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 산후조리원 퇴소 후 50일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산후조리원에서 미피 점자책을 선물했던 출판사 직원에게 연락이왔다. 50일이 지나면 이제 시력이 발달해가면서 서서히 점자 책 대신 색감이 선명한 책을 제공해서 아이 인지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아주아주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셨다. 그리고 50만원 상당의 전집을 제안했다. 신랑에게 이 멋진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신랑은 "굳이" 이 한마디로 상황을 종료시켰다. 그로부터 시간은 흘러흘러 감동이는 어느새 돌이 지났고, 제법 많은 어휘로 구사했다. 바야흐로 둘째 행복이가 태어날 시기가 가까워졌을 땐(둘은 정확히 24개월하고 2일 차이가 난다.) 완벽에 가까운 문장 구사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니, 아이가 말이 빠르니 이런 아이에게는 일찍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했다. 이번에도 그 말을 신랑에게 전하고, 나는 팝업북 다섯권을 구입했다. 신랑도 이번에는 동시집과 간단한 지식책을 다섯권정도 사들였다. 감동이는 책을 좋아했고, 읽었던 책을 몇번이고 꺼내 읽었다.
그러다 둘째 행복이가 태어나고 다시 모유수유를 하는 육아가 시작되었다. 잠을 잘 자던 행복이지만 저녁에 잠을 재우기 위해서는 그래도 30~40분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 동안 첫째는 혼자 놀고 있어야 했다. 80피스짜리 퍼즐을 혼자 맞추어 놓기도 하고 동시집을 음원과 함께 넘기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행복이를 재우고 나와 힘이 들어 동시집 들고 있던 감동이에게 농담으로 엄마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말햇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이가 50여개를 동시를 통째로 외워버린 것이 아닌가!
이 순간, 많은 부모들이 그러하듯이, 혹시 천재? 아니면 영재라도? 라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아이의 영재성을 빠르게 발굴하기 위해 한글을 가르치기로했다. 감동이는 매주 한글선생님으로 받은 단어를 다음 수업에 어김없이 기억해냈다. 아이가 한글을 읽으면 더 많은 책을 사들어 아이의 혹시 모를 영재성을 최대치로 끌어 오리리나 야심찬 욕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참석한 작가강연회에서 마법에 걸린 듯 가입한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이 되고, 엄마는 곧바로 헛된 야심을 접었다. 대신, 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이야기 하는 방법을 배워 나갔다.
존버닝햄, 앤서니브라운, 모리스 샌닥 등등 그림책 분야의 고전에 해당할 작가들의 그림책 세계를 선배들로부터 수업을 듣기도 하고, 직접 회원들과 발제를 통해 알아나가며 그림책의 매력에 풍덩 빠졌다.
더이상 그림책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리책 그 자체가 내게 위안과 위로가 되어 주었으며, 그 책을 읽는 동안 함께 아이들과 쌓아가는 시간이 행복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좋은 그림책"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림책으로 지친 일상을 위로받는 책 육아의 세계로 나도 모르게 발을 들여 놓고 있었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이렇게 내게 그림책 육아의 바른 길을 알려준 소중한 첫 책 모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