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6년 3월, 아직 공기는 차가워도 슬금슬금 봄이 찾아오고 있을 무렵이었다. 주말을 맞아 봄바람 따라 엉덩이가 들썩이는 감동이 코에 봄바람 좀 쐬줄 겸 차를 타고 나선 길에서 우연히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 나도 저거 듣고 싶다. '독서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지금 들이면 딱인데."
자동차로 지나치면서도 눈에 확 들어왔다.
"뭐? 어디서 하는데?"
운전을 하던 신랑은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상당도서관, 근데 아까 얼핏 보니 평일이던데...행복이를 데리고 갈 수도 없고, 못가지!"
"뭐 어때! 일단 가봐, 행복이 찡찡거리면 나오면 돼지. 그냥 바람 쐬는 겸 가봐!"
신랑은 아주 가볍게 말했다. 검색해보니 오는 월요일 10시에 강연회를 한다고 했다. 감동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행복이를 아기띠에 매고 택시를 타고, 30분 거리 도서관에 '독서교육' 강연을 위해 가는 것이 맞을까? 아니 할 수 있을까?
"말이 쉽지! 그냥 포기!"
이렇게 말해놓고 이상하게 월요일이 되자 내 몸이 신속하게 반응했다. 워킹맘처럼 노련한 손길로 집안일을 대충 끝내고, 감동이를 9시 등원 시간에 맞춰 보내놓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신속하게 가방을 챙겨 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니 시간은 9시 30분, 이 정도면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할 수 는 있었다. 게다가 우리 잠보 행복이는 택시를 가는 동안 때마침 잠들었다.
예상대로 택시는 30여분 만에 도서관에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강연 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시작했는지 박수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나 같은 지각생들을 위해 기다려주는 고마운 직원분이 계셨다.
"저, 아기가 어린데 아기가 칭얼거리면 나올테니까 조금이라도 들어도 될까요?"
"물론이죠! 아니면 저희가 아이 잠깐 맡아드릴까요?"
소심하게 묻는 내게 직원은 환한 미소로 시원시원하게 말해주었다.
"아니예요, 자고 있어서 잘 데리고 있어 볼게요. 고맙습니다."
"여기 서명하고 들어가시면 돼요."
그렇게 해서 간신히 강연장 뒷자리에 엉덩이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신랑이 감동이와 읽을 팝업책을 몇 권 들여놓았다. 감동이는 다행히 책을 좋아했고, 읽어주지 않아도 책을 펼치면서 놀 줄아는 아이였다.
'독서교육'은 감동이를 위해 아주아주 유익한 주제였다.
하지만 사실 좀 오래되어 그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랜만에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고, 중간에 행복이가 깨서 딱히 울지는 않았으나 행복이가 답답해보여 강연장에 끝까지 있지 못했다. 그래도 왠지 집으로 돌아오기 서성이는데 그곳에서 '어린이도서연구회 신입회원 모집'이란 부스를 만났다.
'어린이 도서연구회' 회원들은 나를 도서관 직원보다 더 환한 미소로 맞아주며 팜플릿도 주었다.
"아이가 요만해가지고 제가 뭘 하기가..."
"딱이예여, 저희가 초롱이네 도서관에서 활동하는데 거기는 신발벗고 들어가서 기어다니는 아기들도 많이들 데리고 오세요!"
"그림책부터 동화책, 청소년 소설 등 읽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좀 더 아이들이 읽는 책을 잘 알고 이해하고자 하는 모임인데요, 애기 데리고 이런 강연 드리러 오실 정도면 분명 좋아하실거예요."
기존 회원님의 설명에 나는 어느새 신입회원 가입 신청서를 듣고 적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의 그림책 입문기는 시작되었고, 그림책 사랑은 아이들이 커나가며 자연스럽게 청소년 소설로 이어졌다.
어느날 미용실에 가서 한참 머리를 하는데 원장님께서 나에게 "항상 애들 책을 잘 읽으시네요."라고 하셨다.
나도 인지하지 못했는데, 미용실을 갈 때 종종 청소년 소설을 챙겨간 모양이었다.
"재미있어서 읽어요. 청소년 소설도 스토리나 주제 측면에서 어른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재미와 감동이 있더라구요." 괜히 머쓱해져 변명처럼 주저리주저리 말했다.
이것이 우리 가족이 독서하는 가족 '독서족'으로 탄생하는 작은 첫 걸음이 아니었을까? 하고 뒤늦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