한 게 얼마만인가. 어디를 가는지 모르겠지만 '핑크퐁 보러 간다'는 말에 아가들의 발걸음도 한껏 들뜬 모양새다.
이윽고 영화가 시작되었고 진저브레드맨의 등장과 함께 스토리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내용은 핑크퐁 친구들의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꾸밀 소품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것이었다. 영화 중간에 갑자기 핑크퐁과 호기가 '친구들 부탁이 있어!!'라며 관객과의 호흡을 요구했다. 그러더니 대뜸 이런 부탁을 한다.
노래가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춤을 춰. 그리고 포토타임 때 사진 찍는 것도 잊지 마.
평생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온 '에티켓'에 대한 패러다임이 통째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아니 영화관에서 제발 일어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라니. 핸드폰 불빛이 얼마나 민폐인데 사진을 찍으라니. 그것도 친절하게 제공되는 포토타임에. 그러면서 문득 깨달았다. 아, 아이들 영화는 이런 장치가 있구나.
덕분에 우리 아가들은 평소에 유튜브로 신나게 예습해 온 '아기상어' , '몽키 바나나' 등이 나올 때 스크린 앞 무대로 뛰어나가 열심히 몸을 흔들었다. 우리 아가들이 마수걸이로 나가 율동을 하니 뒤따라 다른 친구들도 방방 뛰며 즐겁게 영화를 관람(?)했다.
아가들 케어하랴, 사진 찍으랴 바빠 스토리에 제대로 집중하진 못했다. 그래도 어쨌든 마지막에 진저브레드맨과 핑크퐁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해피엔딩인 듯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첫째한테 하루의 소감을 물어보았다.
"오늘 영화 본 것 중에서 어떤 것이 제일 재미있었어?
그러자 아들이 대답했다.
"응.... 방방 뛴 거!!"
그렇게 우리 가족은 아무도 핑크퐁이 어떻게 진저브레드맨과 친구가 되었는지 모르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흐뭇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