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지기
6개월 육아휴직하기로 한 남편이 회사사정으로 인해 4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일찍 복직했다
휴직 전, 남편은 육아의 지겨움을 이해하지 못했다
"회사 가는 것도 매일 반복되는 건 똑같아"라는 말 (망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남편은 휴직 후 "지겨워, 지겨워"를 연발했고, 집돌이임에도 "오늘은 어디 가지? 어디 가지?" 어디든 나가고 싶어 하는 병에 걸렸다
남편은 흔히 말하는 가정적이고 집안일에 능동적인 사람이다
혼자 장을 봐와서 국과 밑반찬을 만들고, 식사 후에는 자연스럽게 설거지를 한다
아기빨래도 잘하고, 재활용, 음식물도 척척 버리고, 필요한 물건도 미리 주문해놓는다
복직 전날에는 내가 한 주간 먹을 찌개와 어묵볶음도 해놓은 감사한 사람이다
하지만 복에 겨웠는지 이런 남편임에도 남편의 복직 첫날, 해방감을 느꼈다
최근에 남편이 아기가 다치는 것에 예민해지기도 해서 감독자가 없어진 기분이었다
산책도, 체험예약도 마음 가는 대로 계획할 수 있었다
다시 주체적인 육아를 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말 그대로 신경 쓸 사람이 하나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다
복직 둘째 날, 나는 허리가 아파서 넣어둔 산후복대를 다시 꺼냈다
체력적으로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던 몸이 무리가 되었다
아기는 빨라졌고, 이제 막 잡고서기 시작해서 넘어지기도 잘해서 더 주시해야 하는 시기였다
밥도 아기 낮잠시간에 짬내야 겨우 먹을 수 있었고, 아기가 깨면 남편이 도맡아 하던 집안일을 도저히 병행할 수 없었다
남편의 부재를 실감하자, 새삼 남편의 노고도 느껴졌다
남편의 야근으로, 집안일과 육아현장의 뒷정리까지 혼자 마쳤을 때는 "미쳐버려" "워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대체 둘씩 키우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거지?'
'맞벌이하면서 애를 키우는 게 가능하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내고 있는 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단했다
평범함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또 하나의 관용어구가 마음으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오늘도 지쳐도 지치지 않는 부모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나도 평범해지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