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랍스터> 리뷰

by 동물원

인간이 그리는 이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아니, 이상은 존재하기나 할까.


사랑에 빠져 짝을 찾아야만 인간으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이상한 규칙을 가진 호텔이 있다. 사랑에 빠지지 않는 자들은 모두 유죄이며 기한 내 짝을 찾지 못한 자는 모두 자신이 정한 동물로 만들어버리는 규칙 또한 그것이다. 데이비드가 호텔에 들어가기 된 계기는 그의 아내가 새로운 사람과 사랑에 빠졌고 그리하여 데이비드는 아내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이다. <더 랍스터>의 세계관에서 솔로는 허용되지 않기에 데이비드는 어쩔 수 없이 호텔로 들어가겠단 결정을 했을지 모른다. 솔로와 커플 사이에서의 결정과 고민의 과정 속에 데이비드의 주관은 없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솔로와 커플을 넘어 이 사안은 생존과 죽음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연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 또한 이분법적인 사고와 더불어 양자택일의 범주에 속하게 된다. 인간과 동물. 인간-동물은 인류가 역사와 문명을 만들어냈을 시점부터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범주의 이분법적 사고의 시초이다. 영화는 이러한 양자택일의 순간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한 차원 높은 영역으로 생각해 볼거리를 던진다. 인간-동물뿐 아닌 여성-남성, 이성애-동성애, 백인-흑인과 같은 수도 없이 많은 이분법적 사고는 과연 인류를 평화롭게 만들었던가.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일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모습은 버릴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자연스레 어떠한 상황이 닥치게 된다면 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것이 본능이자 인간이 가진 숙명이다.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네 편과 내 편을 가르고, 또한 자신의 의지로 설정한 양자택일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인생은 우연적이고 돌발적인 선택의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커플이 되고 싶지 않아 호텔을 떠나 도착한 숲은 솔로 생활을 강요한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숲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얼마 못 가, 데이비드가 숲에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데이비드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숲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레 느끼는 감정을 거세(당)하면서까지 '인간답게' 살 수 없는 공간이란 판단을 했으리라. 그러한 과정에서 애인은 눈이 멀게 된다. 장님이 된 애인과 함께 도시로 탈출한 데이비드는 또다시 새로운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한다. 애인을 따라 눈을 찌를 것인가, 말 것인가. 사랑을 온몸으로 증명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애인을 버리고 도망칠 것인가, 애인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 등등.. 무수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선택의 기로가 데이비드 앞을 다시금 가로막는다. 사랑과 생존을 위해 두 번의 탈출을 했지만 결국 그의 앞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또 다른 갈림길이다. 이보다 아이러니한 게 있을까. 인간의 삶도, 사랑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아무리 아등바등 모든 선택지를 걷어 낸다 하여도 선택지엔 없는 사건의 발생으로 인해 우리는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우리는 그러한 선택을 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냥 그런 것일 뿐이라는 말로 밖엔 설명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무상하게 보는 것만 같은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허무함과 허망함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본다면 무상하게 사느냐, 마느냐 또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면 어떻게든 선택을 하게끔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때 선택하면 된다. 내가 살아갈 모습과 사랑의 형태를 말이다.


** 참고로 필자는 <더 랍스터>가 사회비판적인 모습보다는 블랙 코미디이자 인간적인 면모, 그중에서도 인간을 가장 연약하고 감정적이게 만드는 사랑에 관한 영화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가 매우 좋았다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송곳니>, <킬링 디어>도 함께 추천. (내가 느끼기에 <더 랍스터>는 <송곳니>의 확장 버전인 듯싶다.)

영화가 너무 좋아서 기록하고 싶었다.



https://pedia.watcha.com/ko-KR/contents/mdRLLbb



https://pedia.watcha.com/ko-KR/contents/m5rRJR5



https://pedia.watcha.com/ko-KR/contents/m5aVM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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