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 정직, 신뢰와 대척한 사랑이란
검정치마 곡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상징 몇 가지가 있다.
검은 피 = 추악함
갈증 = 충동적 욕망
섬 = 각자의 이상향 또는 진실된 사랑
이 앨범은 곡의 순서대로 완벽한 서사를 담고 있다. 각 곡의 부제, 가사에서 성경적 상징도 찾을 수 있다.
나에게 뭐든 물어봐
틀린 질문도 괜찮아
알잖아 난 항상 똑같아
대답은 바르게 해줄게
니가 보고싶은 상처들이
오늘은 좀 더 벌어졌는지
거짓말이 진심인지
아님 그냥 잘하게 된 건지
틀린 걸 물어봐도 돼
대답은 바르게 해줄게
내 검게 물든 심장이 입 밖으로 막 나와요
그대 알잖아요 나는 저들과는 달라요
목이 타서 죽겠지만 물은 안 마셔요
속에 담아뒀던 좀 더 뜨거운 걸 주세요
이젠 여기 웃음꽃이 피어날 거에요
돌을 들고 달려온 저 야만인들 좀 봐요
송곳니를 뽑아가서 목에 걸 거래요
내 음악이 비명이 되면 춤을 출 거래요
앨범의 서두.
대중에게 바치는 조휴일의 으름장.
자, 이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할 거야.
이 앨범을 듣고 '진짜 바람폈냐', '경험담이냐' 같은 틀린 질문만 해대도
나는 바른 대답만 할 거야.
난 이제 말해주고 싶어
그날 이후로 난 맨날 니 꿈만 꿔
넌 내 영혼을 아직 알지 못해
내가 얼마나 널 원했었는지
그날 이후 내 세상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어
니가 흔든 거야 나는 그냥 굴러가는 거야
그날 이후 내 마음엔 커다란 구멍이 생겼어
괜찮아 거긴 원래 아무것도 안 들어 있었어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날 이후 내 허물은 계속해서 벗겨지고 있어
니가 그런 거야 나는 항상 목이 마를 뿐이야
그날 이후 내 마음엔 커다란 구멍이 생겼어
괜찮아 거긴 원래 아무것도 안 들어 있었어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
틀린 질문 후반부 드럼 전개에 맞춰서
곧바로 이어지는 2번 트랙.
제목 '레스터 번햄'은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따온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아메리칸 뷰티의 줄거리.
레스터 번햄(케빈 스페이시 분)은 좌절감으로 가득 찬 잡지사 직원으로 하루하루를 무기력 속에서 살아간다. 그가 하루 중 최상의 기분을 느끼는 때는 단지 샤워실에서 자위 행위를 할 때뿐이고, 그후는 모든 것이 곤두박질 친다. 아내와 딸은 그가 한심한 실패자라고 낙인찍어 놓았고 직장의 상사는 그를 해고하기 직전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소개)
THIRSTY의 모든 곡에서 화자는 스스로를 비하하고 악행을 합리화한다.
자기연민과 자기합리화의 집합체.
무기력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화자(레스터 번햄과 같은)는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추악한 불륜에 빠진다.
화자가 늘어놓는 변명.
'니가 흔든 거야, 나는 그냥 굴러가는 거야.'
'니가 그런 거야, 나는 항상 목이 마를 뿐이야.'( = 갈증)
그리고 그는 끝없이 공허한 욕망에 잠긴다.
'안에는 아무 것도 없어.'
밤이 오려나
나 방금 일어나려 했는데
해가 짧아지면
하나씩 들어오는
불빛이 쓸쓸해
'지금 무슨 생각해?'
티비가 시끄럽게 울려도
니 말이 짧아지면
비좁은 마음속엔
걱정만 커져
너 사는 섬엔 아직 썰물이 없어
결국 떠내려온 것들은 모두 니 짐이야
이어질 땅이 보이지 않네
힘만 빼려나
난 그냥 나가는게 좋겠네
어차피 지나갈 거
새벽에 돌아오면
잠들어 있겠지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샤워기 물소리만 대답해
젖은 내 양말보다
질척한 마음속엔
2등이 떠올라
너 사는 섬엔 아직 썰물이 없어
결국 떠내려온 것들은 모두 니 짐이야
이어질 땅이 보이지 않네
너 살던 섬은 이제 가라앉았고
내가 두고 온 것들은 다 저기 저 아래에
녹만 슬다 없어지겠지
you are my baby, but you ain't no kid
speak up now don't shut your lid
monolids blinking at me,
i hear nothing, just tell me something
anything
속 없는 관계에서 오는 공허함.
화자는 쓸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텅 빈 대화, 정서 없는 육체, 신뢰 없는 사랑,
썰물 없는 섬.
각자의 섬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녹만 슬고 있는 관계들.
곡의 전개가 확 바뀌는 비명은 '틀린 질문'과 일맥상통한다.
'내 음악이 비명이 되면 춤을 출 거래요.'
또한, 이 곡의 부재는 Queen of diamonds.
이전 앨범 <TEAM BABY>의 3번 트랙 'diamond'
이전 앨범의 화자는 자신의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변하지 않는 건 다이아몬드하고 널 사랑하는 나밖에 없다고.'
그러나 변치 않을 다이아몬드 같은 사랑은
Queen of diamonds, 성경 속 인물 '라헬'로 변모한다.
라헬은 간통과 배반의 상징.
누군가 궁금한 적 있다면
난 늦은 밤 상수역만 맴돌았죠
왜냐고는 내게 묻지 말아요
싱거운 내 웃음이 다 지워진 게
그댄 안보이나요
그녀가 나의 간을 봤을 때
난 눈감고 살구색만 칠해댔죠
왜 지금은 검은 방안에 혼자
짜게 식어있느냐고 물어보면
나 부끄러워요.
사실은 내가 바보 같았죠
어려울 것 하나 없는 문제인데
왜 맘 약해졌는지는 몰라요
생각보다 난 괜찮은 남자에요
엄마 잘 키웠어요.
pink paisley dreams
lust and cream
my crusty paper heart
and deez whatever that means
i thought she was ready to know
(i know she was dying to know)
그때 그녀의 손을 놔주고
잡아줄 건 택시 밖에 없었어요 내
심장은 구긴 종이 같아요
주름 하나하나 모두 후회에요
그댄 안보이나요
자신의 악행에 혼란스러운 화자.
자기합리화와 후회를 오간다.
'그녀가 나의 간을 봤을 때'
해당 구절에서 간은 성경적 의미로 해석하는 게 옳을 듯하다.
물론 '간을 보다'는 '상대방을 떠보다'라는 뜻으로도 통하니
그녀가 화자에게 관계를 맺자고 신호를 보냈다, 화자는 눈을 감고 이미 그녀의 알몸(살구색)을 떠올렸다는 의미도 된다.
성경에서 간은 고통 또는 죽음을 뜻한다.
특히 여자에 넘어가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을 두고 '간이 뚫렸다'라고 표현한다.
불륜 상대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빠져버린 화자는
자신의 심장이 구긴 종이 같다고 말한다.
맘 약해졌을 때 실수한 거라고 변명해도,
아무리 펼치려 해봤자 구긴 자국은 남으니까.
우리 정분 났다고는 생각지도 마
내가 원하는 건 오분 길게는 십오분
모든 소릴 삼켰던
너의 입에 반쯤 먹힌 손이 어딜 훑고 왔는지
신경 쓰지 않는 니가 신기할 뿐이야
사랑 빼고 다 해줄게 더 내밀어봐
다른데서 퇴짜 맞고 와도 넌 오케이
안 웃겨도 괜찮아
농담은 아니야
처음이 제일 어렵다는 얘길 들었어
하지만 나는 처음이 제일 쉽고 좋았어
너의 좁은 침대에
내 몸을 다시 포갠 것을 후회하긴 너무 늦었고
신경 쓰지 않는 나를 너도 알잖아
사랑 빼고 다 해줄게 더 지껄여봐
내 여자는 멀리 있고 넌 그냥 그렇고
눈물이라도 흘려봐
좀 인간이 돼봐
인간은 과거를 후회할 때 두 가지 양상을 보인다.
죄책감 때문에 반성하거나,
책임을 피하려 감정을 거세하거나.
화자는 후자를 택한 듯하다.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불륜을 일삼는 화자는
'신경쓰지 않는 나를 너도 알잖아'라고 말한다.
극의 중간 전개이자
본격적인 추락을 시작하는 단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자의 말 그대로 '광견일기'
뭘 기대 하는지 알아
어디서 들어봤겠지
먼 별들의 고향
넌 근데 잘 못 온거야
여긴 춤과 눈물에
순서가 없는걸
감당이 안 되네
yay yay yea
니가 찾아온 곳은 발리우드
yay yay yea
모든 키스는 매번 등 뒤에서
폭죽이 터지면 풍선들이 날아가고
바람에 실려온 새 얼굴은 찡그리네
미련히 믿고있던 민들레가 시들 때면
비밀 가득한 내 비디오만 계속 돌아가네
날 좀 더 칭찬해줄래
남들은 내게
너무도 인색해
슬픈 생각에 머뭇거리다
티비를 보면
다 웃고 있잖아
멈추진 않았네
오 유치하고 달콤하게
평소보단 아름답게
물컹한 눈을 뜨면 내 정원에 들어올 수도 있어요
밤엔 내가 만개해요
밟지 말고 꺾어가요
어차피 나는 향도 가시도 없이 막 아무렇게나 자랐네
나도 내가 밤에 하는 짓이 부끄러워
끌어안으면 내 항상 남는 부스러기
이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은걸
받은 걸 다 돌려주긴 욕심이 많지
검정치마의 세련된 사랑노래 Hollywood를 뒤튼 곡.
'어디서 들어봤겠지,
넌 근데 잘못 온거야,
니가 찾아온 곳은 발리우드,
모든 키스는 매번 등 뒤에서'
아름다운 사랑만이 가득한 '할리우드'
추악한 사랑이 가득한 '발리우드'
사랑은 한 끗 차이일수도 있다.
그 한 끗 차이가 모든 걸 갈라놓겠지만.
'나도 내가 밤에 하는 짓이 부끄러워,
멈추진 않았네.'
목이 마른데도 나는
내 침대를 떠날 수 없네
늦은 밤 콜택시에 태워 보낸
그녀의 젖은 향기 때문에
옷을 다시 고쳐입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지
이것이 뭔지 나는 아직 몰라
내 심장만 빠르게 뛰네
달력의 빨간날은 다
내 생일이라 하던 그녀
오늘은 마지막 선물이었나
강산이 반쯤 변할 동안
난 내 여자만 바라봤고
한눈을 팔 데 없이 아름다운
그 고운 미소 멀어질 때
그녀는 귀신같이 나를 찾네
영원히 남의 남자인 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같은 건 하나도 없네
사랑의 세례를 세번 입고
더러워질 데로 더러운 영혼
내 여자는 어딘가에서 울고
넌 내가 좋아하는 천박한
계집아이
이게 다 내가 지어낸 얘기라면은 좋겠네
그녀는 내게 아무도 아니여야만 하는데
차라리 날 욕하고 미워했으면 좋겠네
그럼 나 가진 상처 다 옮겨 줄 수도 있는데
불륜 상대와 계속해서 관계를 가지는 화자.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품는 듯하다.
'달력의 빨간 날은 다 내 생일이라 하던 그녀.'
이건 조휴일이라는 이름에서 따온 가사.
과거, 화자는 사랑하는 여인만을 바라보는 남자였지만
시간이 지나 사랑이 옅어지고 빛을 잃어갈 때쯤
어둠을 끌어 안았다.
'한눈을 팔 데 없이 아름다운
그 고운 미소 멀어질 때
그녀는 귀신같이 나를 찾네.'
'내 여자는 어딘가에서 울고
넌 내가 좋아하는 천박한 계집아이.
이게 다 내가 지어낸 얘기라면 좋겠네.'
put me on drugs
다 정신없게
put me on drugs
더 멀어지게
내 헝클어진 속 안을 더
사랑하는 너는 이상해
put me on drugs
할 말도 없고
put me on drugs
기억이 안나
날 쓰다듬는 그 손길이
이젠 너무 덥고 싫은 걸
오늘도 우린
빛 한줌 안 드는
방안에 벽을 세우다 잠드네
사랑했던 사람아 내 때 탄 인연아
철 지난 신상으로도 넌 입을 수 없어
설움만 알던 여자야 내 흉한 과거야
넌 목이 졸리면서도 날 불러댔었지
사랑이 틀렸을 때엔
다 틀린 거야
틀린게 많았을 때도
난 다 사랑이었어
하긴, 영원히 알 수 없겠지
put me on drugs
put me on drugs
제목을 Put Me On Drugs 라고 쓴 센스에 감탄했다.
마약한 듯 혼란스러움에 정신이 망가지는 화자의 이야기인데,
대문자를 계속 남발하면서 혼란을 제목부터 잘 전달한듯.
화자는 이 때부터 불륜 상대에게도 권태를 느낀다.
'날 쓰다듬는 그 손길이 이젠 너무 덥고 싫은 걸,
설움만 알던 여자야, 내 흉한 과거야.'
그리고 화자는 그녀에게 이별(?)을 고한다.
'사랑이 틀렸을 때엔 다 틀린 거야.'
그대가 가고 싶은 섬 나는 못 가요
알다시피 내 지은 죄가 오늘도 무겁네요
우리가 알던 그 장소는 무덤이 되었겠죠
추억을 고이 덮은 채 무궁화가 한가득
태평양 저 멀리 피었네
그대가 가고 싶은 섬 나는 못 가요
보다시피 내 발은 여기 아직 묶여있어요
우리가 듣던 그 파도는 돌아오지 않아요
손잡고 걷던 밤바다 검은 모래 위엔
부서진 유리만 남았네
오, 작년의 그늘이 나를 따라와요
드디어 내 그림자가 되려나 봐요
하지만 한 줌 햇살도 나는 못 가져가요
내 방은 작은 공기도 움직이지 않는 걸요
우리가 알던 그 장소는 무덤이 되었겠죠
추억을 고이 덮은 채 무궁화가 한가득
태평양 저 멀리 피었네
하와이는 아마 화자와 아내의 신혼여행지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하와이 '섬'.
아내가 가고 싶은 섬에 화자는 더 이상 가지 못한다.
'알다시피 나 지은 죄가 오늘도 무겁네요.'
사랑과 이상만을 담은 섬에 죄인은 발 들일 수 없는 법이니.
'손잡고 걷던 밤바다 검은 모래 위엔 부서진 유리만 남았네.'
아내에게 돌아간다 한들,
양심의 조각들이 발바닥을 찔러댈 테니까.
'오, 작년의 그늘이 나를 따라와요.
드디어 내 그림자가 되려나 봐요.'
불륜을 저지른 뒤 1년이 지난 듯.
그러나 과거의 행적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화자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아내와의 추억은 무덤이 됐다.
하와이 무궁화, 히비스커스만
태평양 저 멀리 피었을 것이라 추억할 수밖에.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의 남자를 사랑하네
그녀를 안고 있을 땐 그녀의 남자를 이해하네
손목따라 흐르는 피가 검을지라도
따뜻이 몸 안에 담아두렴
난 니가 원한다면 뭐든지
다 할 거야
물보다 맑고 묽게 널 사랑해
그녀를 사랑할 때면 그녀의 남자에 닿아있고
그녀를 안고 있기에 그녀의 남자를 마주보네
너를 위해 부서져 내렸던 나의 심장은
한번도 망설인 적 없었지
난 니가 원한다면 뭐든지
다 할 거야
물보다 맑고 묽게 널 사랑해
oh we shall never be apart
내 눈썹 위론 빗방울이
내 무릎 위론 처녀들이
내 이불 속엔 가느다란 숨이 흘러와
꽃이 되면 좋을텐데 잎이 되어 지는구나
이제 우린 어떡하나 잎이 노란데
이미 노란데
이전에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었다.
결국 미쳐버린 화자.
검은 피가 가득 흐르는 몸이지만
물보다 맑고 묽게 널 사랑한다는 모순만 남발한다.
하와이 무궁화처럼 잔뜩 피었으면 했던 인연은
꽃이 아닌 잎으로
잎 마저도 노랗게 시들어 죽어간다.
'손목 따라 흐르는 피가 검을 지라도
따뜻이 몸 안에 담아두렴.'
애써 모른 척하게.
나를 따라 다니던 그늘이 짙던 날
잠든 너를 보며 나는 밤새 울었어
이제 우리 다시 나란히 누울 순 없겠지
혼자 있기 두려운 난 너의 집에 남아있었네
아직 나를 사랑한다 믿어도 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내 입은 떼지지 않네
이제 우리 다시 나란히 걸을 순 없겠지
혼자인 걸 알면 됐어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해
오 사랑은 상처만 남기고
이제 우리 다시 나란히 걸을 순 없겠지
나를 따라 다니던 그늘이 짙던 날
잠든 너를 보며 나는 밤새 울었어
이제 우리 다시 나란히 누울 순 없겠지
혼자 있기 두려운 난 너의 집에 남아있었네
오 사랑은 상처만 남기고
이제 우리 다시 나란히 누울 순 없겠지
나를 따라 다니던 그늘이 짙던 날
나를 따라 다니던 그늘이 짙던 날
나를 따라 다니던 그늘이 짙던 날
나를 따라 다니던 그늘이 짙던 날
하와이 검은 모래에서 얘기한 '작년의 그늘'
'드디어 그림자가 되려나 봐요.'
남자의 죄책감과 자기혐오를 상징한다.
옆에 잠든 아내를 보며 자신을 향한 역겨움과 죄악감을 느끼는 화자.
그럼에도 아내에게 버림받을 자신이 없어, 혼자가 될 자신이 없어 집을 떠나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넌지시 알고 있다.
'이제 우리 다시 나란히 걸을 순 없겠지,
이제 우리 다시 나란히 누울 순 없겠지.'
수치심과 죄책감이 그를 조여온다.
내 불을 켜줘 마마
꺼진 적 없지만
날 미워하지 말아
난 어린애잖아
그대의 손길만 닿아도
난 붉어지잖아
입술을 덮었던 황금이
벗겨질 때면 말해줘요
내 불을 켜줘 마마
어둡진 않지만
날 미워하지 말아
난 어린애잖아
늦은 밤 틑어진
꽃잎을 주워와도 난
그대가 남겨둔 온기에
또 무너지겠지
아, 아, 아 내 마음
줄은 처음부터 없었네
나를 기다릴 줄 알았던
사람은 너 하나였는데
이제 난 혼자 남았네
술이 가득한 눈으로 날
미워한다 말 했었지
슬프도록 차가운 니 모습만
내 기억에 남기고
니가 없으면
난 작은 공기도 못 움직여요
한줌의 빛도 난 못가져가요
난 애가 아닌데
니가 잠들면
어둠이 이불 끝에 올라가요
저린 내 팔베개를 가져가요
이건 내가 아니에요
마침내 곤두박질 친 화자.
완전히 박살난 그의 삶과 마음.
무한한 사랑과 희생의 상징 '어머니'에게 호소한다.
(앨범 커버가 '피에타'의 오마주인 것으로 미뤄보아, '성모 마리아' 쯤으로 여겨도 될 듯하다. 아무튼 무한한 사랑과 희생의 상징이라는 것은 같음.)
'내 불을 켜줘, 마마.
날 미워하진 말아.
난 어린 애잖아.'
그리고 남자는 자신의 지난 행적을 되돌아본다.
'늦은 밤 틑어진 꽃잎을 주워와도 난
그대가 남겨둔 온기에 또 무너지겠지.'
관계를 망친 것은 자기 자신이었음을,
다시는 진정 사랑했던 여인이 돌아오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전 앨범 <TEAM BABY> 수록곡 'Love is all'의 멜로디와 가사가 등장한다.
'줄은 처음부터 없었네.
나를 기다릴 줄 알았던
사람은 너 하나였는데
이젠 나 혼자 남았네.
술이 가득한 눈으로 날
미워한다 말했었지.
슬프도록 차가운 니 모습만
내 기억에 남기고.'
이제 화자는 혼자 남았다.
자기혐오와 자기연민에 갇혀서.
'니가 없으면 난 작은 공기도 못 움직여요.
한줌의 빛도 난 못 가져가요.
난 애가 아닌데.'
'이건 내가 아니에요.'
곡의 부제 King of hurts는 상처의 제왕이자,
King of hearts는 트럼프 카드에서 자살의 상징.
fin.
<TEAM BABY>가 진실되고 아름다운 사랑을 담아냈다면,
<THIRSTY>는 추악하고 충동적인 사랑만을 담아냈다.
'나랑 아니면'이나 'everything'을 듣고 검정치마의 사랑 감성에
팬이 된 사람들은
이 앨범을 듣고 깨나 경악했다고 한다.
그리고 욕이란 욕은 있는 대로 다 먹었다는데...
사실 모든 것은 조휴일이 의도한 대로가 아닐까.
'틀린 질문'부터 경고하잖나.
이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할 건데, 틀린 질문을 해도 된다고.
조휴일은 바른 대답만 했다.
이 앨범의 진가는
불륜과 배반을 일삼은 사람이 어떻게 추락하는가,
얼마나 추악하게 망가지는가를
솔직하게 담아낸 것에 있다.
이 앨범을 듣고 화자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을까?
불륜을 아름답게 보는 사람이 있을까?
오히려 망가져가는 화자를 보면서
역시 불륜과 배반은 더러운 것이고,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까.
참 대단한 앨범이다.
Queen of diamonds에서 King of hurts가 되기까지,
화자는 단 한 번도 진짜 온기를 느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